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가감산 확대는 의사 길들이기

"의사 전문성을 돈으로 조정할 수 있나요?"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내년부터 항생제 처방을 많이 한 의원에 최대 5%까지 감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의사들은 '처방행태 길들이기'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의사들은 항생제 처방을 과도하게 하는 의원의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단순히 돈으로 전문가의 권한을 훼손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2018년부터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기관과 처방률이 높은 기관에 대한 가산과 감산을 현행 1%에서 최대 5배까지 상향 조정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2016년 8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발표하며 '의료기관 항생제 적정성평가 강화'의 일환으로 항생제 적정사용에 따른 가감지급 확대사업을 실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내년부터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목표치를 달성하거나 전년도보다 감소한 의원은 외래관리료 가산 지급률을 최대 5%로 상향하고, 처방률이 70% 이상인 의원은 외래관리료 감산비율이 1%에서 5%로 조정된다.
 
이와 함께 심평원은 지난달 열린 '37회 심평포럼'에서 항생제 처방 관련 가감지급사업을 최대 10%까지 확대하는 모형을 설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항생제 줄이기 정책 방향이 의사의 전문성을 의심하고 훼손하는 것이며, 돈으로 의사의 진료 방식을 조종하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에서 개원하고 있는 A씨는 "의원마다 환자의 구성도 다르고, 경중도 다를텐데 서류만 가지고 항생제 과다처방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면서 "무조건 가감산으로 처방행태를 길들이려는 시도는 전문가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런 방식이라면 앞으로 감기란 상병은 사라지고 항생제 처방을 위해 기관지염이나 부비동염, 폐렴과 같은 중증상병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물론 의사들도 전문가로서 믿음을 주고 자정활동도 필요하겠지만 서류상으로 판단하는 항생제 처방 적정성 여부는 당위성과 정확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정말로 다른 국가보다 항생제 처방량이 많은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과 항생제 내성발생이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항생제 내성균은 사람, 농·축·수산, 식품, 환경 등 다양한 경로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원헬스(One-Health, 다학제협력전략)' 접근에 따른 포괄적 관리가 필요하며, 의료기관 처방행태만을 규제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모 의원 가정의학과 B씨는 "정부는 항생제 처방이 OECD 평균 이상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지난 2013년 OECD가 공개한 '한 눈에 보는 보건의료(Health at a Glance)'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는 더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OECD '한 눈에 보는 보건의료(Health at a Glance)'

더불어 B씨는 "항생제 내성발현을 근거로 자꾸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을 문제 삼는데 정말로 항생제 내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축, 축산 수산업 등 다른 환경의 원인도 크기 때문에 정확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내년에는 5%지만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며, 항생제 뿐 아니라 다른 약물에서도 의료계를 규제하는 정책도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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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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