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해진 이필수 회장 "가족들 걱정하지만,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를 위해 끝까지 단식"

간무협 곽지연 회장 부모님, 동반 단식 의사까지 밝혀...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방문해 악법 저지 공감, 단식 중단 요청

단식 5일차를 맞은 이필수 회장은 기력을 소진한 듯 잠깐 누워서 회복해보겠다고 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1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어느 때보다 수척해진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이 회장은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이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직후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고, 이날 단식 5일차를 맞았다.

이 회장은 약간의 생수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인지 기력이 떨어져 목소리에 힘이 없었고, 말소리마저 잘 들리지 않았다. 이날 직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응원차 다녀간데 이어 보건복지의료연대와 파업과 관련한 회의를 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기력을 소진한 듯했다.

이 회장은 "잠깐만 누워 기력을 회복해 보겠다"고 하면서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인사들이 다녀간 데 이어 연휴를 맞아 회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회원들을 보고 끝까지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는 “계속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데, 탈수 증상이 있고 혈압이 떨어져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악법 통과에 대한 분노를 함께 공감하며, 이필수 회장의 건강 악화를 우려해 단식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오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해당 법안들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의협을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국무회의까지 부분파업에 이어 총파업을 진행하며 2020년 의료계 총파업 이상의 파업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협을 포함한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끝까지 법안의 문제점을 주장했는데도 법안이 통과됐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 의료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과 면허박탈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법안이 가진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민주당으로부터 의견이 철저하게 무시됐다"라며 "회원들이 원하는 것이 법안 총력 저지인 만큼 회원들을 보고 가겠다. 회원들이 많이 방문하고 응원해줘서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막농성장에 쓰여진 이필수 회장 딸들과 회원들의 응원 메시지. 

천막농성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방명록에는 이 회장의 두 딸들이 쓴 메모가 눈에 띄었다. ‘아빠 사랑해. 우리 가족이 늘 응원하고 기도해요’ ‘아빠 사랑해요. 아빠는 저희한테 늘 자랑스러운 아빠에요’라고 쓰여 있었다. 

이 회장은 “가족들과 딸들이 정말 많이 걱정한다”라며 “하지만 의협회장으로서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라는 악법을 폐지해 국민 건강을 수호하고 보건의료인으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식 7일차를 맞은 대한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은 탈진 증세가 심해 일어나지도 못한 상태였다. 
이어 지난달 25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을 찾았다. 곽 회장은 단식 7일차를 맞아 일어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전날 급격한 탈진 증세를 보인 곽 회장은 당시 천막농성장을 찾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왕진의사의 권유로 H플러스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곽 회장은 긴급하게 검사를 받고 안정을 취한 후 전날 저녁 다시 농성장으로 복귀했다. 

곽 회장은 전날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 잘못된 간호법을 강행처리한 민주당은 우리 간호조무사를 버렸고, 간호협회는 '격'을 내세우면서 우리와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라며 “위헌적인 간호조무사 학력제한이 남아 있는 간호법이 폐기될 때까지 단식을 풀지 않겠다.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피력했다.

곽 회장은 아직까지 건강에 큰 이상은 없으나 신장 기능이 망가질 수 있어 우려가 큰 상태다. 이날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곽 회장을 찾아 건강 악화를 우려해 단식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무협 관계자는 “곽 회장은 하루에 생수통 300미리리터도 제대로 마시지 않고 있다. 먹는 것은 물론 제대로 마시지도 않다 보니 화장실도 가지 않는다”라며 “물이나 이온음료라도 마셔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고 신장이 나빠지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날 연로하신 곽 회장의 부모님이 뉴스를 보고 '우리 딸이 고생하는데 이제부터 부모도 같이 단식을 하겠다'고 하셨다. 가족들은 물론 간무협 회원들이 너무 걱정하고 있지만, 곽 회장이 16일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될 수 있는 그날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고 했다.  

한편, 의협과 간무협을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을 제정하면 현행 의료법 틀 안에서의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져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간무협은 간호법에 포함된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은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위헌이라 주장하고 있고, 의협은 간호법 적용대상이 지역사회로 확대돼 간호사 단독 개원을 우려하고 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의료와 관계된 범죄뿐만이 아니라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로 면허 취소 대상을 명시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다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10년 이내에는 면허를 재교부하지 못하도록 했다. 의료인은 다른 전문직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 위헌적인 처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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