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오는 2030년 국내 개발 신약이 32개 추가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제약업계가 제대로 된 정책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일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의약품 공급 및 구매체계 개선방안 3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2019년 공단 연구용역으로 수행된 ‘의약품 공급 및 구매 체계 개선 연구(연구책임자: 성균관대 이상원 교수)’의 일환으로 국내개발 신약 공급의 양적‧질적 혁신방안과 의약품 유통거래 실태 조사를 통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 강화·CSO 제도권 흡수 방안 제시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원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2030년까지 국내 개발 신약 32개가 추가로 공급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20조원 규모의 투자가 소요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상원 교수는 “국내 기업은 지금까지 30개의 신약을 개발해 왔고 현재 임상단계에 173개의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국내 개발 신약 공급은 2030년까지 누적 62개 이상 도달이 예상된다. 32개 추가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 임상 1상의 추가 inflow는 2030년까지는 큰 영향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투자 소요 금액을 산정한 결과 32개 신약 추가 공급을 위해 2019-2030년간 20조 규모 투자가 소요될 전망”이라며 “R&D 투자규모를 현재 1조3000억원 규모에서 2030년까지 약 2배 규모로 증가시킬 경우 투자 소요 금액조달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 강화 ▲신약개발 R&D 지원 확대 ▲제약기업 개방형 혁신 지원 ▲개발·사업화 인력 양성 지원 등의 방안 등을 제안했다.
CSO(Contracts Sales Organization)의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제도권 흡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유통 구조가 ‘총판도매’, ‘전납도매’, ‘협력도매’ 등 다양한 도도매 거래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특히, 수요자의 독점 거래에 따른 도도매(직영 도매) 증가하고 있다”며 “변형된 형태의 CSO 문제점도 노출됐다. 의약품 판매행위를 함에도 약사법상 관리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이재현 교수는 “도매상 수의 급속한 증가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반복된 도매상 창고 면적 기준의 폐지와 완화, 전면 위수탁물류 허용·위탁물류 업체의 약사 고용의무화 폐지로 도매상 진입 장벽이 계속 낮아진 것이 도매상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조적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영업 형태 등을 고려한 도매상 허가·관리 기준 차등화, CSO 제도권 흡수가 필요하다”며 “이를 토대로 ‘혁신형 유통기업(가칭)’ 지정 등 도매상의 미래 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의약품 유통거래 선진화...보험자 입찰제·의약품 거래소 제안
박성민 HnL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의약품 유통거래 선진화 방안 중 하나로 보험자 입찰제를 제시했다. 제재 강화로 과거보다 리베이트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나 의료공급자에 대한 이익 제공이 의약품 판매 촉진의 주요한 경쟁 수단인 시장 구조 하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변호사는 “유통 거래 선진화를 골자로 리베이트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와 함께 국가 또는 보험자, 제도 등이 소비자(환자)를 위해 현명한 소비자 또는 구매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구조적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험자나 국가가 합리적으로 설계된 제도에 따라 지속적인 공급능력이 있는 제약사 가격과 품질이 좋은 의약품을 선택, 의약품 구매 선택에 관여해 시장 기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지속적인 공급능력, 좋은 가격과 품질의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회사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평수 전 교수는 의약품 구매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증권거래소와 유사한 의약품 거래소 도입을 제안했다.
이 전 교수는 “공정거래, 당사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 등을 위해 모든 의약품은 의약품 거래소를 통해 거래돼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를 통해 당사자를 보호할 수 있다”며 “도매·제약업계는 공정경쟁, 대금결제와 같은 반품처리 개선, 판촉 등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양기관은 마진의 공식화로 비용 보전과 수익성 제고가 가능하다”며 “소비자(보험자)는 가격과 거래량 관리로 재정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약업계, “국내 개발 신약 현실 참담...지원 현실화해야”
김기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제도 전문위원회 전문위원은 국내 개발 신약의 현실이 참담하다며 정부가 지원 정책을 재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기호 위원은 “국내 개발 신약의 중요성에도 현실은 코로나만큼 참담하다. 정부는 두 번에 걸쳐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발표했지만 충분히 이행되지 못했다”며 “2018년 이후 2년간 국내 개발 신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위원은 “(연구보고서에서) 2030년 32개 신약이 공급된다 했는데 의구심이 든다. 가장 큰 책임은 제약사에 있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정부 지원정책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있는 제도부터 제대로 시행해 달라. 혁신형 제약기업과 같이 소수의 적극 투자자 개발한 신약의 약가 우대 등은 마음만 먹으면 바로 할 수 있다”며 “연구 개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32개 신약 추가 공급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약품 유통 거래 선진화 방안으로 제시된 보험자 입찰제, 의약품 거래소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이 같은 방안보다 도매상 관리 기준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수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정책위원회 위원장은 “보험자 입찰제를 실시하고 의약품 거래소를 설립해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하고 선진화 시킬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이해관계자에게 정부가 다듬어지지 않은 정책을 연이어 제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저가 제네릭 입찰제릍 통해 보험자가 직접 구매하는 것은 품질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제네릭 불신이 완전히 해소돼있지 않는데 불신을 더 키우는 방안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의약품 거래소를 설립해 일정정도 역할을 하게 된다면 기존 유통질서 개혁보다는 현재 도매 흐름에서 한 단계 공공 도매상이 추가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도매상 난립은 면적기준을 철폐한 것이 주 원인이다. 도매상 관리 기준을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제네릭 GMP 관리기준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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