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보고 의무화 연기 아닌 중단 원하는 의료계…"의협이 복지부 이중대여선 안돼"

지난해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 비급여 진료비용 항목·기준·금액·진료내역 복지부 보고 시행시기만 내년으로 연기

의료계 "코로나19 시급 상황 고려해 복지부는 전면 중단, 의협은 강경 투쟁 등으로 전면 대응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비급여 보고 의무화에 대한 정부와의 논의를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보고 이행시기를 내년으로 늦추는 것일 뿐, 논의 자체는 올해 안에 이뤄질 것이라며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23일 복지부와 의협에 따르면 따르면 21일 열린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의약단체는 복지부에 비급여 항목 보고 외에 진료내역 등 개인정보와 관련된 보고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한 복지부는 신설된 비급여 보고의무에 대해 보고범위, 공개기준 등에 대한 의료계 등과의  세부 협의를 통해 고시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협을 비롯한 대한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단체들은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정책과 관련해 의료계의 의견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공동 대응하고 있는 상태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 ② 법 제45조제1항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는 비급여 대상 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비급여 대상을 제공하려는 경우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진료 전 해당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그 가격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 다만,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의료법(시행 2021. 6. 30, 개정 2020. 12. 29.) 제45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현황조사 등) ① 의료기관의 장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45조제2항에 따른 제증명수수료(이하 이 조에서 “비급여진료비용등”이라 한다)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신설 2020. 12. 29.>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보고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모든 의료기관에 대한 비급여 진료 비용등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현황을 조사·분석하여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 다만, 병원 급 의료기관에 대하여는 그 결과를 공개하여야 한다.  <개정 2016. 12. 20., 2020. 12. 29.>
③ 보건복지부장관은 제2항에 따른 비 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에 대한 조사·분석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의 장에게 관련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의료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명령에 따라야 한다.  <신설 2016. 12. 20., 2020. 12. 29.>
④ 제2항에 따른 현황조사·분석 및 결과 공개의 범위·방법·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6. 12. 20., 2020. 12. 29.>

의료법 제92조(과태료)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개정 2016. 12. 20., 2019. 8. 27., 2020. 12. 29.> 2. 제45조의2제1항을 위반하여 보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자

복지부 "비급여 보고 의무화 연말까지 논의, 이행시기는 내년" 

의협의 발표에 대해 복지부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와 관련한 논의를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올해 안에 논의를 진행하되 이행시기는 내년으로 미뤄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급여 보고 의무화는 지난해 12월 29일자로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인 공개 범위, 방법, 절차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으며 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논의를 통해 세부내용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공인식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의료계가 코로나19 대응하고 협조하고 있다. 또한 비급여 보고 의무화에 대해 시도의사회 등과의 갈등 요인이 상당히 있다”라며 “비급여 대상이나 공개기준에 대해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요한데,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 과장은 “복지부는 의료계와 논의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고 의무가 집행되고 이행되는 시점은 올해 연말 이후이고, 사실상 이행시기는 내년으로 행정 부담을 완충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논의는 올해 진행하되 실제 보고가 이뤄지는 시점을 미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 과장은 “의료계와 비급여에 대해 어떤 목적으로, 어떤 대상으로, 어떻게 낼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다. 반대로 코로나19 상황도 있지만,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같은 시민단체에선 전체 비급여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서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하게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는 비급여 가격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그대로 진행한다고 분명히 했다. 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른 비급여 616항목에 대한 진료비 공개 범위를 기존 병원급에서 의원급까지 확대했다. 7월 19일 기준으로 의원급 58.7%(의원 63.1%, 치과 38.6%, 한의 73.7%), 병원급 89% 등에서 비급여 가격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공 과장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이미 고시가 진행된 만큼 의협에 협조해달라고 했고 이미 많은 의료기관들이 제출했다"라며 "비급여 자료제출에 대해 미이행시 과태료에 대한 의료법 조항도 임의로 삭제하긴 어렵다.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기 마련이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복지부 이중대와 같은 해석, 비급여 보고 의무화 막은 것 아냐”

의료계는 일단 비급여 보고 의무화 이행시기를 내년으로 미루게 되면서 시간을 벌었다고 해석하는 반면 의협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또한 복지부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비급여 보고 의무화에 대해 전면 중단을 선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전라북도의사회 김재연 부회장은 “양측의 발표를 보면 의협이 비급여 보고 의무화를 막은 건 아니고 결국은 시행한다는 것이다"라며 "의협의 성과로 볼 수 없는데 섣부른 해석을 하고 있다. 의협은 마치 복지부 이중대처럼 복지부가 원하는대로 끌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복지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의료계와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시급하지 않은 사안이고 의료계가 반대한다면 의료계와 소모적인 힘겨루기를 중단해야 한다"라며 "현재 진행 중인 비급여 가격공개에 대해 복지부는 자료 제출 요구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대승적으로 비급여 보고 의무화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인력 지원, 병상확보 등을 위한 협력 방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록 전 의협 집행부 때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투쟁 등의 카드를 꺼내 총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개원의사회 관계자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이번 이필수 회장 집행부가 아니라 전 최대집 회장 집행부 때 통과돼 대응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의협 집행부가 어떻게든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라며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내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지만, 어음 만기를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른 개원의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보장률이 오르는 수준은 미미해 비급여를 관리하려고 한다. 의료계에 비급여 정보를 모조리 보고하라는 것은 비급여도 심사·평가해 정부의 관리체제에 넣겠다는 것이다"라며 "비급여 비율이 높은 진료과는 줄도산이 우려되고 환자 치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비급여 보고 의무화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에 대해 상시투쟁위원회를 만들어서 정부를 압박해야 하는 건의가 있었다"라며 "투쟁이 빠진 상태로 정부와 소통과 대화를 강조하다 보면 정부에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라고 보다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의협 관계자는 "일단 연말까지 논의를 미루다 보면 내년에는 대선 정국이 있어 정부도 무조건적으로 시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의협 입장에선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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