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기능 마비돼도 문만 열면 된다?…진료축소 근무표 짜자 '업무명령' 협박까지

업무명령 응하지 않을 경우 '응급의료 거부'로 면허‧자격 정지 가능…복지부, 병원 측에 영업정지 및 과징금 부과 등 압박

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현 응급의료 공백 위기를 부인한 가운데 모 국립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응급실 진료공백 방지를 위한 업무명령'이 내려진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오랜 업무부담으로 당직이 빈 9월 근무표를 제출했는데 병원 측이 이는 '응급의료 거부'가 될 수 있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상시 응급실에 근무하는 것으로 기재된 근무표로 작성해 제출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소속 전문의들이 병원으로부터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응급실 진료공백 방지를 위한 업무명령'을 받았다.

해당 전문의들은 전공의 이탈로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려왔고, 이에 9월에 야간 당직 근무를 제한하는 근무표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러자 병원 측은 "복수의 응급의학과 소속 의료진이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기재된 근무표를 즉시 변경하라"며 "의료진이 연중 상시 응급실에 상주근무하는 것으로 기재된 근무표를 작성해 보고절차를 통해 제출하고 이를 이행하라"고 명령했다.

병원은 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업무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병원장이 직접 근무를 편성, 근무표를 작성해 업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하겠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본원 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는 진료시설로 전문의들의 결정으로 진료공백이 발생할 경우 근거 법에 따라 각종 처분의 대상이 된다"며 "전문의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근무를 축소한 정황이 응급의료의 거부에 해당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만약 해당 전문의들의 진료 축소가 '응급의료 거부'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해당 전문의는 자격의 취소 또는 면허‧자격 정지를 받을 수 있고, 병원 측은 영업정지 및 과징금 부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해당 업무명령은 병원장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게 내린 것으로, 복지부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복지부는 추석 연휴에 4000개소 이상의 당직 병‧의원을 운영한다는 내용의 추석 연휴 대비 응급의료체계 유지 특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해당 병‧의원이 실제로 환자를 볼 수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24시간 운영되긴만 하면 문제 없다는 인식이다"라고 꼬집은 바 있다.

실제로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응급실 종합상황판에는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특정 진료과는 인력 부족으로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료 불가능 메시지가 수십개 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28일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추석 응급의료 공백 위기에 대해 "여러 문제는 있지만 비상진료 체계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의료 현장에 한번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응급실 셧다운은 없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응급의료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최근 상급종합병원 기조실장을 불러 놓고 응급실 불만 끄지 말라고 단도리를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간판만 응급실이라고 달면 끝인것인가. 실제 국민들이 어떤 위협에 처해 있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다. 정말 응급의료 현장에 나와 국민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는가"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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