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위험 높이는 '얼굴 만지는 습관'···인공지능이 잡아낸다

컴퓨터·노트북 카메라 이용해 얼굴에 손 닿으면 즉각 감지해 알림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왼쪽 두 번째)와 의료영상지능실현연구실 연구진.
"사람은 하루에 최대 3000번 얼굴을 만져요." "하루에 3000번?" "매분 3~5회요."

이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뒤늦게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바이러스 재난 영화 '컨테이전(2011)'에 나오는 대사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이 눈, 코, 입 점막에 수시로 닿고 있다. 바이러스는 손을 매개로 전파될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눈, 코, 입 등 얼굴 만지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예방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얼굴 만지는 습관을 인지시켜 손을 씻게 하는 무료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긴급히 개발해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와 의료영상지능실현연구실(MI2RL)은 손으로 얼굴 만지는 동작을 91%의 정확도로 감지해 알리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얼굴 만지지 마세요/손 씻으세요(DONT/WASH, DO Not Touch your face/WASH your hand)' 최신버전을 소프트웨어 개발플랫폼 '깃허브(github)'에 지난 17일 배포했다.

개인 컴퓨터나 노트북에 카메라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돼 있으면 이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으며 얼굴을 무심코 만질 때마다 모니터에 '얼굴 만지지 마세요'라는 알림 메시지가 떠서 습관을 교정하는 데 도움 받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대중교통이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얼굴 만지는 행동을 자제할 수 있게 돼 개인의 감염병 예방은 물론 국가 감염병 확산을 막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위해 영상 행동 분류에 탁월한 성능을 입증한 'I3D 신경망'을 사용했다. 이 신경망은 400여 가지 행동 영상 데이터를 이미 학습해둔 상태로 이번 연구에서는 얼굴 만지는 것과 관계된 동작 11가지를 추가로 학습했다.

얼굴을 만지는 행동은 ▲마스크 쓰기/벗기 ▲코 만지기 ▲턱 괴기 ▲눈 비비기 ▲머리 쓸기 ▲안경 만지기 ▲전화 받기로 8가지였다. 한편 ▲컵으로 물 마시기 ▲휴대전화 만지기 ▲키보드·마우스 사용하기 3가지 동작은 손이 얼굴에 정확히 닿지는 않아 인공지능 모델이 걸러야 할 행동으로 정의했다.

학습에는 이 11가지 동작을 담은 3차원 데이터 19만 장이 사용됐다. 해당 데이터는 서로 다른 10개 장소에서 얼굴 만지는 행동을 촬영한 동영상(105분 분량)에서 획득했다.

모든 학습을 마친 인공지능 모델은 최종적으로 '얼굴 만지는 행동'과 '얼굴을 만지지 않는 행동'을 분류하는 성능평가를 거쳤다. 그 결과 약 5초(16프레임/초)마다 동작 평가를 수행하면서 사람이 얼굴을 만지는 순간 모니터에 '얼굴 만지지 마세요!'라는 알림 메시지를 띄웠다. 정확도는 91%로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의학협회지(JAMA) 등 많은 국제학술지에서는 얼굴 만지기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꾸준히 경고하고 있다. 이에 우리 의료영상지능실현연구실(MI2RL) 연구원들이 사회적 재능기부 취지로 의기투합해 사람들에게 얼굴 만지는 행동에 대한 경각심을 주어 손을 자주 씻게 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감염병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는 만큼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신속히 공개하게 됐는데 아직 개인 사용환경에 따라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컴퓨터에서 실행시켜야 하는 제한점이 있다. 이러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프로그램을 고도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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