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사망하면 무조건 '응급실 뺑뺑이'?…응급의학회 "사기 꺾는 보도 멈춰달라"

119구급대가 수용 가능 병원 찾는 과정에서 병원 '거절' 사례만 부각…자극적 내용 언론보도 자제 요청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경남지역의 한 대동맥박리 환자가 병원 6곳으로부터 거절당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19구급대가 여러 병원에 연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환자의 이송 병원을 선정하는 데는 단 14분밖에 소요되지 않았고 최종 수용 병원에서도 치료과정에서 부적절한 점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복되는 '응급실 뺑뺑이' 보도 속에 의료계는 응급환자가 사망 등 악결과가 발생했을 떄 모든 책임을 병원 측에 물으려는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경남에서 60대 환자 A씨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119구급대가 출동해 환자를 이송했지만 끝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119구급대는 A씨를 이송할 병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병원 6곳에 연락했으나 거절당했고, 마지막으로 부산의 2차 병원인 B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아 A씨를 이송했다.

부산 2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A씨는 대동맥박리 진단을 받았고, 긴급 수술이 가능한 부산의 C대학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이때가 신고 접수 약 6시간만인 밤 10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C대학병원으로 전원돼 수술실에 들어갔으나 끝내 숨졌다.

언론은 경남의 환자가 경남지역 병원들로부터 거부당했고 경남에서 약 1시간 15분 소요되는 부산의 병원으로 전원된 것이 일종의 '응급실 뺑뺑이'였다고 지적하며, 해당 사건이 최근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직접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고 해당 사건을 '응급실 뺑뺑이'로 보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119구급대는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A씨를 이송하기 위해 오후 4시 28분부터 4시 42분까지 통화 및 스마트시스템을 이용해 총 7개소(B병원 포함)의 의료기관에 연락을 취한 후 환자를 이송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119구급대가 환자 이송 병원을 선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4분이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B병원을 제외한 6개소 중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개소였으며, 센터에서는 해당 시간에 다른 대동맥박리 환자를 수술 중이었다. 나머지 5개소는 중환자실이 없거나 심혈관 시술이 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B병원 조사 결과 혈액검사 결과 확인 후 CT 촬영을 시행하고 그 결과 대동맥박리가 확인돼 부산의 대학병원으로 전원했으며 수술 준비 중 사망했다"며 "B병원의 치료과정에서 부적절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119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환자 평가를 통해 중증도를 판단하고 분류해 해당 환자를 적절히 진료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을 연락하고 선정하는 데는 당연히 시간이 걸린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이송 병원을 결정하는 데 불과 14분이 걸린 것은 오히려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보이사는 "여러 병원에 환자 수용 여부 확인을 위해 사전 연락을 한 것은 잘못된 것도 아니며, 연락받은 병원에서는 진료 능력과 당시 응급실 상황, 병원 상황을 고려해 수용 여부를 판단, 확인해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119구급대가 현장 평가를 통해 심혈관계 응급으로 추정되는 환자를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는 종합병원(B병원)으로 이송한 것도 적절했다. 그리고 B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적절한 진료를 통해 대동맥박리증을 제대로 진단했다"며 "대동맥박리증을 진단하려면 통상 혈액 검사와 심전도, 단순 X-ray 검사, 흉부 CT검사까지 최소 1시간 이상-2시간여 정도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B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A씨를 대동맥 박리증으로 진단한 이후 20분만에 응급 수술이 가능한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보냈는데, 일각에서 지적하는 대동맥 박리 진단 및 전원 과정에서 지연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보이사는 "대동맥 박리 수술을 응급으로 진행할 수 있는 병원은 대학병원, 또는 종합병원이라고 해도 많지 않다. 대동맥 박리 수술을 특화해서 시행하는 병원이 수도권에 있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흉부외과는 전공의가 이미 20여년째 지원이 적어, 전국적으로도 숫자도 많지 않을 정도이다"라며 "흉부외과는 전공의에 의존하여 진료, 수술하지 않은 지 이미 꽤 됐다. 즉, 전공의 사직 사태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즉 이번 사건은 119구급대가 현장 도착 14분만에 수용 병원을 결정하고, 최초 수용 병원에서 정상적인 진료를 통해 대동맥박리를 진단한 후 20분만에 응급수술 가능병원으로 정상 전원된 사건이다.

이 공보이사는 "전원받은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준비하던 중 안타깝게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에 이르렀으나 소위 응급실 뺑뺑이가 아닌 것은 명백하다. 그런데 무조건 응급실 뺑뺑이로 몰아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며 "단순히 119구급대가 여러 병원에 사전 연락을 한 것을 놓고 응급실 뺑뺑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이 시간에도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꺾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이 응급의료체계를 불신하게 만드는 이러한 반복적인 보도를 계속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최소한의 의학적 사실 확인 및 자문 없이 자극적 내용의 기사를 발행하는 것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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