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보고제도 '합헌'에 정부 비급여 관리에도 가속도…악재 만난 의료계는 "유감"

재판관 4명도 '반대' 표명…의료계, 향후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비급여 보고제도'와 '비급여 진료 전 사전 설명제도'가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의 비급여 관리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 및 의사면허취소법 대응만으로도 바쁜 의료계는 헌재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하는 가운데 향후 시행될 비급여 보고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
 
헌법재판재판소는 23일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과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가 각각 제기한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2 제2항, 의료법 제45조의2, 의료법 제92조 제2항 제2호 등 위헌확인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복지부 비급여 보고제도, 의료계 반대에 막혀…"환자 개인정보‧의사의 직업의 자유 침해"
 
문제가 된 의료법 제45조의2는 2020년 12월 29일 개정된 내용으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현황조사에 관한 조항이다. 현재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모든 의료기관에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는 비급여 보고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등 의료단체들은 해당 제도에 반발하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 자율성을 무너뜨려 환자와 의료기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고 공동 대응에 나섰고, 결국 헌재에 해당 근거가 된 의료법과 시행규칙의 위헌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의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은 개인의 민감한 의료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비급여 진료의 상세한 내용과 가격 결정 방법을 국가에 보고하는 것은 의사의 양심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와 헌법소원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으로 인해 복지부도 전 의료기관에 대한 비급여 보고제도를 강행할 수 없어 2021년 6월 30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제도가 약 1년 6개월 이상 미뤄졌다.
 
하지만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6일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전면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올해 1월 25일 의견 수렴 기간을 지나 해당 고시 개정안을 정부 규제심사위원회로 넘겼다.
 
2021년 5월 4일 비급여 보고제도 반대 4개 의료단체 기자회견.

위헌 아니라는 헌재 판결 '유감'…"복지부 제도 시행 시 헌재 반대 의견 고려해야"
 
그간 '위헌확인 소송'을 방패로 복지부의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제도에 불응해 왔던 의료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해당 헌법소원 기각에 대해 “비급여는 급여와 달리 사회적 통제 기전이 없어, 국민이 비급여의 특성과 비용을 바탕으로 진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체계가 없었다”며 복지부의 비급여 보고제도가 향후 비급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나아가 해당 조항이 입법 목적에 필요한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관련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의료계가 우려하는 환자 개인 신상 정보 유출 가능성 및 의사의 기본권 침해 등의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9명의 재판관 중 4명의 재판관은 의료계가 제기한 비급여 보고 의무화로 인한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가능성, 민감한 의료정보의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며 사적 진료 계약의 영역인 비급여 정보를 국가 감시와 통제하에 놓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같은 소식에 사비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그래도 재판관 4명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준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며 "반대 재판관들이 언급한 것처럼 비급여 보고제도가 시행되면 진료 위축은 물론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 등이 크다. 자신과 가족의 민감정보가 모두 정부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복지부는 비급여 보고제도를 시행할 때 헌법재판관들의 반대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제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직접 헌법소원을 냈던 이세라 전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현재 외과계는 저수가를 극복할 방법으로 비급여를 이용하고 있다. 비급여를 통제하기 위해 실손보험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더해 정부가 비급여 신고와 보고제를 시행하려는 것은 외과계 특히 필수의료분야를 더욱 힘들게 하며 전공의 모집도 불가능한 상황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후폭풍을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 역시 "비급여 영역은 한국 사회와 정부가 최근 경제적 먹거리 산업으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료 산업화'의 영역이므로 외려 규제와 관련한 샌드박스를 적용하고 양성책이 적용돼야 한다"며 "의료비 통제가 적용되어야 할 영역과 비급여처럼 자유도를 유지해 시장이 경제를 부양하는 영역에 대한 구별이 필요하다"고 헌재 판결에 대해 비판했다.
 
건보 재정 효율화 강조해 온 복지부…비급여 관리제도에 날개 달리나
 
의료계의 반발과 별개로 향후 보건복지부는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그간 의료계 반대로 벽에 부딪혔던 비급여 보고제도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지속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강조하며 비급여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방해하는 요소로 지목해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해 8월 '건강보험 재정개혁 추진단'을 발족하고 지난해 12월에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향후 세부 추진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강도태 이사장은 보건전문지 기자단 신년 간담회를 통해 "비급여 보고제도와 관련한 의료법이 이미 개정된 바 있고, 관련 고시가 현재 개정 중에 있다. 공단은 '비급여관리실'을 신설한 데 이어, 보고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지원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강 이사장은 또 "해당 고시가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규제개혁 심사 예정인 상황이므로, 향후 공단은 고시 사항을 반영해 비급여 보고제도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또한 비급여 비급여 보고제도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여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고도화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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