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의료대란 막겠단 정부, 의료계와 소통은 뒷전인데 과연 가능할까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에서 의료체계가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비상진료체제는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의료 현장을 한 번 가 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특히 지역의 종합병원들에 가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응급실 현황’ 자료를 확인해 봤더니, 365일 24시간 응급실 운영 때 매 근무에 2명 이상을 두려면 응급실에 최소 12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8월 21일 기준 전국 44개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31곳(70.5%)은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12명 미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26일 "추석 민생 안정과 비상진료 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고, 정부는 2024년 추석 연휴 응급진료 체계 운영 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응급의료기관 응급의료시설은 평소와 동일하게 24시간 진료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세종충남대병원과 강원대병원 응급실이 9 월 내내 야간 응급실 운영을 멈출 예정이지만 추석 연휴 3일간은 예외다.
 
정부는 추석 연휴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250%까지 올려 응급의료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응급실 의사들이 번아웃으로 나가 떨어지고 있는데, 진찰료를 더 줄테니 추석 때 쉬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고 명령하는 것과 다름 없다.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문 여는 동네 병·의원 및 약국도 지정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신청기관이 부족할 경우 지자체장이 당직 의료기관으로 지정해 강제로 문을 열게 만들겠다고 한 데 있다.
 
지정 받은 의료기관이 문을 열지 않으면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인 경우 15일간 업무 정지 행정처분을 내리고, 비응급 의료기관인 경우에는 행정 지도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연휴 기간 동안 문 여는 병원 및 약국 운영 여부를 유선 점검하고, 필요시 현장 방문까지 병행해 문을 열지 않으면 처벌할 것이라고 겁주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와 시전에 단 한번의 협의 조차 없이 달랑 공문 하나로 원할하게  추석 연휴기간 중 문을 여는 병의원 및 약국 운영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 행정으로 추석 의료대란이 없다는 대통령의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수 있도록 구체적인 당직 의료기관과 인건비 등 운영방안을 처음부터 상의하는 게 행정의 기본 중 기본이다, 정부가 기본적인 노력조차 없는 걸 보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료대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잔꾀로 보인다.
 
추석 연휴 동안 정부가 추석 연휴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250%까지 올리겠다고 하면서도 강제로 운영하게 한 병·의원은 그 대상도 아니다. 당직 의료기관으로 강제로 지정된 병·의원의  수가 산정 기준으로 공휴일 가산 야간 외에 추가 근무를 하는 병·의원 인건비 가산 비용 등  비용 증가를 감당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지원기준조차 없다.
 
이처럼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인 정부의 의료정책 집행은 의정갈등을 악화시킬 뿐이다. 의료기관과 정부 간의 상호 협의와 의견 교환은 중요하며, 정책의 시행 전에 적절한 소통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추석 연휴 의료대란을 방지하고 싶다면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 부터 발표하는 게 맞다. 그러면 의사들은 강제지정이 아니라도 자발적으로 문을 열고 응급실 자원봉사로 의료붕괴를 앞장서 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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