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시장에 한계를 느낀 많은 의사가 비급여시장으로 눈을 돌리더니, 급기야 임상이 아닌 영역까지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전까진 본인의 취향에 따른 '취사선택형 비임상의'가 주로 마이너의 길을 택했다면, 최근엔 힘들고 빡센 정글의 대안으로 선택하는 '생계형 비임상의'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준비 없이 찔러보고 인터뷰까지 응해 통과했으나 회사에서 몇 개월을 못 버티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행위는 본인한테도 손해고 채용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 회사에도 민폐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여 '딴짓하는 의사들'
다음과 같은 의사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추천 독자 :
갑갑한 병원이 싫은 의사
월급 숫자에 집착이 덜한 의사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의사
임상 외의 일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공보의, 의대생들
그 시작은 ‘루트로닉(LUTRONIC)'이라는 의료기기 회사에서 일하는 구본철 피부과 전문의다.
의료기기 회사에 진출한 의사는 제약회사에 비해 훨씬 드물다. 항목을 좁히면 그는 현재 레이저 회사에서 일하는 전 세계 유일한 피부과 의사라고 한다.
인터뷰는 루트로닉 본사에서 3시간(회사에서 자랑하는 중식시간 포함)동안 진행했다.
메디게이트뉴스 : 선생님, 반갑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선생님 자료를 구글링해보니깐 전에 전임의셨더라고요. 어떤 생각으로 이쪽으로 진로를 바꾸셨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임상의 하면서 헤드헌터들의 입질이라도???
-제가 이 회사를 염두에 두고 특별히 구직활동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펠로우를 하면서 학교(교수) 자리를 알아보던 상황이었어요.
근데 우연히 가까운 몇 분이 공통으로 이 회사를 추천하셨어요.
메디게이트뉴스 : 그때 회사(루트로닉)에서 MD(의사)를 구하고 있었나요?
-네, 구하고 있었죠.
운 좋게 추천을 의뢰받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저를 추천했나 봐요.
메디게이트뉴스 : 회사에서 찾는 분이 피부과 전문의였군요?
-네. 피부과 의사를 찾고 있었고
요건 상 나이가 너무 많지 않거나, 액티브하게 일할 수 있고 이런 쪽(비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찾았죠.
주니어 스태프나 개원가에서 잘된 사람이 여기로 올 리가 없고, 또 (개원가에서) 안된 사람은 그 이유 때문에 추천하기도 그렇고요.
그렇다 보니 요건에 맞는 사람이 저였던 거 같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혹시 회사를 추천받기 전까지 이쪽(비임상) 진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나요?
-'꼭 이것'이라는 건 아니지만, '의사(임상의)로만 평생 마칠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는 정도 생각했던 거 같아요.
오픈 마인드이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내가 어떤 쪽에서 일하는 게 맞는 건가?' 이런 것들을 생각만 하고 있는 상태였죠.
메디게이트뉴스 : 혹시 회사 제안을 받았을 때 시작하기 전에 주위 MD들로부터 조언을 받으셨는지?
-전혀요.
(이쪽에)일단 근무하시는 분들이 없었어요.
영역을 좀 좁혀보면 레이저 회사에서 일하는 피부과 의사는 전 세계 저 하나에요.
('레이저 회사에서 일하는 전 세계 유일한 피부과 의사' 뭔가 그럴싸하지 않은가? 적어도 희소 가치 하나는...)
메디게이트뉴스 : 저도 개인적으로 (비임상직) 인터뷰를 몇 번 했던 적이 있습니다만, 회사를 들어가기 전에 ROLE(역할)에 대한 부분이 좀 애매하더라고요.
회사(루트로닉)에서도 국내 MD를 처음 채용하는 거고요. (루트로닉엔 두 명의 외국인 MD가 있다) 역할이 막연하게나마 그려지셨나요? 회사에 들어가면 선생님께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말입니다.
-전혀 없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혀 없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그럼 "회사에서 나한테 어떤 것들을 요구할 것이다" 이런 생각은요?
-사실은 제가 직접 회사에 물어봤어요. 말씀하신 것과 같은 똑같은 생각이 들어서...
"좋은 회사인 것은 알겠는데, 제가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하기를 원하시죠?"라고 대표님한테 물어봤죠.
근데 대표께서 "네가 너희 업계의 에브리씽"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켜주나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회사는 (명확하게 역할이 나뉠 정도로) 큰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일을 다 해야만 했습니다.
처음 들어와서 2~3년 정도는 정말 이것저것 다 했습니다. R&D, 학술, 마케팅, 인허가, 규제, 대외활동, 심지어 영업까지.
메디게이트뉴스 : 지금 일정 시간이 지나고 회사에 적응하신 후에 회사에서 선생님께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음...
지금은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을 요구하죠. 대체불가능한 것을 하길 원하구요.
저에게 맡겼을 때 딴사람보다 현저하게 결과가 좋거나 다른 사람이 맡을 수 없는 일을 시키죠.
그런 것들을 합니다. 현재는 R&D와 신사업분야에 업무를 집중하고 있어요.
(의사들의 진출이 흔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본인이 '처음 세팅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첫 진출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이 의사에 대한 시금석이 된다)
메디게이트뉴스 : 사실 비임상 역역에 관심 있는 의사들은 처우에 대해서 궁금하잖습니까? 그래서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대략적으로라도 연봉을 오픈하실 수 있으실까요?
- 책정 기준은 일반 봉직의 정도이겠지만, 예산이라든지 경비 사용의 범위가 직역마다 달라서 한정지을 수는 없겠습니다. 경력에 따라서도 다르구요.
메디게이트뉴스 : 일반 병원에서 받지 못하는, 회사에서만 받는 처우는 어떤 게 있을까요?
-그건 회사별로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주식회사일 경우 스톡옵션이라든지 자사주라든지 그런 걸 줄 수 있고요. 업무상 필요하다면 차량을 지원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죠.
비행기 안에서도, 내려서도 바로 일을 시켜야 한다면 비행기 좌석을 업그레이드해 줄 수도 있고 그렇죠.
메디게이트뉴스 : 현재 선생님의 처우는 어떠신가요? 막연하게 모르는 의사들은 승용차나 법인카드는 제공받는지, 근무시간이나 연차는 어떤지 궁금할 것 같습니다.
-연차는 일반적인 회사에 준하고요. 하지만 여러 가지 학회가 많기 때문에 일정을 자유롭게 쓸 수가 없어요. 3년 동안 추석을 집에서 보낸 게 작년에 처음이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해외 학회 등이 많아서요.
병원에 있을 때랑 비교해서 근무 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절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총량에 있어서 적지는 않습니다. 1년에 학회가 35회 이상 있기 때문에 주말에 쉬기도 힘들죠.
그 외에 이런 장점들이 있지 않을까? 라셈드 모델 최희. 왼쪽이 구본철 전문의.
('비임상 영역'에 접근하는 의사들이 노동시간과 강도도 그들이 받을 급여만큼이나 적을 거라고 착각하기 십상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QOL만을 생각하고 접근했다간 낭패 본다)
메디게이트뉴스 : 병원 일보다 회사 다니면서 얻는 만족, 뭐가 있을까요?
-저는 사람 만나는 걸 좀 즐기는 편이라 병원에 있었으면 못 볼 사람들을 만나는 게 스트레스이자 얻는 것들이죠.
메디게이트뉴스 :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시는 군요
-네. 기본적으로 네트워크의 범위가 (병원과) 비교가 안 되니깐요.
메디게이트뉴스 : 근무하시다가 그만두려고 하신 적은 없나요?
-있죠. 왜 없겠어요?
메디게이트뉴스 : 어떤 때 주로 제일 힘드나요?
-체력적으로 힘이 들 때도 있고요.
어떤 사람 사이의 갈등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운 좋게도 없었어요. 나쁜 회사는 아닌 것 같아요.
근데 커리어 자체를 무슨 일을 할까에 대해서... 여기가 나빠서가 아니라, "더 좋은 곳이 있는 것 같은데 거기를 갈까 말까" 고민했던 적은 있죠.
제가 (교수) 대기하고 있던 병원에서 자리가 났거든요. 솔직하게 회사에 얘기도 드렸어요.
"좋은 자리가 났는데 감이 안 온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위에서도 "진짜 고민이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이 분야의 경력을 이어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반면 피부과 같은 경우는 현재 시점에서는 독점적인 영역을 사수하는 것이 아니라 뷰티 인더스트리 전체를 키워 리딩 포지션을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폐쇄적으로만 가면 파이는 계속 작아지는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피부과가) 이니셔티브를 다시 가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 제품을 이용중인 외국 의사 인터뷰로 만든 홍보물
메디게이트뉴스 : 피부미용에 장벽이 낮아졌잖아요?
피부과 아닌 여러 과에서 이쪽 일로 진출하고, 피부과는 요즘 자체적으로 접근에 대해 보호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피부과 전문의지만 장비를 판매하시는 회사를 위해 일하시고요. 회사 차원에서는 사실 피부과만을 고려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의료기기 회사에서 근무하는 피부과 의사로서 생각이 궁금합니다.
-저는 슬픈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피부과 의사한테만 슬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 과의 의사들과 친해요. 하지만 모든 과의 의사들과 같은 자리에서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짐작하시다시피요.
직역간의 분쟁에 휘말릴 소지를 두지 않고자 항상 노력하는 편입니다.
개인적인 전망을 얘기하자면,
작은 파이를 가지고 나눠먹는데만 의사들은 골몰하는 것 같아요.
파이를 늘리는데 생각을 해야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영역 침범이라는 것은 사실 제도적으로 영역이라는 게 구분이 있어야 침범이라는 개념이 성립 되는 건데요.
한국은 사실 전문성을 인정하고 구분하는 제도 자체가 부실하니 제도를 개선하는 데 신경을 더 써야지 직역간 분쟁으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피부과 의사가 아닌 사람이 시술을 했을 때 안전성 문제가 빵빵 터지면서 이게 진짜로 (타과에서) 매니지가 가능한가?
그런식으로 사고가 터져서 재조명이 되거나 하지 않으면 직역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그대로 덮여있게 되거든요. 한국 사회의 다른 문제들처럼...
사실은 피부과에서 처음에 적극적으로 미용분야를 (영역침범을) 막지 않았던 이유는
그냥 다른 과 의사들도 동료들인데 현실이 보험만 보면 먹고 살기 너무 힘든 걸 아니까요. 묵인했던거죠.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아지다 보니까, 현실적으로는 피부과 의사가 많은 손해를 보게 된 게 사실이예요.
동료들이라고 생각했던 분들께 돌아오는 것은 직역 전문성에 대한 폄하... 라는 피해의식도 심하구요.
반면 피부과 같은 경우는 현재 시점에서는 독점적인 영역을 사수하는 것이 아니라
뷰티 인더스트리 전체를 키워 리딩 포지션을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폐쇄적으로만 가면 파이는 계속 작아지는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피부과가) 이니셔티브를 다시 가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엔 물론 (타과에서) 당연히 피부과의 역할과 성과를 인정해야 상호 발전적인 방향을 유지할 수 있겠죠.
(민감한 질문에 의외로 대답이 술술 나왔다. 그 나름의 고민했었던 흔적이 보였다.
다음은 그가 근무하는 곳과 했던 일을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회사 내에는 갤러리가 있고, 젊은 신진 작가들을 지원한다.
메디게이트뉴스 : 회사 소개 좀 해주세요
-루트로닉은 치료용 레이저 기기를 만드는 회사이고, 이제 한국 의료기기 회사 중에서는 드물게 세계시장에서 정상권의 위치에 있는 회사에요
메디게이트뉴스 : 이쪽에선 몇 위 정도?
-아시아에선 1위고요, 세계에선 7~8위 정도 합니다.
선생님을 채용하신 대표님은 어떤 분이세요?
-미국 1.5세 교포 출신인 경영자로 미국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후 메디컬 디바이스 잡을 하시다가 "한국에서 레이저가 뜰 것 같은데 과점 상태이니 빨리 시작해야겠다"라고 생각해서 건너왔는데,
오자마자 IMF 터지고...
둘 다 : 하하하하
메디게이트뉴스 : 자수성가 하신 분인가요?
-네, 자수성가에 가깝죠.
이 회사가 그런 게 있는데요. 밥이 생각보다 괜찮거든요? 자꾸 제가 왜 그것을 강조하냐면,
어렸을 때 본인 스스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면서 학비를 벌어서 Yale을 다녔는데 그 일하는 곳의 음식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 했던거죠.
그래서 직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 느끼게 하고 싶었대요. 그리고 "기본적인 게 충족이 돼야 만족도가 높아진다"라는 생각이 있으셔서 먹거리를 신경 많이 쓰세요...하하하.
회사가 자랑하는 식당 <사진 출처:루트로닉 페이스북>
메디게이트뉴스 : 제가 자료를 찾다 보니 '라셈드'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선생님이 이 회사에서 처음으로 주도적으로 맡은 프로젝트이신 건가요?
-사실 한 사람한테 모든 책임을 맡기고 일을 진행하는 그런 구조의 회사는 아니고요.
근데 이제 컨셉을 제가 제안을 하고 프로토타입까지 제가 끌고 간 것은 맞죠. 사업계획서도 제가 쓰고.
메디게이트뉴스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주로 하셨나요??
-일단은 조금씩은 다 관여를 했는데요.
아이디어 컨셉, 리서치, 비즈니스 모델 만들고 제품 초기 디자인, 화장품 개발, 개발의 총괄, 성능시험, 그리고 제품 나와서 전임상, 임상까지...
현재는 마켓팅 서포트와 임상지원이 주 업무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즐겁게 사용도 하고 있구요.
메디게이트뉴스 : 주로 병원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만드신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일하지만, 의사로서 어떤 생각을 하냐면,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우선 환자한테 도움이 되고 동료 의사들에게도 안정적으로 수익모델이 될까?
이런 고민을 계속 해요. 고객들이 다 동료들이니까요.
인터뷰 장소 옆에는 전시 박스가 있었다.
메디게이트뉴스 : 이 자리를 빌려 자랑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어떤 장점이 있나요?
일단은 라셈드(LASEMD)라는 이름 자체가 모든 걸 의미해요.
라셈드라는 이름은 Laser-Assisted Single Effective Molecule Delivery의 이니셜이에요.
기본적으로 어떤 물질을 도입 시키는 과정을 얘기하는 거죠.
그런 개념이 약물에서는 많이 있었는데, 코스메틱에서는 아직 개념이 없었죠.장벽이 몇 개 있었어요.
화장품에서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야 원하는 성분만 잘 전달이 될까?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피부과 의사로서는 사실 성분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reference가 생각보다 부족했어요.
화장품의 그 많은 성분들 중 어디까지 좋고 내가 뭘 기대할 수 있는지 익스펙테이션(기대) 자체가 의사들이 불명확한 거에요
그럼 레이저 측면에서는 이거를 어떻게 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가?
화장품은 기본적으로 피부를 통해 들어가니깐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어떤 레이저가 어느 깊이까지 도달하는 것이 제일 좋고 부작용이 없나?
회사에서 제일 잘하는 게 레이저니깐...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보자.
그런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접점을 찾은 게 라셈드라는 제품이죠.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렸건만... 말을 끊을 수가 없었다)
메디게이트뉴스 : 처음에 본인이 제안을 하신 건가요?
-사실은 이게 지금 전 세계적으로 화두인데 실제 실용화가 많이 되진 않았고요
그동안 대부분이 의사들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해서 만들어졌어요.
아직 잠재적 시장은 있고, 의사들이 믿고 쓸만한 제품은 거의 없으니,
"우리가 만듭시다" 한거죠.
메디게이트뉴스 : 회사의 반응은 어땠나요?
-긍정적이었지만, 누가? (만들까)라는 문제가 됐죠
그래서 사실 개발 스토리를 얘기해 드리면, 사실 좀 (외부에서) 의아해 하시는 게, 의사들이 화장품 개발에 관여하는 경우는 있지만, 전체 과정을 관여하는 경우는 많이 없어요. 모 병원처럼 자기의 이름을 빌려주거나 코멘트를 해주거나 브랜드 네임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아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실험을 자기가 하고 만든 경우는 많이 없죠.
그런데 그 (진행과정) 얘기를 다 해드릴 수가 있으니 기대했던대로 와 이거 뭐지? 이런 반응이 있는 거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 출시된 지가?
-1개월 됐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아직 반응을 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인가요?
-메르스 때문에...하하하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쁘진 않은 거 같습니다.
피부과가 사실 지금 비수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데 구매 드라이브가 걸리는 것은 좀 흐름을 타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곧 국외 런칭도 할 예정이고요
(그 뒤에도 ‘라셈드’ 관련 얘기가 길게 이어졌다)
메디게이트뉴스 :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여쭤보겠습니다. 이쪽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후배들에게 혹은 다른 의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실 건가요?
저는 일단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즐거웠어요.
회사에 도움을 많이 줬다고도 생각합니다.
너무나 변수가 많아서 한마디로 설명할 순 없지만,
제가 강의를 나가면서도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어요.
사실 이쪽 일은 누구나 하는 일은 아니고, 남들이 잘 안 하는 일이잖아요?
이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할 거 같아서요
회사가 좋고 안 좋고는 별개의 문제고요.
비유를 들어서 제가 설명을 하면, 목이 마른 상태에서 편의점을 들어가면 음료수가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거든요. 선택지가 정말 많죠.
하지만 그중에는 항상 먹는 것만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고, 새로운 게 나왔으면 그것을 선택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죠.
보통 의대생들은 97% 정도가 전자더라고요. 하지만 나머지 3%는 아무리 목말라도 새로운 것을 먹고야 말죠.
아직까지는 이런 게(비임상 분야) 다른 분들께 보편성을 가지고 있거나 뭔가 전형적이다라고 말할만한 삶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새롭고 재밌고 도전적인 것을 즐긴다'라고 생각하면 재밌게 일할 수 있는 기회인 거 같습니다.
'하필' 인터뷰 날이 창립 기념일이라고 스테이크와 대통밥이 메뉴로 나왔다. <사진 출처:루트로닉 페이스북>
인터뷰 중간에 회사에서 자랑하는 점심을 얻어 먹고, 나머지 질문을 끝내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구본철 이사는 인터뷰 내내 '어떤 회사가 좋고 나쁜지' 혹은 '비임상분야에서 일하는 게 어떤지?'를 궁금해하기 전에 스스로가 누구고 무엇을 좋아하는 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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