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안협의체 2기 협상단 첫 상견례서 치열한 '기싸움'…"강경투쟁" vs "직역이기주의"

양동호 의협 신임 협상단장 "의대정원 증원 강행하면 2020년 보다 강한 강경투쟁 진행한다"

의료현안협의체가 2기 체제로 변경된 첫 상견례 자리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강하게 맞부딪쳤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현안협의체 2기 체제를 꾸린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15일 오후 4시 서울시 중구 비즈허브 서울센터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17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강하게 맞부딪쳤다.

대한의사협회 양동호 신임 협상단장은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악수를 정부가 두면 지난 2020년 파업 이상의 강경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먼저 엄포를 놨고,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도 "의협이 국민 기대와 의료 상황에 대해 동떨어진 인식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받아쳤다. 

이날 양동호 의협 측 협상단 신임 단장은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면서 의대정원 수요조사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1기 협상단에서 나왔던 발언에 비해 비판의 수위가 가장 높았다. 

양 단장은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의대 정원 관련 수요조사는 전혀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며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각 대학들, 부속병원, 지역의 정치인과 지자체가 모두 이해관계가 얽혀 현실이 왜곡되고 있다. 대학은 의대 정원을 늘려 학교 위상이 높아졌다고 자랑하려 할 것이고 부속병원은 부릴 수 있는 전공의가 늘어났다는 생각에 들떠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수요조사는 고양이에게 생선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지역필수의료가 외면받고 있는 상황에서 궁극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2028년에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다고 하는데 건보재정 파탄의 부담과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지금 지역필수의료를 무너뜨린 장본인인 정부가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고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또 다른 악수를 두는 것이 매우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양 단장은 "만약 정부가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결정한다면 우리 의료계도 2020년 이상의 강경투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음을 미리 알린다. 정원을 늘려도 전문의가 나오기 위해선 13~15년이 걸리는데 그때는 이미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하게 된다.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의협 측이 제안한 의대정원 증원을 대체할 대안은 이른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제도다. 지금까지의 기형적인 저수가와 의사 형사처벌 등 관행으로 인해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것이 '하이리스크 로우리턴'이기 때문에 아무도 지역필수의료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위험부담이 따라오지만 근본적 대책을 바꿔 제대로 된 보상을 줄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자는 게 의협 측 제안이다. 

양동호 단장은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이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머리를 모아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큰 위험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키우면 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제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몇 년 안에 필수의료로 의사들이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 측도 이날 바뀐 의협 협상단에게 강한 어조로 기선을 제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의협이 시대 상황에 동떨어진 인식을 갖고 현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모두발언에서 "안타깝게도 의협은 국민의 기대, 의료 현장과 동떨어진 인식을 가져왔다. OECD 통계를 외면하고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방식으로 연구한 다수 연구기관 추계를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부인해왔다"고 운을 뗐다. 

정 정책관은 "정부가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단지 외국와의 비교나 통계 때문이 아니다. 지난 10일 35개 지방의료원과 논의를 해보니 이들은 필수의료 진료를 재개하기 위해 의사인력 확충을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었다"며 "병원계 주요 인사들, 의학계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전제로 국민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이상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 의학 교육의 현장과 지역의 요구를 포퓰리즘으로 치부하지 말아달라"며 "지속적으로 (의협이) 의사인력 확충을 막는다면 직역 이기주의라는 국민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협은 지난 16차 회의에서 지역필수의료 문제만 해결된다면 의사 증원을 반대하지 않겠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또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도 제시해줬다"며 "의협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와 현실성 있는 대안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품게하는 대목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진정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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