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가 미국의 절반...이대론 10년 뒤 뇌혈관외과 의사들 안남을 것"

방재승 교수, 대한의학회 학술지 JKMS 기고..."포퓰리즘 건강보험 정책 축소, 중증 고위험 질환에 재원 투자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가 뇌혈관외과 의사 수 절대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수가를 개선하고 신경외과를 필수의료과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방 교수는 23일 대한의학회 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실린 기고 글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당시 온라인 상에 실명으로 장문의 글을 올려 뇌혈관외과 의사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며 주목받은 바 있다.
 
방 교수는 해당 사건에 대해 “본질은 국내에 숙련된 뇌혈관외과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일각에선 두 명 뿐인 의사가 모두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해 비판하지만, 과연 50세 이후에도 1년에 180일 이상 야간 당직을 하라면 수용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고 되물었다.
 
이어 “물론 아산병원이 법적 책임은 없다고 하더라도 의사 두 명이 모두 자리를 비우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비판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병원이 숙련된 뇌혈관외과 의사를 채용하려해도 인력 풀의 한계가 심각한 상황이며, 병원이 뇌 수술을 많이 할수록 수익 측면에 좋지 않아 뇌혈관외과 의사 채용을 꺼린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또 “대부분 의사들은 빠르게 학습이 가능하고 시술 시간이 훨씬 짧기 때문에 개두술 보다는 신경중재 시술을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뇌혈관외과 의사가 줄고 있고, 신경외과 수술을 신경중재 시술로 대체하는 건 세계적 추세라고 말하는 의사들도 많다”면서도 “개두술이 필수인 환자도 분명 있다”고 했다.
 
방 교수는 타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가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수가는 OECD 국가 중에서 매우 낮다. 미국의 비용을 100이라고 하면 OECD 평균은 72, 일본은 71이지만 한국은 48에 불과하다”며 “심지어 뇌혈관 수술비는 일본의 4분의 1 수준에 그쳐 더 심각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과 같은 일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한정된 예산 안에서 한 쪽의 수가를 올리면 다른 쪽의 수가를 낮춰야 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현행 수가 체계를 비판했다.
 
방 교수는 또 “지금과 같은 제도하에선 뇌혈관외과 의사들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향후 10년에서 15년 뒤에는 숙련된 뇌혈관외과 의사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MRI 급여를 확대하는 등 포퓰리즘적 건강보험 정책을 축소하고, 중증 고위험 질환에 대한 새로운 건보 재정을 추가하는 혁신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증 고위험 질환을 보는 의료 전문가의 기본적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결국 재원 문제와 연결된다”며 “하지만 이런 정책적 지원 없이 의사의 월급을 올리는 방식만으론 뇌혈관외과 의사 감소를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방 교수는 끝으로 그간 신경외과가 정부의 정책 마련과 지원 과정에서 소외돼 왔다며 필수의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경외과 의사들은 일주일 내내 수술실에 갇혀 환자를 살리는 데 몰두하다보니 국가 주도의 심뇌혈관 정책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있다. 실제 수술이나 시술을 하지 않는 의사들이 탁상공론식 정책을 만들었다”며 “현행 심뇌혈관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아산병원과 유사한 사망 사고가 재발할 것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도 조선시대 기술자들을 경멸하는 유교문화에 살고 있다. 특히 외과의사는 한국에서 하층 기술자로 여겨진다”며 “정부의 의료정책에서도 신경외과는 필수의료과에서 제외되고 있는데 신경외과를 필수의료과에 포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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