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건, 의료진 책임회피로 오해 말아야"

잘못된 시스템 알리고 비극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주사제 분주 관행, 교육까지 받아 불법 인지 못하는 간호사 태반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의료계가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관련해 무조건 '의료인 책임회피'로 보도되는 것에 우려감을 내비췄다.

지난 4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3명이 구속되자 의료계가 분노와 자조로 들끓었다. 특히 병원과 정부의 책임은 빠지고, '증거인멸 우려'라는 명목으로 의료진을 구속하자 의료인들은 자괴감에 빠졌다.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11일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번 사건에서 무조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의 잘못된 구조를 알리고 이를 개선해 앞으로의 비극을 막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의료인으로서 무조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있고 잘못을 했다면 처벌을 받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여론은 의료인이 무조건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이것이 유가족에게 상처로 비춰지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더불어 A씨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사제 분주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주사제를 분할해 투여하는 '분주'에 대해서는 간호사 교육에서도 배웠고, 남은 주사제를 보관하는 방법까지도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에게 주사제를 절대로 분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 했던 병원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다.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분주를 해왔던 관행이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될 줄 몰랐던 간호사들도 많았을 것"이라며 "또한 분주가 불법이라면, 그동안 심평원은 분주해 처방한 것에 무조건 문제를 삼았어야 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주사제 1병을 다 쓰고 청구하면 삭감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역으로 여러 환자에게 분주해 사용한 처방을 1명당 1병의 원칙으로 하고, 오히려 나눠 쓰는 것을 문제 삼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A씨는 "심평원은 1명당 주사제 1병을 쓰는 것을 삭감하지 않았지만, 분주해 사용한 청구도 그대로 받아들인 만큼 정부가 이를 허용했던 것"이라며 "또한 이것이 불법이고, 이것을 알면서도 지속한 것은 병원의 책임이 가장 크다. 병원과 정부야말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관행이 잘못이라면 의사와 간호사들도 이제라도 스스로 개선하고, 병원에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했다.
 
대학병원 내과에서 근무 중인 교수 B씨도 책임회피 식의 보도는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B씨는 "의료계는 이번 사건에서 의사나 간호사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녀사냥 식의 처벌과 여론의 뭇매가 안타까운 것"이라며 "특히 병원에 소속된 의사와 간호사가 구속됐음에도 여전히 병원이나 재단 이사장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의료인을 둘러싼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또 한 번 상처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B씨는 "얼마 전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중환자실에서 야식파티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할 말이 없다"며 "중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은 환자에게 잠시라도 한 눈을 팔 수 없어 불안해하며 스테이션 안쪽이나 휴게실 같은 곳에서 끼니를 겨우 때우고 있다. 먹기라도 한다면 다행"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인들도 당연히 식당가서 따뜻한 밥을 먹고 싶고, 쉬고 싶다"며 "선정적인 기사들은 자제해야한다"고 말했다.
 
간호사 A씨도 "밥을 먹는 것을 두고 파티라고 하며 잘못됐다고 호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의료진들은 밥 먹는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들이 기사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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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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