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등 급변하는 의료환경…가정의학회, 주치의 제도 제안

의협 등 여전히 반대 입장 "전문의가 80%이고 환자 선택권 제한 불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 실시와 함께 인구고령화, 의료비 증가,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이 이슈가 되면서 주치의 제도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가정의학회 등에서는 주치의 제도를 통해 일차의료를 활성화하고, 문재인 케어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치의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의사들이 많아 의료계 내에서도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주치의 제도는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일차의료 활성화, 의료비 절감 등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자신이 사는 동네의원 의사에게 지속해서 건강관리를 받아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불필요한 의료쇼핑을 막고 의료비를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에는 문재인 케어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치의 제도를 찬성하는 과는 가정의학과다. 사실상 가정의학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주치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010년에는 주치의제도가 환자들에게 합리적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효율적인 의료체계도 형성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올해부터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을 맡게된 이덕철 이사장(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이 의사가 책임감을 갖고 환자의 주치의가 돼 건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정의학회 강재헌 총무이사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구조는 많은 환자들이 큰 병원으로 몰리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는 적정진료라기 보다 고비용 검사 등으로 의료비 지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을 뜻해 모두에게 부담이 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 이사는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이용한다고 해서 만족도와 의료의 질이 크게 높아지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주치의 제도를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계에서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환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질병이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병원을 방문하는 숫자는 2배 이상"이라며, "주치의제도를 통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논란이 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차차 논의를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의학회 정명관 정책위원도 "주치의 제도는 환자들의 의료쇼핑을 줄이고, 의료기관 간의 과다경쟁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일차의료기관과 병원의 역할 분리에 따라 경쟁을 줄이고, 의료전달체계 개선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주치의 제도는 의료쇼핑을 막으면서 소외된 계층에게도 의료를 적절히 제공할 수 있어 과잉의료는 차단하고, 의료소외계층을 줄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정의학회는 행위별수가제에서 오는 한계점을 지적하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치의로서 환자의 건강관리를 실시해도 수가를 받기 어렵고, 실제로 환자의 건강과 질환이 눈에 띄게 향상돼도 별 다른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주치의 제도는 보통 환자가 동네 의원 1명을 자신의 주치의로 등록하고, 진료부터 건강관리까지를 맡기고 일정 금액을 내는 것을 말하는데, 나라별로 형식 등은 조금씩 다르다. 영국은 무상의료이지만, GP(일반의)가 대다수인 주치의 소견이 없으면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전원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치의 제도는 전문의가 전체의 80%인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맞지 않아 시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해 주치의 제도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여론은 거센 편이다. 이들은 주치의 제도가 의료전달체계개선과 일차의료 활성화의 핵심적인 열쇠가 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은 "일부 의사들이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대개협에서는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일차의료라고 하더라도 전문의 영역이 확실히 구분돼 주치의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의료전달체계 미확립 상황에서의 주치의 제도 도입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김 대변인은 "다수 의사들은 주치의 제도가 결국에는 총액계약제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주치의 제도는 새로 의원을 개업하는 신규 개원의들에게 시장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것이 과목별 전문의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며 "또한 현재 의료체계에 익숙한 국민들은 주치의 제도로 인해 자신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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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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