‘과기의전원’ 추진 카이스트, ‘기존의대 연구지원’ 제안 KAMC(의대·의전원협회)

국회 토론회서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 놓고 다양한 의견…의대-과기특성화대 ‘컨소시엄’ 제안도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국가 전략 대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국가 전략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정청래 위원장(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주최해 무게감을 더했고, 의사과학자 출신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 목소리를 내온 같은 당 김병욱 의원 등도 참석했다.

토론회 발제자들은 의사과학자 양성 방법을 놓고서는 과기의전원부터 연구중심의대까지 의견들이 조금씩 달랐지만, 의사과학자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

카이스트 ‘과기의전원’ 추진…문지 캠퍼스 ‘의과학원’ 체제 구축 예정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카이스트(KAIST)는 의사과학자 양성 청사진을 공개했다.

의사공학자 양성을 위한 3년(의학집중교육)+1년(융합의학교육)+4년(박사과정) 커리큘럼의 과기의전원을 카이스트 문지 캠퍼스에서 설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생적 바이오혁신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발제자로 나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의 바이오메디컬 R&D 투자가 양적으론 크게 성장했지만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운을 뗐다. 실제 정부의 R&D 투자는 세계 6위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지만 글로벌 바이오헬스산업 시장 점유율은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 교수는 “R&D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의학과 과학을 이해하는 핵심인재의 부족과 자생적 바이오혁신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며 현재 연 20여명이 배출되는 의사과학자의 수를 113명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단순히 진료만 하는게 아니라 혁신할 수 있는 의사를, 코로나 백신 개발 사례에서 보듯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앞서서 내다보고 기술을 개발하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카이스트가 준비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소개했다. 카이스트는 지난 2004년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260여명의 의사과학자를 배출했다. 25명의 전임 교원의 지난해 평균 IF는 13.5이고, 5명은 창업을 했다.

현재는 의사공학자 집중육성, 바이오메디슨 콤플렉스 조성을 위한 의과학원 설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에 의과학대학원 의과학연구소 등으로 분산된 의과학 교육·연구 기능을 문지 바이오 메디슨 콤플렉스(Bio-Medicine Complex)로 모으고, 외부의 임상연구협력병원들과도 연계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하일 교수는 3년(의학집중교육)+1년(융합의학교육)+4년(박사 과정)으로 구성된 과기의전원의 의사공학자 집중육성 프로그램 예시도 소개했다.

그는 “과기의전원에 입학한 사람들 자체가 의사과학자로 양성되게 할 것”이라며 “이런 DNA 를 가진 사람들이 병원을 개업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과학원을 통해 지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자생적인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며 “본원에 흩어져 있는 인프라들을 문지 캠퍼스 한 곳으로 모아 의사공학자 육성 중심 집중 교육 공간, 디지털의과학원 및 첨단의과학동물실험동을 신축하고 글로벌 공동연구센터와 메디컬창업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더 성장하면 오송에 큰 캠퍼스 타운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구기능이 부족한 공공병원들에게는 카이스트의 연구 기능을 보태주는 등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면서 공공의료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KAMC 신찬수 이사장.

KAMC 신찬수 이사장 “기존 의대 연구지원”…의대-과기특성화대 컨소시엄 사업도 제안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신찬수 이사장은 더 많은 의사과학자 육성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며 ▲기존 의과대학 대상 연구중심의대 지원 사업 ▲개인지원사업 ▲의과대학-과기특성화대학 컨소시엄 사업 등의 3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병원을 지원하는 현행 연구중심병원 사업은 지원하는 쪽, 받는 쪽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병원은 기본적으로 진료를 하는 공간이고 연구는 교육, 후속 세대 양성이란 측면에서 대학에서 하는 게 맞다”며 “이미 전국 40개 의대들은 그런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원하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연구중심의대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어 “소속기관과 무관하게 의사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전국단위로 신청을 받고 선발한 후, 학비·연구비·생활비를 지원하는 개인지원 사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이사장은 또 의대와 과학기술특성화대의 컨소시엄 사업을 제안하며 “미국에서도 의대가 없는 MIT가 하버드와 함께 의사과학자를 키우고 있고, 공동연구소도 갖고 있다”며 “이런 사업은 지역적 근접성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도 전국 의대, 거점 국립의대, 특성화대 소재지를 보면 MIT·하버드 모델과 같은 형태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과학자의 양성 못지 않게 이들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지원이 중요하단 점도 강조했다. 지금도 직업 불안정성, 연구기회 부족, 연구비 수주의 어려움 등으로 의사과학자의 길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의사과학자가 사라지고 있단 얘기가 나오는데, 의사과학자의 길이 힘들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며 “진료부담을 줄이고 연구참여 시간이 보장된 직위를 제공한다거나 연구비와 창업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학 차원에서 하기 어렵다면 포괄적 연구를 할 수 있는 가칭 국립의학연구원 같은 곳을 설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기부 “연구지원∙이공계 협업체계 구축” 복지부 “개방형 혁신으로 다양한 인재 양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창윤 실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불안정한 길을 택한 의사과학자들이 연구 수주 걱정만큼은 덜 수 있도록 촘촘한 연구비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 또, 집단 연구 프로그램을 확대해 병원 내에서 연구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어 “독립된 연구자로서 의사과학자가 된 후 경력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임상에는 전문성이 있지만 연구 부분은 부족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일반 이공계 연구자들과 협업체계를 통화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반면 복지부는 개방형 혁신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의사과학자뿐만 아니라 의대와 공대의 협력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인재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계는 보수적이란 얘기가 많고 현장에서도 의사와의 협업이 어렵단 얘기들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개방형 혁신”이라며 “한 때 개방형 혁신이 중요한 키워드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르네상스형 인간, 의사과학자를 요구하는게 아닌가 싶다. 중요한 리더십이지만 이런 인재들이 얼마나 많이 필요할지에 대해선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사과학자라는 일체화된 사람만이 아니라 의과학자 내지는 바이오메드 사이언티스트 같은 인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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