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나군호 소장이 제시한 미래병원 화두, 원격의료 등 새로운 의료시스템

병원경영학회서 포스트코로나 전망…기술 융복합에 따른 정밀의료, 직원-환자-데이터-기업 초연결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모든 사회 분야에서 전례없는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래의 병원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4일 열린 한국병원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 ‘미래를 위한 병원의 도약’ 세션에 참석한 연자들은 '원격의료', '세분화와 기술 융복합', '초연결'을 미래 병원의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원격의료, 코로나19 계기 부정적 인식 해소하고 급성장우수 의료진 확보 여전히 '중요'

지난 연말 연세의료원에서 네이버로 자리를 옮기며 주목 받았던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의료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해소됐다”며 원격의료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이 같은 현상이 향후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원격의료를 전면 도입했던 일본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온라인 초진까지 허용하면서 관련 서비스 이용량이 2~3배가량 급증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큰 타격을 입었던 미국도 마찬가지다. 연평균 9.2%로 예상되던 원격의료 성장률이 코로나19 이후 폭증한 수요로 인해 지난해 약 75%를 기록한 것이다.

나군호 소장은 이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의료시스템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 주목했다.

그는 “미국에서 이뤄진 설문에서 앞으로도 원격의료를 이용하겠단 비율이 75%가 넘었다”며 “미국에선 부정적 인식이 일거에 해소되고 있고, 중국과 일본도 각각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 철폐가 이뤄지며 의료시스템이 미래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소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국내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도 의료질과 큰 병원으로의 환자쏠림에 대한 의료계 우려 불식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올해 초 코로나19 이후 이뤄진 150만건의 원격진료에 대한 분석이 있었는데 다행히 의료사고 등 질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의료계에선 환자 쏠림 우려도 컸지만 실제로는 전체 환자의 53%가 개인병원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오히려 노인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접근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해야할 것이냐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나 소장은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래의 병원이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더라도 결국 이를 활용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안정적인 의료진 수급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며 “우수한 의료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대응 시 인센티브의 제도적 보장 등과 같이 명시적 보상 체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병원 내에서도 고객 및 전문센터별로 세분화…기술 융복합 통해 '정밀의료' 모색

세션 두 번째 연자인 성만석 엘리오앤컴퍼니 전무이사는 미래 의료 실현을 위한 병영 경영전략의 3대 트렌드인 ▲고객 속성에 따른 세분화  ▲역할과 기능 세분화  ▲기술 융복합에 대해 발표했다.

고객 속성에 따른 세분화는 기존에 병원 방문객들의 특성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구축돼 있던 병원 건물 및 기능들을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래와 입원 환자의 동선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각 진료 영역별로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성 전무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전문센터별로 별도 운영되고 있다”며 “외국 대다수 병원들은 단순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나 운영 체계도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할과 기능 세분화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최상위급 병원들이 수술을 담당하고, 의원급 병원들이 외래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실제 존스홉킨스병원과 매스제너럴브리검병원의 경우 최상위병원에서는 실입원환자 대비 입원수술건수 비율이 40~48%에 달한다. 반면 지역 종합병원급은 해당 비율이 18~24% 수준이며 의원급 병원들은 외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성 전무는 “상급종합병원에 오래 재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상종에 대한 중증도 관리에 더해 일일 외래환자 수를 제한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기술 변화 측면에서는 첨단 장비와 진료과간 기술 융복합이 특징으로 언급됐다. 미국 다트머스병원에서 시행 중인 수술 중 방사선치료(Intraoperative radiotherapy)나 진단과 동시에 치료를 하는 테라노스틱스 등 기술 융복합이 정밀의료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 전무는 “기존에 당연하게 여겨지던 장기별 팀이 이제는 진단과 치료를 합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며 "의료계의 화두가 돼 온 정밀의료가 단순 개념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스마트병원, 기술보다 가치 중심…직원-환자-데이터-기업 모두 이어진 '초연결' 병원

마지막 연자로 나선 김재학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센터장은 아산병원이 스마트병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구체적 사례들을 소개했다.

김 센터장은 “미래의 스마트병원은 화려한 기술보다는 의료 질, 환자안전, 환자경험, 생상성 등의 가치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병원이 갖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했던 작업들에 대해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이노베이션센터는 10년간의 VOC∙VOE 분석, 608명의 병원 구성원들 대상 설문 및 인터뷰, 4년간의 PI자료 분석 등을 기반으로 실시간 기기위치 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김 센터장은 “간호사들의 업무를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인퓨전 펌프와 같은 기기들을 매번 찾으러 다녀야 하는 것”이었다며 “인퓨전 펌프에 작은 태그를 부착하고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하자 1일 22시간(2.7명)의 업무 감소 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사례는 스마트 수술실이었다. 실수를 줄이고 효율성 높은 수술실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이 구축됐다.

안면인식을 통한 환자 체크, 개별 의료진이 아닌 시스템을 통한 타임아웃이 가능해졌고 통합 뷰어를 수술실 내 양쪽에 설치해 수술실 내 모든 의료진이 동일한 정보를 볼 수 있게 했다. 이 외에도 태블릿을 통한 수술실 외부와 소통, 외부 컨퍼런스 기능 등도 추가됐다.

세 번째는 IBM과 진행한 자동화 작업 중 하나인 병상배정 업무 자동화였다.

병상배정은 중요한 작업이지만 업무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워 담당자들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었는데 자동화 이후 에러율 0%, 병상 배정 소요시간 최대 20분 단축, 담당자 업무시간 1인당 일평균 3시간 절감의 성과를 이뤄냈다.

김재학 센터장은 “스마트 병원에서는 이처럼 기술에 힘으로 능력이 증강된 직원들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며 “스마트 병원은 한 마디로 사람, 환경, 데이터, 기업이 서로 연결돼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초연결 병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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