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이 끔찍한 과거 잊게해줄까...트라우마 새 치료기술 주목

22일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서 VR∙AI 등 접목한 치료∙진단법 소개

사진=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춘계학술대회 유튜브 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쟁∙재난∙사고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들은 트라우마 더 나아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곤 한다. 이들은 과거에 겪었던 끔찍한 일을 지속적으로 떠올리거나,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등의 증상들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PTSD를 앓는 환자들은 항우울제∙항불안제 등을 통한 약물치료와 인지치료∙행동치료 등의 정신치료를 병행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치료 방법도 주목받고 있다.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기술의 도입’이란 주제의 세션이 진행됐다.

PTSD 환자 대상 VR 노출치료...노출 정도 조절 가능∙높은 몰입성 등 장점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는 가상현실치료(VR 치료)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VR 치료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은 참전용사들의 PTSD 치료를 위한 VR 노출 치료다.

PTSD 환자를 대상으로 한 VR 치료는 다양한 이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상자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계획할 수 있으며, 노출 정도를 가상현실 상황에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석 교수는 “특히 노출 시 대상자가 스스로 노출 정도를 조절하는 데 있어 기존 치료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며 “불안유발 노출 상황에서도 자신이 조절감을 느끼며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트라우마 연관 불안을 비약물치료 방법으로 줄여갈 수 있으며, 비용효율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치료 대상자의 몰입도를 높여 치료 효과도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집에서도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해 장기적인 치료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VR 치료의 효과는 약물 치료와 달리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석 교수는 “PTSD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VR 치료는 치료 직후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3~6개월이 지나면 각종 수치가 현저하게 좋아진다”며 “약물치료는 약을 복용하는 동안 좋아지지만 VR 치료의 경우 자신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기술을 배우고, 이를 생활하면서 활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동시에 대량 제공 가능 장점...낮은 유병률 등으로 민간 개발은 어려워

에임메드 김수진 상무도 디지털치료제, 디지털 솔루션을 통한 중재가 PTSD 환자를 위한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존의 CBT 등과 같은 비약물적 치료는 수가를 비롯해 여러가지 난점들로 활용도가 높지 않았는데, 이를 디지털화해 제공하는 형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통 PTSD가 재난 등의 형태로 동시에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디지털 솔루션은 국가적∙사회적으로도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상무는 “예를 들어 백신은 수입을 하고 전 국민이 접종하기까지 무수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디지털 솔루션은 앱 스토어에 올리기만 하면 수 많은 사람들이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다”며 “이렇게 동시에 대량으로 제공이 가능하면서도, 그에 따른 물류나 유통 비용 등이 들지 않아 국가적으로 활용할 때 장점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PTSD의 복합적이고 예측블가능한 증상, 낮은 유병률 탓에 민간이 PTSD 환자를 위한 디지털 솔루션 개발에 선뜻 나서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김 상무는 공공기관, 정부 부처, 학회 등이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그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민간 기업 이상으로 잘 만들어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방향적 교육에 그치면 안되고 반드시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솔루션을 통해 교육한 내용을 실제 환자들이 잘 지키는지 실시간 데이터로 확인하며 피드백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앱 내에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얼월드데이터도 중요하다. IT에서는 기기에 쌓이는 데이터들을 통해 효과성, 만족도, 경제성 등을 따로 외부 연구를 하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설계한다면 해당 솔루션이 국가적으로 어떤 가치를 갖는지도 검증하며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팬데믹으로 재난심리지원 수요 증가...대국민 AI재난심리지원 플랫폼 개발 필요

인제대 간호학과 배정이 교수는 AI재난심리지원 플랫폼 개발을 위한 ‘대국민 재난심리회복 전문지원체계 기획연구’에 대해 소개했다.

배 교수는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며 대부분의 국민들의 재난심리지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기존 재난심리지원으로는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ICT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준높은 원격시스템을 만든다면 국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심리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에 착수하게 된 배경을 언급했다.

배 교수는 온라인 상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재난심리진단시스템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이후 비대면∙대면 재난심리지원을 제공하는 형태의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박수 및 생체데이터, 챗봇, AI심리상담과 전문가심리진단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AI심리검사진단시스템으로 진단이 내려지면 그 결과에 따라 음악, 메타버스, 전문가 비대면∙대면 상담 등 다양한 재난심리 회복지원 서비스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연령별로 어린이와 청소년용은 교육부, 성인용은 복지부와 협업해 범부처에서 활용가능한 콘텐츠로 구성할 예정이다. 배 교수는 “재난을 경험한 국민들의 사회심리적 특성이나 연령별 발달 특성을 고려해서 쉽고 효과적이면서도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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