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정원 폐지하면 의대정원 700명 증원도 가능하다

대체의학 인정하는 국가는 OECD 38개국 중 한국 1곳에 불과...한의대 정원 700명 폐지 시 OECD 평균 가까워져

[칼럼] 박지용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 대표·신경외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8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사인력 확충을 결정했다고 한다. 의협 측은 정원확대가 결정된게 아니고 부인했다. 하지만 합의사항 2항은 의사인력이 확충된 상황을 전제 하에 서술됐기에 의대정원 증원은 사실상 확정됐다 봐도 무리가 없어보인다. 다만 확충 규모와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의정 합의문에서는 의대정원 확충을 위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겠다고 한다. 확충 규모에 대해서는 모두가 주관적인 계산을 하면서도 동시에 본인들은 객관적이라고 생각할텐데, 실제로도 객관적인 평가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350명에서 500명 증원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여기에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나.

감탄고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하면 받아들이고, 불리하면 배척하는 행태를 말한다. 의료정책 전문가들도 감탄고토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다.

소위 의료정책 전문가들이 의료 제도를 논할 때 특히 의대정원을 논할 때 'OECD 평균'은 금과옥조다. 의사 수를 늘려서 OECD 평균만큼 만들어야한다고 한다. 하지만 수가나 의료사용량(입원일, 진료횟수 등)을 얘기할 때는 OECD 평균을 논하지 않는다.

사실 통계를 인용할 때는 변수가 너무 많고 무언가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려면 디테일이 필요하다. 의사 수를 논할 때는 의료공급량 통제를 유도하는 포괄수가제 국가들이 아닌,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행위별수가제 국가들과 비교해야 한다.

행위별수가제는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유도하는 제도다. 그래서 의사 1인당 의료공급량이 많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이 대표적이다. 이 나라들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우리나라, 미국, 일본 순으로 2.5명, 2.6명, 2.6명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많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에는 허점이 있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2.5명 중 0.4명이 한의사라는 사실이다. 인구 10만명 당 의대 졸업자(Medical graduates) 수 7.2명, 즉 매년 3700여명의 졸업자 중 700명도 한의대 졸업자다. 이들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행위별수가제를 시행하는 미국과 일본보다도 적은 것이다.

사실 OECD국가에서 한국의 한의사를 의사 수에 포함시키는 이유는 정확히 알려져있지 않다. 그저 의사 수 통계에 한의사를 포함했다며(Includes Korean oriental medicine doctors) 데이터 출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Health Insurance Review & Assessment Service)으로 밝혔을 뿐이다. 한의학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국가적, 정책적으로 의사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해서가 아닐까 싶다.

한의학 같은 고대로부터 전래돼온 대체의학을 현대의학과 별개로 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도 중국, 인도 등이 있다. 하지만 OECD 국가 중에는 한국이 유일하다. 의료 정책에 OECD 평균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면, 한의학이라는 대체의학을 별도로 인정해주고 있는 대한민국의 의료제도도 OECD의 평균 이하 아닌가.

한의사들은 의사를 양의사라고, 현대의학을 양의학이라고 폄하한다. 의사협회를 양의사협회로, 최근에는 양방사협회라는 당황스러운 명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현대의학을 서양의학이라며 폄하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다. 한의학의 정체성이 현대의학의 과학적 방법론 자체를 거부한다는 의미다. 이런 학문을 국가적으로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근거는 충분한가.

한의사 개개인은 우수한 사람도 많다. 개인적으로 똑똑하고 인격도 훌륭한 한의사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한의학의 학문적, 이론적인 기반과 그에 따라 이뤄지는 교육을 고려할때 한의학을 연구대상이 아닌 의사나 치과의사와 동등한 수준으로 발급되는 별도의 면허 형태로 제도적인 관리 대상이 보는게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당장 한의사 면허 시험만 봐도 연구보고서에 뇌종양 환자의 CT영상을 보여주고 뇌경색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진 청폐사간탕을 정답으로 내놓기도 했다. 어설프게 의학을 따라하다 오진을 한의대 교수들이 보여준 것이다. 초음파를 68회나 시행하고도 암을 못 찾아내 치료시기를 놓친 한의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의사들이 자주 하는 주장 중 하나가 한방치료도 SCI 논문으로 입증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것도 근거로 충분치 않다. 그렇게 치면 타이마사지도 치료효과를 입증받은 SCI 논문이 많다. SCI 논문에 등재된 타이마사지의 효능은 만성통증, 만성두통, 면역증강, 천식, 뇌졸중 후유증 등 한두개가 아니다.

SCI 논문이 등재됐기 때문에 한방치료에 건강보험이 인정돼야 한다면 타이마사지도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타이마사지는 물론이거니와 의과 도수치료조차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한의학 추나요법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말이다. 한의학이 국가의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5월25일 한의사협회가 한의대 정원을 축소하고 그만큼 의대 정원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언론에 언급된 의대정원 증원 인원은 350명에서 500명으로 한의대 정원 700명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거꾸로 말하면 한의대 정원을 절반 이상 줄여도 국민 보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뜻 아닌가. 얼마나 한의사의 역할이 없기에 심지어 공식 협회가 그런 주장을 하나.

한의학은 전통의학으로서 소위 민족의학이라는 이유로 정부기관의 특혜를 받아왔고 한의사는 의사에 준한 지위를 인정받았다. 민족주의 색깔이 짙은 정책이다. 그러나 세계 선진국 중 어느나라도 우리나라처럼 민족주의를 긍정하는 나라는 없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2차대전 독일의 유대인 말살정책 이후로 민족주의가 사실상 사장됐다. 현대 유럽에서 정치인이 민족주의를 외쳤다간 곧바로 극우 딱지가 붙어버린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제시대의 영향으로 최근까지 민족주의 열풍이 거셌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그 때의 한국이 아니다. 지금의 한국은 경제가 일본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와 심지어 일부 기관은 올해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역전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더이상 일본에 열등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경제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BTS와 블랙핑크가 빌보드차트를 휩쓸며 전세계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동경하고 있다. 소위 '착한 민족주의', '저항적 민족주의'라며 민족주의를 지속할 이유를 이제는 찾기 힘들어졌다. 언제까지 민족주의를 외칠 것인가.

한의대 폐교와 한방 건강보험 분리는 2023년을 살아가는 의사라면 마땅히 가져야할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한의대 폐교와 한방 건강보험 분리를 위한 의대정원 700명 증원이라면 동의하는 의사들도 많을 것이다.

의사협회가 동의하자 의대정원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증원한 의대정원 만큼의 한의대정원 감원은 한의사협회가 먼저 제안하기도 한만큼 한의대정원 감원 및 폐지(700명 감원)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의대정원 700명 감축 외에도, 한방 건강보험 폐지가 아닌 분리에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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