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주최 국회 토론회, 건보공단 "제도발전협의체 통해 개선 논의"…복지부 "보상의 적절성과 지속가능성 관건"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매년 5월 마지막 날 밤샘으로 진행되는 건강보험 수가 협상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의협은 현재의 수가 협상이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구조라고 지적하며, 최소 협상 전까지 밴드 규모 및 결정 근거를 공개하고 객관적인 중재 기구를 통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마련한 4가지 새로운 수가협상 모형을 토대로 가입자, 공급자, 정부와 건보공단이 함께 참여한 수가계약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개선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14일 2시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과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건강보험 수가협상 제도 개선 방안'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수가협상의 불합리성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2008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의협은 절반이 넘는 협상 결렬을 경험했고, 이는 현행 수가협상에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와 의료공급자, 가입자 모두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가협상이라는 의사결정 과정이 일방적 결정과 통보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에서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합리적 협상에 의해 결정될 수 있도록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현 수가협상 SGR모형 문제 지적…협상 전 밴드 규모 및 결정 근거 공개, 객관적 중재 기구 요청
이날 발제에 나선 조정호 보험이사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유형별 환산지수 변화표를 소개하며 13년간 병원의 환산지수가 의원, 치과, 한방, 약국보다 낮게 인상된 것을 지적하며 우리나라 수가협상 제도의 비합리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병원은 의원, 치과, 한방, 약국보다 낮은 수가인상률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정호 보험이사는 "이는 불완전하지만 원가보전을 추정하고, SGR 분석 등으로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을 위한 근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부 또는 가입자단체도 병원의 수가를 타 유형보다 낮게 인상해야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보험이사는 "의원 등은 병원급에 비해 단위 시간당 의료행위 시행빈도가 낮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방식의 원가 절감을 추구할 수 없고, 일차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질환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동일한 수가로 병원급과 경쟁할 수 없는 원가구조가 필연적으로 형성된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고, 의원 등에서 감당해야 하는 환자 1인당 원가 수준이 계속 높아지면서 현재의 환산지수 격차만으로는 일차의료 서비스 제공에 가해지는 어려움을 완화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조 보험이사는 "실제로 단일수술 및 처치료에서는 의원 수가가 상급종합병원보다 높거나 유사할 수 있으나, 상급종병에서만 산정 가능한 항목인 의료질평가지원금, 상종에 유리한 간호등급제 등 가산, 상종에서 가능한 다양한 검체검사 및 영상검사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상급종병의 진료비 총액이 의원에 비해 높은 현실"이라고 했다.
이러한 수가협상 현황 속에 오늘날의 수가계약제도는 공단 이사장이 계약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내용에 따라 협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조 보험이사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결정한 밴드 재정 폭 안에서 공단이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각 유형별 순위 및 재정 증가 폭만을 결정해 공급자에게 통보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 공급자단체 입장에서는 공단에서 제시한 최종인상률의 수용여부만을 결정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는 공정하지 못한 협상구조다"고 문제 삼았다.
또 "공단이 매년 수가 협상 시에 이용하는 SGR 모형의 한계로 실제 도출된 결과를 협상에서 그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순위만 이용하고 있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밴드 결정 또한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되기보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감과 2% 및 1조원이라는 심리적 상한선을 감안해 매년 2% 이내 수준에서 통제되고 있다"고 객관적 근거자료의 부재도 지적했다.
건보공단이 재정소위를 당일 저녁까지 개최해 밴드 규모가 늦게 결정돼 발샘 협상이 진행되고, 수가협상 기한을 넘어 버티기식 협상이 진행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수가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협상 결렬 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고 있으나 공급자 측 입장이나 근거자료에 대한 논의과정이 부재하고 타 유형간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협상과정에서 공단이 최종 제시한 인상율로 결정한다.
조 보험이사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 위원을 참여하도록 하고, 물가인상률, 최저임금 등 객관적 상황을 감안한 기본 밴딩 규모를 설정해야 한다. 또 그 외 인상률에 대해서는 공단 수가협상단에 재량권을 부여하는 이원화체계를 마련하고, 재정운영위원회는 협상 전 밴드 규모 및 결정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건정심 심의‧의결 전 중재기구를 통한 중재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건정심 위원으로 협상 당사자인 공단이 공익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합리적인 중재과정을 위해 공급자 및 가입자가 동수로 추천하는 보건의료전문가로 구성한 별도의 중재기구를 신설해 협상 결렬 시 해당 중재기구가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보공단, GDP 의료물가지수 반영 등 4개 모형 도출…제도발전협의체에서 논의 약속
국민건강보험공단 김남훈 급여보장실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가들이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로 보건의료비 지출 증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속에 지불 제도를 어떻게 개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행위별 수가제도로 돼 있어, 공단과 의료계가 하고 있는 환산지수 협상만으로는 행위별 수가제와 불균형이 있다"고 인정했다.
김남훈 실장은 "미국도 SGR 모형을 폐기한 것처럼, 코로나19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SGR 모형은 밴드 결정 기준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공급자들이 의료 경영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적정 수가 결정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안다"며 "보험자인 공단이 재량권이 없다보니 가입자와 공급자를 균형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분도 아쉬운 점이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공단도 문제를 인지하고 나름대로 노력해왔으며, 의료계와 함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 한다. 올해 5월 수가협상에서도 내년도 환산지수에 사용할 SGR 모형을 변함없이 사용했다"라며 "하지만 진료비 누적 기간도 해소하고, 비용 가중치도 최신자료로 고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환산지수 종별 가산율을 연계해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연구 용역도 하자고 해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체계를 만들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구 고령화, 소득 탄력성을 반영한 모형, 한국은행에서 매년 예측하는 GDP를 반영한 모형, 의료현장의 인건비, 관리비 등 지출내역과 물가지수를 반영한 모형 그리고 독일 연방정부에서 사용하는 GDP 의료물가지수를 반영하는 모형 등 4가지 모형이 제시됐고,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자세하게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손호준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이 보건의료환경에서 많은 역할 해왔다. 다만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라든지 보상의 적절성의 문제는 남아 있다"며 "고령화와 제도적 요인으로 인한 지속가능성의 문제도 있고, 수익구조도 같이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공청회 때 발표했던 지출 효율와 중심의 단기대책뿐 아니라 내년에는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도 세우는 만큼, 그 안에 주요한 내용을 담아 근본적인 대안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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