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직서 수리해달라”…전공의들 자체 투표서 여전한 ‘강경’

일부 병원들 만장일치·빅5도 사직 유지 의견 대다수로 알려져…병원은 개별 확인 후 수리 입장이지만 '부담'

지난 2월 20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시대의원총회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가운데 전공의들은 사직 의사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명령 철회 얘기가 흘러나온 이후 전공의들은 수련병원별, 과별로 사직 여부를 놓고 자체 투표를 진행했다.
 
10여곳이 넘는 병원의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빅5 병원 전공의들도 사직을 이어가겠다는 이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사직 전공의와 수련병원들을 대상으로 내려졌던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의 철회를 선언하며 전공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일각에선 실제 사직서가 수리돼 복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전공의 일부가 병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대로 복귀 없단 분위기 팽배…박단 위원장도 "사직서 수리 각오"
 
하지만 이날 투표를 통해 확인된 일선 전공의들의 분위기는 강경한 상황으로 파악됐다. 
 
A 전공의는 “내부 투표 결과 우리 과는 딱히 복귀할 사람이 없고, 다른 과들도 대부분 복귀할 전공의는 없을 것 같다”며 “전공의들은 얻는 것 없이 돌아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B 전공의는 “모 병원은 병원장이 사직서를 수리하겠다고 협박같은 회유를 하다가 정작 만장일치로 수리해달라고 하니 당장은 수리하지 않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한다”며 “우리 병원도 투표를 할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도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정부 발표가 있기 전 SNS를 통해 “달라질 건 없다. 응급실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날에도 전공의 대상 내부 공지를 통해 “애초에 다들 사직서 수리될 각오로 나오지 않았느냐” “부디 하늘에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한 해를 만들어 보자”고 의지를 다졌다.

병원장들 "수리하겠지만 '부담'"…결국 수리 못 해 상황 변화 없을 수도
 
사직서 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병원장들은 전공의들과 일일이 접촉해 의사를 확인한 후,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C 대학병원장은 “전공의들의 의사를 파악한 후 정말 사직하겠다고 하면 수리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직서 수리가 안 돼서 전공의들이 다른 곳에 취업도 못하고 알바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데 이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D 대학병원장은 “대다수의 전공의들이 사직하겠다고 할 경우 병원 운영에 큰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전공의들이 사직을 하겠다고 하면 사직서를 수리하고, 복귀하겠다고 하면 수리하지 않으면 되는데,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 출근을 안 하는 전공의들이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이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어 결국 상황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병원이 실제로 모든 전공의의 사직서를 수리하긴 힘들 것”이라며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결국 지금 상황에서 바뀌는 건 없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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