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보험급여 조건은

진료행위의 비용대비 효과 인정·환자안전 기술에 한해 수가 가산 바람직

대한영상의학회 박성호 임상연구네트워크장(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에 대한 새로운 제품들이 허가, 출시되면서 보험급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 ‘인공지능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에 보험급여가 된 사례는 현재까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도 의료기관의 자발적 투자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도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고, 영국도 AI 사용으로 인한 환자의 치료효과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보험급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진료행위의 비용대비 효과가 입증된 기준에 한해 기존 검사수가에 가산료를 지급하거나 기존수가 중 의사업무량 일부 수가 인정 등의 형태가 바람직하다.
 
 
기존 수가의 가산료·의사업무량 일부 인정 등이 바람직
 
만약 AI(인공지능)에 대한 급여보상이 이루어진다면 별도의 행위신설보다 △기존검사수가에 가산료 지급 △의료기관인증, 의료질평가지원식의 간접 보상 △기존수가 중 의사업무량의 일부에 해당하는 수가인정 등의 형태가 보다 현실적이라고 본다.
 
가산료의 경우 기존의 PACS 가산료, 영상검사의 3D 가산료가 실질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AI 의료기기가 특정한 조건하에서 의사 업무의 일부를 대신하는 용도로 사용될 경우 AI는 의사와 달리 정해진 특정부분만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급여보상도 전체진단 중 해당 부분의 비중에 맞춰야 한다. 법적책임에 대한 보상은 일반적으로 포함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AI의 정확도를 평가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AI를 적용하려는 실제 진료현장의 환자와 임상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 실제 진료환경의 환자분포 및 특성을 잘 대변하는 자료를 이용한 성능 평가 △AI개발에 사용된 자료를 수집한 의료기관이 아닌 외부의료기관의 자료를 포함한 성능평가 △복수의 의료기관 자료를 이용하여 성능평가 등이다.
 
급여보상 기준, 진료행위 비용대비 효과 입증돼야
 
급여보상이 이뤄지기 위한 가장 분명한 기준은 편향없이 잘 수행된 연구를 통해 AI를 사용함으로써 환자의 궁극적 치료결과가 좋아지거나 AI를 사용하는 진료행위의 비용대비 효과가 입증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궁극적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진단 정확도의 향상이 있는 경우 상황에 따라 급여를 고려해볼 수 있다.
 
AI가 단지 진료업무의 효율을 높여주는 경우는 환자가 아닌 의료기관 의료인이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상황으로 급여로 별도의 보상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 업무효율의 증가자체가 보상이 된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의 인허가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반면 본격적인 임상도입이나 의료보험 지급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까지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료보험 지급관련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영국은 2018년 12월 10일 National Health Service(NHS)와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 등이 함께해 최신 디지털 의료기술을 평가하기 위한 기구인 Evidence Standards Framework for Digital Health Technologies를 구성하고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디지털 의료기술의 독특한 특징을 고려해 임상도입에 필요한 평가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도 예외 없이 다른 의료기술과 동일한 수준의 검증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혁신의료기기 별도 평가트랙, 환자 안전 최우선으로

 
국내에서는 최근 혁신의료기에 대해 별도 평가트랙 제도를 만드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018년 12월 13일 ‘의료기기 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 관련 법률안’을 포함한 3가지 제정법안 공청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2019년 2월로 넘겼다.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각계에서 참석한 진술인들이 해당 법안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며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현재 혁신의료기기라는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기존 기술에 비해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것은 근거가 불충분한 조기기술이기 때문에 환자 사용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규제 완화’, ‘혁신’ 등을 강조하면서 관련법 제정 반대 입장을 제시했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첨단 디지털의료기기에 대한 규제를 쉽게 풀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지 FDA 단계의 의료기기 품목 인허가 단계의 이야기이고 실제적인 임상도입 및 보험급여는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환자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국내에서도 혁신의료기기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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