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태 의학회 차기 회장 “정부와 의료계 관계 개선 급선무...의협과 정부 사이 중재자 역할 하겠다"

감염병 사태 대비 ‘범의료계 대책회의 기구’ 창설…“전공의 수련문제도 개선할 것”

정지태 대한의학회 제24대 차기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회무를 진행할 계획이다. 의협과 정부 사이에서 의료전문가로서 적절한 중재자가 되겠다."
 
정지태 고려의대 명예교수가 7일 제24대 대한의학회 회장에 선출됐다. 정지태 차기 회장은 지난 2017년 의학회 회장 선거에서 떨어진 뒤 그동안 학회에서 감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2021년 임기를 시작해 3년간 의학회를 이끌게 된 그는 고려의대 출신으로, 50년 의학회 역사 상 경희대 출신 장성구 회장에 이어 두번째 비(非)서울대 출신 의학회장이다.
 
정 차기 회장은 가장 핵심으로 생각하는 회무에 대한 질문에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꼽았다. 최근 문재인 케어, 코로나19 사태 등을 겪으며 정부당국과 의료계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악화돼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 때문에 이 둘의 관계를 의학회가 가운데서 효과적으로 중재, 올바른 의료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또한 그는 기존 전공의 수련문제를 해결하고자 '역량중심 전공의수련프로그램' 개편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 문제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정지태 차기 회장은 현재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장, 대한의학회 감사, 대한소아과학회 어린이 환경보건연구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Q. 당선 소감을 간단히 밝혀주신다면?
 
의료계가 어려운 시기에 있다. 2006년에 의학회 기획조정위원으로 들어온 이후 많은 회장들께 일을 배워왔다. 어깨가 무겁지만 동시에 영광스럽기도 하다. 향후 의학회와 의료계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힘쓰도록 하겠다.
 
Q.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슈를 꼽는다면?
 
정부와의 관계 개선이다. 현재 정부는 의료계의 견해를 귀담아 듣고 있지 않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정부와 의학회는 나쁜 관계가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의학회와 직접적으로 문제들을 상의하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의사와 의료계를 대표하는 기관은 대한의사협회다. 각종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의학회와 접촉하려고 할 때마다 중간에서 곤란한 경우가 많다. 향후 의협과 정부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의학회가 중재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Q. 의협과 좀 더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의미인지?

대한병원협회는 세부 정책적인 면에서 의협과 전혀 다른 노선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의학회는 의협과 다른 노선을 걷거나 관계가 나쁘다면 존재할 수 없는 상생의 관계에 있다.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동시에 의학회의 회원은 각 학회들이다. 그동안 학회 중심으로 의학회가 움직이지 않았던 경향이 있었다. 앞으로 각 학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을 만들어 학회의 적극적인 회무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Q. 전공의 수련에 대한 문제제기가 항상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가장 우선적으로 역량중심 전공의수련프로그램 개편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같은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학회들의 관심부족과 소통부재로 인해 진행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또한 규모가 작은 수련병원은 역량중심 전공의수련을 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많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무 방향성을 곧게 잡고 노력하겠다.
 
덧붙여 역량중심 전공의수련프로그램 개편이 원활히 진행되면 전문의 제도가 국가 관리 체제를 벗어나 각 전문학회의 자율적 관리로 변할 것이다. 또한 전공의들도 병원의 값싼 인력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수련에 집중할 수 있고 시험대비가 아닌 진료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점차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현 수평위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
 
아직 수평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아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켜본 경험으로 봤을 때, 지나치게 정부쪽으로 끌려다니는 경향이 있다. 어느 정도 기울어진 수평과 눈높이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향후 의학회에서 신종 감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최근 반복적으로 신종 감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의료계에는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상시적 기구가 없다. 이 때문에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주장이 펼쳐지고 있다. 향후 의학회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단체들과 함께 의료계를 대표할 수 있는 범의료계 대책회의 기구를 만들 계획이다. 의견을 모으는 창구는 의협으로 일원화하고 의학회 등이 주축이 된 전문가 단체가 회의를 통해 통일된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의학회 내부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회무가 있다면?
 
의학회 내부적으로 가장 큰 고민은 재정 부족 문제다. 의협도 재정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의학회가 의협 등의 재정지원만을 바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최근 의학회 회비 인상이 이뤄졌고 향후 의학회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수익사업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재원을 창출해야 하는 시기다. 의학지식 생산능력 등을 기반으로 교육사업을 중점으로 수익창출 모델을 기획할 예정이다.
 
Q. 끝으로 각 학회와 회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꾸준하고 성실한 참여를 부탁하고 싶다. 현재 의료계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희생과 봉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함께 참여하고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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