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의사 감시한다고 안전한 수술실 보장 안돼…적정 의료인력과 근무시간 보장부터

[칼럼] 안치석 충청북도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소설 ‘1984’와 2019년 수술실 CCTV.

중국은 CCTV의 나라다. 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장소와 거리에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1억 7600만대에 달한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중국 전역에 ‘텐왕(天網), 하늘의 그물’이라고 불리는 CCTV 감시망을 구축했다. 중국 공안부는 CCTV 카메라를 통해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한다.

톈왕은 ‘빅 브라더’를 묘사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텔레스크린’을 연상하게 한다. 소설 ‘1984’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자유롭게 생각하지 못하고, 주어진 공간 안에서 예정된 행동만 하며 살아가야 한다.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개인의 감정과 자유가 통제되는 전체주의 국가의 암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병의원 수술실 CCTV 설치를 두고 정치권과 환자단체의 공세가 거칠다. 신생아 낙상사고 은폐, 무면허자 대리수술, 수술실 내 비윤리적인 행위 등을 빌미로 소비자·환자단체에서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국회의원은 수술실 CCTV 촬영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1일 재발의했다.

이들은 환자와 보호자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의료사고의 증거를 확보하며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촬영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한다. 수술실 CCTV는 감시용이 아니라 예방용이라고 둘러댄다. 유령수술과 성희롱을 없애기 위해 수술실 CCTV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환자의 동의에 따라 수술부위만 노출해 촬영하기 때문에 환자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자단체의 의사에 대한 분노와 불신의 뿌리가 생각보다 깊어 보인다. 일부 의사의 잘못을 일반화해서 실시간으로 감시하겠다는 생각은 ‘판옵티콘’처럼 다수를 감시하는 장치의 부활로 읽힌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감시받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이 인간의 개성, 자유로운 사상과 행동을 억압하고 개인을 집단에서 배제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의사들은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한다. 충청북도의사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의료인이 위축되어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가 방해되고 환자의 신상과 개인정보가 현저히 침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의료인을 압박하고 감시하는 것이 환자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공공기관, 정부기관, 국회 등의 사무실에 CCTV 설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의 회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술실 근무 의사의 77.8%와 수술실 비근무 의사의 68.2%가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수술실 근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행위(82.5%)이기 때문이며, 환자의 개인정보가 침해(67%)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직접 수술을 하는 의사의 60%는 수술실 CCTV가 수술 시 집중력을 저하시켜 환자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의사의 자유로운 직업 수행을 방해하고 수술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수술보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수술이 될 수 있어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수술실 CCTV 설치는 의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직업적 자존심을 떨어뜨린다. 환자와 의사간의 '믿음'이라는 최고의 치료제를 잃어버리게 한다.

수술은 보호자에 대한 추가 설명과 동의가 필요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의사와 환자 간의 사적 계약에 의한 진료 행위다. 수술실 역시 의사와 환자가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한 사적 치료 공간이다.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하면 수술을 받는 환자의 수술 부위는 물론 민감한 부위까지 모두 노출되고 공개화 된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인권 침해적 요소가 너무 많다.

감시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감시는 분명 우리에게 안전과 편리를 제공하지만 아울러 인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로빈 터지’는 그의 책 ‘감시사회 안전장치인가 통제 도구인가’에서 첨단 감시 기술과 그 것을 통제하려는 국가, 그로부터 이윤을 얻으려는 시장, 그리고 감시에 길들여진 우리의 안이한 일상을 깊이 지적했다.

수술실 CCTV가 설치되면 정보가 유출되고 감시를 당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수술실 내 의사의 자기 검열은 기본 덕목이 될 것이다. 감시와 통제사회는 원래 의도를 넘어 관리 감시자의 시선을 내 것으로 만들고 스스로를 감시하는 주체가 된다. 

우리 모두는 인간답게 일하며 인간답게 살고 싶어한다. 수술실 의사가 인간답게 일한다는 말에는 감시없는 상태에서 의학적으로만 통제되는 자율적인 의료행위가 먼저 고려돼야 한다. 환자의 안전과 빠른 회복을 우선한다면 수술실 의사에게 감시체계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수술실 안전장치를 더 도입하거나 적정 의료인력과 근무시간을 보장하는 일이 순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술실에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많은 의사가 땀을 흘리고 있다. 이러한 힘은 의사로서 신념과 사명감, 그리고 의사에 대한 존중과 신뢰로 부터 나온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말아야 한다. 선진국 어디에도 의료인을 감시하려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나라는 없다.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감이다.

“윈스턴 스미스는 오늘도 빅 브라더의 거대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총알이 그의 머리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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