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 의협회장 선거 시작…박명하·주수호·임현택·박인숙·정운용 누가 될까

온건파 심판 여론 속 후보들 강경 분위기 유지…당선 동시에 곧바로 실무체제 돌입 무거운 과제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의협 회장선거 정견발표회에 참여한 5인 후보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의대정원 이슈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후보별 특징이 뚜렷하고 의정 갈등 상황이 시급한 만큼 당선 직후 후보가 당선자 신분으로도 조직 변화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선과 동시에 곧바로 실무체제 돌입할 가능성 높아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전자투표 방식으로 42대 회장 선거를 치른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시 다득표자 2명을 두고 25일 결선투표가 진행돼 26일 최종 당선자가 나올 예정이다. 

후보는 기호 순서대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대표다. 

이번 선거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당선 직후부터 의대정원 증원 저지 등 막중한 과제가 주어지는 만큼 각 후보들은 당선과 동시에 실무체제로 돌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비대위 체제에서 빠르게 회장 당선인 체제로 넘어갈 경우, 신임 회장이 전권을 갖고 더 책임감 있게 정부 측과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판세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의대생·전공의·교수 등과의 긴밀한 협조가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은 각 후보들이 분과위원장을 나눠 맡는 등 분산됐던 현 비대위 조직체제를 벗어나 전방위적인 의협 조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의협 회장 후보 관계자는 "선거가 끝나고 나면 각 후보 마다 방법론적인 면에선 일부 차이가 있겠지만 의협의 대표성을 대폭 강조할 수 있도록 교수와 전공의 등과 힘을 합칠 수 있는 여러 대안들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강현 대변인도 "현재는 비대위에 전권이 위임된 상태지만 새로운 신임 회장이 당선되면 신임 회장이 바로 일을 할 수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당연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현 비대위가 판단하기 보단 신임 회장과 비대위원장 등이 모여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강경파 임현택 후보는 의사총파업 언급…주수호 후보는 언론홍보 통해 인지도 상승 

제 42대 회장 선거 양상은 온건파로 분류되는 전임 이필수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돼 온 만큼, 정운용 후보를 제외하면 모든 후보가 강경파 노선을 타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후보는 임현택 회장이다. 그는 회장에 당선되면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의사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해왔다. 

임 회장은 평소 의료계 강경파 노선의 대표주자로 직전 의협 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반 회원들 사이에서 지지세가 높다.

최근엔 사직한 전공의들을 위해 14개 로펌 '막강 변호인단'까지 꾸리며 젊은 회원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다만 다소 과격한 언행 등으로 보수적인 회원층에선 안티 세력도 적지 않다는 점이 임현택 후보의 위험요인이다.

주수호 후보는 전임 의협 회장 출신으로 긴 공백에도 불구하고 미래의료포럼 등을 통해 빠르게 의료계 내부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의협 비대위 체제로 돌입하면서 언론홍보위원장을 맡아 거침없는 언변으로 최근 인지도가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8년 전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뒤늦게 논란이 되면서 주 후보에겐 해당 논란이 큰 리스크로 남게 됐다. 그는 2016년 당시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주수호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주 후보의 후보 자격엔 문제가 없다. 이는 의협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사항"이라고 말했다.  

박명하 후보, 지역 조직 있는 유일한 인물…박인숙 후보는 내부 정치 실망 유권자 대안될 수도

박명하 후보는 타 후보들 중 유일하게 지역 조직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박 후보가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의사회는 16개시도의사회 중 맏형 격으로 지역의사회와 출신의대에서의 지지세가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의협 회장 선거 특성상 박 후보가 큰 이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박명하 후보는 최근 대통령실 앞 대규모 궐기대회 주최에 앞장서면서 내부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함께 면허정지 처분의 첫 희생자가 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서울시의사회를 제외한 타 지역과 젊은의사들 사이 인지도가 약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과거 의사회 활동 이력이 없는 박인숙 후보는 의료계 내에서 상대적인 뉴페이스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동안 의료계 내부 정치에 실망한 회원들이 대안적인 인물로 박인숙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인숙 후보는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강점과 더불어 나이대가 높은 교수 직역에서 큰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간 의료계 내부 활동이 적었던 만큼 내부 조직력 부족 등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인의협 출신인 정운용 후보는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도입에 찬성하는 등 의료계 주류 여론과 다소 차이가 있어 현실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큰 득표를 얻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등으로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회장 선거를 실시하게 됐다"며 "각자 후보들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위기 상황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후보가 뽑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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