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신종감염병 환자 출현과 동시에 임상 3상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R&D 커뮤니티 연결하는 플랫폼 필요…관련 기술 가진 바이오텍-제약사 간 콜라보로 경쟁력 높여야

사진: 백신 신속대응 플랫폼 활용 공동 심포지엄(제공=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르게 백신이 생산·보급되고 있지만 국제기구에서는 이를 훨씬 앞당긴 100일 이내 백신 긴급사용승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도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신속 대응 플랫폼이 있어야 하며, 부족한 역량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면역치료제 개발 기업과 백신 개발 기업 간 콜라보 또는 대기업들 간의 콜라보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BIOHealth)이 8월 31일 충청북도 C&V센터 대회의실에서 '백신 신속대응 플랫폼 활용 공동 심포지엄'을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글로벌백신허브추진단 이강호 단장은 '백신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전략' 주제발언에서 "정부는 적어도 1개의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내년 상반기까지 상용화하고, 늦어도 2025년까지 우리나라가 글로벌 백신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면서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신종 감염병 대응 백신 R&D 혁신 현황과 전략(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단 지동현 본부장) ▲백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 박성호 사무국장) ▲ mRNA 백신개발 기업의 니즈(에스티팜 양주성 상무) ▲백신 신속대응 지원플랫폼 구축(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 이제욱 센터장(代)) 등의 주제가 다뤄졌다.

패널 토의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서경원 원장이 좌장으로 참여해 발표자 및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박인숙 바이오생약심사부장,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박홍교 전략기획본부장 등과 규제기관의 입장에서 본 백신 신속대응의 구체적 방법 등에 대해 논의했다.

AGILE같은 마스터 프로토콜 같은 신속 대응 플랫폼 필요

먼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단 지동현 본부장은 '신종 감염병 대응 백신 R&D 혁신 현황과 전략' 주제발표에서 플랫폼 기술과 함께 백신 R&D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지원하는 플랫폼 모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 본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11개월만에 백신이 개발되는 유례없는 사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인류 전체가 겪는 여러 어려움을 고려했을 때 미래 신종 감염병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첫 번째 환자 발생 이후 100일 이내 백신 긴급사용승인(EUA)을 받겠다는 굉장히 도전적인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종 감염병 출현과 함께 바로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도록, 첫 번째 환자가 생기기 전 대부분의 일을 마쳐야 한다는 의미다. 다양한 질병에 적용할 수 있으며 대량 생산 가능한 백신 플랫폼 기술을 사용해 예측되는 바이러스에 대한 항원을 디자인 및 생산하며, 신속 대응 플랫폼(rapid response platform)을 통해 적어도 1상까지 완료돼야 한다.

지 본부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AGILE 테스트 플랫폼을 소개했다. AGILE은 잠재적인 코로나19 치료법을 신속하게 임상 평가하기 위해 설계된 영국의 1상 및 2a상 임상시험 플랫폼으로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여러 약재를 하나의 대조군을 가지고 임상시험을 함으로써 여러 잠재적 치료법을 병렬로 평가할 수 있고,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몇 개월만에 완료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가 2개월만에 MSD로 넘어가 현재 개발되고 있다.

지 본부장은 "AGILE같은 마스터 프로토콜을 상업적 연구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은 규제과학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큰 어드밴스를 줬다고 생각하며, 이는 일반 신약 및 백신 개발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다. 정부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을 때 혁신적인 연구들도 많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 위해 국제기구가 지원하는 프로그램 참여하고 기업간 콜라보 활성화해야

이어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 박성호 사무국장은 '백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백신 시장은 2020년 기준 27조원 규모로 최근 5년간 연평균 6.5%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주요국 중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국가는 중국(43.4%), 한국(30.1%), 그리스(19.6%), 독일(19.4%) 순이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연구개발 분야는 코로나이고 선도기업은 GSK다.

국내 현황을 보면 최근 4년간 연평균 3.2%의 저 성장세였으나, 2019~2020년 성장률은 30.3%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20년을 제외한 최근 4년간 국내 백신 시장은 수입백신 점유율은 지속 증가하는 반면 국내 제조백신 점유율은 감소 추세를 보이며 정체하고 있었다.

박 사무국장은 "지난 30여 년간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꾸준히 자급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향후 자급화율 확대를 촉진시키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보면 2020년 촉발된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양한 분야의 백신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나, 에볼라, 사스, 지카, 메르스 등 미래 팬데믹 타겟 분야는 국내 연구 사례가 거의 없거나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박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백신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국제기구가 지원하는 다양한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R&BD를 고도화하고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인증(PQ)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국장은 "사노피가 백신 시장에서 mRNA 신규 시장 확대를 위해 바이오텍과 전략적으로 협력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면역항암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과 중견백신기업이 공동 R&D를 통해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프리미엄 백신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이 부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처간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다자간 플레이어들이 연대하는 과감한 R&D 지원 디자인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의 역량을 보면 1개 기업이 혼자 감당해 백신 개발을 완료하기까지는 힘든 부분이 많다. 이는 거대 컨소시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백신을 선두하는 대기업들이 콜라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스티팜 양주성 상무는 'mRNA 백신 개발 기업의 니즈' 발표에서 "기업이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모더나와 화이자가 각각 1조 원 이상의 지원을 받은 것처럼 비/임상 및 생산시설투자를 위한 선지원과 신속한 임상 개시 및 진행을 위한 심사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BIOHealth의 신약개발지원센터 이제욱 센터장(代)은 '백신 신속대응 지원 플랫폼 구축' 발표를 통해 "신변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사전 백신 개발은 거의 불가능하며, 우리가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백신 개발 기술과 생산 인프라다"면서 "KBIOHealth는 우수한 지원 인프라 구축과 숙련된 전문인력 양성, R&D를 통한 공공서비스 지원 기술확보를 통해 신속한 백신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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