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현장에선 응급실 뺑뺑이∙진료 적체로 사망 줄이어…의료계∙환자∙정치권 한목소리 우려에도 '외면'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대란과 관련해 “별문제가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환자, 정치권이 입을 모아 의료대란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하는데 대통령실만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정 브리핑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의료대란의 심각성에 대한 의료 현장과 대통령실의 인식이 다른 것 같다는 기자의 질의에 “의료현장을 한 번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일단 비상진료 체제는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민들이 강력히 지지해 주면 비상진료체계가 의사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현장에서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대 교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전해오는 얘기와는 괴리가 크다.
실제 최근 일선 의료 현장에선 입원, 응급실 진료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A 교수는 “요즘은 교수 부모들도 입원이 잘 안 되고 많이 돌아가신다”며 “(대통령이) 기자에게 병원에 가서 확인해 보라고 하던데 누가 현실 인식을 잘못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지난 27일 YTN ‘뉴스온’에 출연해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자리가 없어서 입원을 못 해 뺑뺑이를 돌다가 지난주에 돌아가셨다”며 “이런 상황을 한 번 거치고 나니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다. (정부가)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는 것 같다”고 했다.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들어선 여당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내 간 이식의 약 40%를 담당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올해 2월부터 지금까지 간 이식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39%가 줄었다고 한다. 내년 2월까지 이식 대기자가 줄을 섰는데 3달이던 대기 기간이 6개월로 2배가 됐다”며 “병원 측은 2월에서 8월까지 최소한 10명 이상이 대기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게 아산병원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모든 개혁에는 부작용과 고통이 뒤따르니 버텨야 한다라는 주장은 타당하다”면서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를 개혁이란 이름으로 무작정 밀어붙일 수도 없다. 10년 뒤 개혁 효과를 위해 지금 죽어도 좋다고 말할 환자와 가족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증원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의정 갈등 사태가 ‘극적 타협’이 아닌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한 사직 전공의는 “의료현장 전문가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현장에 가보라는 얘기가 대통령 입에서 나올 줄 몰랐다. 스스로 불통 이미지를 더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 본인의 퇴로를 없앤 건 물론이고 전공의가 복귀할 이유나 명분도 없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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