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의료공백 문제를 8일 돌연 '외국 의사'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장 의료진은 외국의대 졸업자가 갑자기 국내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더러, 국제적으로 국가별 면허제도 상호 인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젊은의사들을 중심으론 헝가리의대 등 기존에 국내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것이 힘들었던 부실의대 졸업자들이 대거 국내 의료계에 진입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달 20일까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지금의 의료공백 사태처럼 '심각' 단계에 올랐을 경우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 지원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지부 장관 승인만 있다면 외국에서 딴 의사 면허를 갖고 한국에서 의료행위가 가능해진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진료역량과 언어 등을 고려하겠다고 한 점을 감안하면 외국의대를 졸업한 한국인이나 해외 의사면허를 취득한 교포 등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을 바라보는 현장 의료진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우선 현장에서 환자들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현실성이 없다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해외 의사면허 소지자가 갑자기 다른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 없는 정책이라 기가 막힌다"고 입을 뗐다.
이 공보이사는 "면허 제도상 상호 인정이 필수적인데 어느 국가가 의사 면허를 상호 인정해주겠나"며 "이것부터 말이 안 되는데, 일방적으로 우리만 외국 의사 면허 인정한다고 해도 어느 나라 의사가 한국 수련 병원에서 일하러 오겠나. 아마 우리나라보다 경제적 후진국에서 들어올 가능성이 있고 언어 소통 문제, 의료의 질 문제 등 정말 환자 안전에 직결된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조춘규 정책부회장도 "현장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절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짧게 일축했다.
공정성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번 정책을 계기로 외국 부실의대 졸업자들이 대거 국내 의료계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자격 미달인 외국의대 인증 시스템 개선을 요구해 온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모임(공의모) 박지용 대표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것은 그동안 공의모가 편법 문제제기를 해온 헝가리와 우즈벡 등 일부 부실 해외의대 졸업생"이라며 "이번 복지부의 의사면허 개방 대상이 되는 외국의대 졸업생들은 해외의대 졸업생 중에서도 의사면허를 통과하지 못한 하위 50%에 해당한다.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공정성 문제도 불거질 우려가 높다. 헝가리 등 해외의대 졸업생 대부분은 금수저 집안이 대부분이다. 특히 병원장 자제들이 아버지 병원 물려받으러가는 경우가 많다"며 "의사 연봉이 높으니 의대증원을 해야 한다 해놓고 아버지 병원을 물려 받을 헝가리의대 졸업생들에게 한국의사의 길을 활짝 열어준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번 정부의 초강경 대응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사직 전공의인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정상적인 자격이 있는 의사들이 들어온다면 불만이 없지만, 최근 헝가리의대 등 부실 의대 사태를 포함해 진료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들도 국내 진료를 할 수 있는 부작용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채 홍보이사는 "애초에 정부는 의료개혁의 목표 자체가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본인들에게 상황이 불리해지니 협박에 가까운 수준으로 전공의 아니어도 일할 사람은 많다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개혁의 목적 자체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기는 어디에 두고 후진국 의사를 수입하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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