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중인 '리피오돌', 퇴장방지약 지정 철회하고 약가 재협상?

오는 8일 열리는 건정심에서 논의될 예정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최근 약가인상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간암치료제 '리피오돌'에 대해 오는 8일 1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날 건정심에서는 리피오돌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계속 지정할 것인지, 아니면 지정을 취소할 것인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제약회사인 게르베코리아는 리피오돌을 우리나라에 독점공급하고 있다. 리피오돌은 간암 환자에게 '경동맥화학색전술(TACE)' 시행 시 항암제와 혼합해 사용하는 조영제다. 리피오돌은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퇴장방지 의약품이란 환자에게는 꼭 필요하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경제성이 없는 의약품을 정부가 지정,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제약사가 경제성을 이유로 생산을 중단하면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어서 퇴장방지약을 지정해왔다. 하지만 퇴장방지약으로 지정되면 제약사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계속 생산해야 한다. 이는 약가인하 등의 근거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퇴장방지 의약품을 상한가격의 91% 이하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게르베코리아는 몇 달전 공급부족과 수입 원가 상승 미반영으로 인한 손실 등을 이유로 약가를 5배 가량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환자단체 등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제약사가 갑질을 시도한다고 비판하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리피오돌 한 개 가격은 5만 2560원이다. 게르베코리아는 이 금액의 5배에 달하는 26만 2800원으로 약값을 인상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게르베코리아는 지난 2012년 리피오돌 약가조정 신청으로 일부 약값을 인상 받았지만, 2015년 이후 수입 원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아 손실이 누적됐다며 이와 같은 주장을 했다.
 
게다가 리피오돌은 간암색전술뿐 아니라 자궁난관조영술까지 적응증이 확대되면서 수요는 더 커졌다. 게르베코리아 관계자는 "리피오돌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다. 생산량을 급증시키기도 어려워 설비투자를 하고 있지만 수요를 맞추기가 역부족으로, 생산량 자체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등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간색전술 시술이 최근 급증하면서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생산이 한정적이라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다"며 "비용적인 부분도 협상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공급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상 가장 큰 문제다. 제약사의 갑질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8일 열리는 건정심에서 리피오돌을 퇴장방지약으로 계속해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지정취소 후 일반 의약품처럼 약가를 논의할 것인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심평원 약제급여실 강희정 실장은 "리피오돌에 대한 약가조정 신청을 두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지난주 논의를 한 바 있다"며 "그러나 현재 퇴장방지약은 지정기준선을 초과해 약가를 조정할 수 없어 원가상승반영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퇴장방지약의 경우 약가의 상한선이 지정돼있는 만큼, 약가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리피오돌을 우선 퇴장방지약에서 지정취소해야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고시를 개정한 바 있다. 퇴장방지약 지정기준선 초과 약제에 대해서도 그대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대체약제가 없거나 고가인 타 약제에 비해 대체효과가 있는 경우 등 요건에 해당하는 의약품만 가능하기 때문에 리피오돌에 대한 퇴장방지약 지정여부는 건정심을 통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강 실장은 "현재 게르베코리아가 환자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단 공급을 하겠다고 협의한 상태다"라며 "이번 건정심에서 리피오돌이 퇴장방지약에서 지정 취소될 경우 약가조정 협상이 이뤄진다. 원가상승요인이 발생했다면 게르베코리아는 이와 관련해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피오돌이 퇴방약에서 벗어나더라도 신속한 약가협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와 건정심을 거쳐 최종 약가를 고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이 기간을 15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빠른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4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제약사 간의 약가조정 줄다리기 때문에 간암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간암학회 홍보위원장 김형준 교수는 "학회가 약가까지 관여할 수는 없겠지만, 제약사도 너무 무리하며 약을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정부와 제약사가 적정한 가격 선에서 조정해 빠르게 협상하길 바란다.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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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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