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안압측정기·청력검사기 한의사 허용에 안과·이비인후과 '발칵'

민주당 정춘숙 의원 질의에 "5종 의료기기 한의사 사용·건보 검토" 답변…의협 반발 한의협 환영

안과의사회·이비인후과의사회 "난이도 높은 검사, 한의사가 시행하면 오진 가능성 높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보건복지부가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5종 의료기기의 한의사 사용을 허용하고 이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특히 안과와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비전문가를 통해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제대로 검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해당 의료기기는 난이도가 높아 안과와 이비인후과 외에 다른 의사들도 함부로 검사하지 않는다"라며 "현대의학을 배우지 않은 한의사가 이를 판독하면 오진 가능성이 높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요소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한의사 5종 의료기기 허용 검토에 의협 반발·한의협 환영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한의약정책과, 보험급여과 등은 공동으로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안압측정기 등 5종의 의료기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아직도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있나"라는 국정감사 질의에 대한 서면답변서를 제출했다. 

복지부는 "헌법재판소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의료행위의 태양 및 목적, 학문적 기초, 전문지식에 대한 교육 및 숙련의 정도, 관련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2009헌마623, 2012년 2월 23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헌재 결정례에서 제시한 5종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2012헌마551, 2013년 12월 26일)5종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건강보험 등재와 관련해 대한한의사협회 등과 협의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당시 헌재는 해당 사건을 심리하면서 의협이나 대한안과학회, 대한안과의사회 등 전문가단체의 의견 수렴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라며 "비전문가에 의한 무분별한 의료기기의 사용이 가져올 국민건강권에 대한 위해성 여부 판단을 전혀 하지 않았다. 단순히 개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근거로만 판단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복지부는 해당 의료기기들이 단순히 검사결과가 의료기기에서 자동적으로 출력된다는 이유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라며 “해당 의료기기들이 자동적으로 측정이 되더라도 한의사들은 현대의학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측정결과를 근거로 환자를 진단·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의협은 “복지부는 사법부의 판단이 아닌 어떤 이유라도 환자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위험요인을 차단해야 한다"라며 "정치 논리와 불합리한 법적 논리에 휘둘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어떤 것도 용납하지 못한다. 최선을 다해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을 저지하고 한방을 건강보험에서 분리하는 토대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의 사용을 결정한 의료기기로 한의사가 진료행위를 하고, 이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의협이 복지부의 입장발표에 마치 오류라도 있는 것처럼 외부로 돌출행동을 표출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부끄러운 행태”라고 밝혔다.

한의협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 철폐는 지난 2014년 정부의 규제 기요틴 선결과제에 선정됐다. 하지만 양방 의료계의 직역 이기주의로 단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증진과 진료선택권 보장을 위해 모든 의료기기에 대한 한의사의 자유로운 활용과 건강보험 등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안과의사회, "세극등현미경은 안과의사 수련 전부…진단 난이도 높아" 

대한안과의사회 이재범 회장은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등 안과 의료기기를 통한 진단은 고도의 난이도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세극등현미경은 안과의사의 전부라는 표현까지 썼다. 

안압측정기와 자동굴절 시야검사는 자동으로 검사결과가 추출되더라도 안과 전문의 판독 없이는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안압측정기는 자동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오류가 많다. 안압이 정상으로 나오는 녹내장도 상당하다”라며 “각막의 두께에 따라 문제가 있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안과의사는 단순히 안압 측정결과가 아니라 시신경, 시야 모양 등을 종합적으로 녹내장을 진단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자동시야 측정장비는 환자 옆에서 의사가 붙어서 검사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검사시간만 20분이 걸린다”라며 “시야를 측정할 때 환자가 녹내장 질환이 있는지, 졸린 상태인지, 정상인지 등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많은 검사를 경험한 안과 전문의라도 결과 해석이 어려울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가장 문제되는 의료기기는 세극등현미경이다. 이 회장은 “안과 대부분의 질환은 세극등현미경을 보면서 진단하고 이를 보면서 치료도 할 수 있다. 이는 안과에서 청진기와 같은 가장 중요한 안과 전문 의료기기”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안과 전공의 수련은 세극등현미경을 충분히 배우는 것에 따라 좌우된다. 그만큼 세극등현미경은 안과의사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라며 “이렇게 난이도가 높은 안과 전문 의료기기들은 자동으로 측정되는 혈압측정기 등과는 다르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한의사들의 안압측정기 등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전문가 의견 조회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이번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은 안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협과 대한개원의협의회 등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청력검사기, 청각학 배우지 않으면 진단 불가"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송병호 회장 역시 청력검사기를 제대로 검사하기 어려우며 난이도가 높은 의료기기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청력검사는 간단하지 않다. 보통 기도청력검사와 골도청력검사로 나눠 청력검사를 한다. 두 가지 검사 해석에 따른 원인이 달라진다”라고 했다. 이어 "청력검사기는 청각학을 배운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검사를 해야 한다. 청각의 기본을 이해하고 이를 통한 진단을 해야 한다"라며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판독하지 않으면 중이염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질환 때문에 청력 손상이 이뤄진 것인지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청력검사기는 주위의 소음을 차단하는 차폐 검사실에서 진행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진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송 회장은 “청력검사를 할 때는 주위의 소음을 차단하고 환자가 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사 자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만큼 검사의 난이도가 높다”며 “자칫 잘못 진단하면 난청이 제대로 진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인구 3억명의 미국은 매년 배출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약 300명이지만 우리나라는 매년 이비인후과 전문의 약120명이 배출된다”라며 “그만큼 전문의를 배출한다면 전문가에게 맡겨서 진료를 보는 것이 환자 건강에 훨씬 더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이번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은 이비인후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검사가 행해지면 국민 건강에 피해가 된다. 앞으로 의협과 보조를 맞춰 강경한 반대 입장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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