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완벽한 진단 요구하는 나라…"다음은 내 차례?" 두려움에 떠는 의사들

응급의학회, 응급의료 예측 불가능성 고려한 '형사책임면책법안' 입법 필요성 제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전공의 당시 대동맥박리 환자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으로 전국의 응급실이 들썩이고 있다.

다음은 본인의 차례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의학회는 형사책임면책법안 등 응급의료의 예측 불가능성과 위험성을 고려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판결 이후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반발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응급실서 대동맥박리 진단 못한 의사, 대법원도 실형 선고…"잠재적 살인자 된 응급의학 의사"]

다음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재편 결과를 믿기 어렵다. 매일 필수의료 정책을 외치며 의료 소송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정부를 믿었다. 이번 판결은 의사들의 뒤통수를 치는 판결이다. 매일 다양한 증상을 갖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의대 정원 확대 정책과 맞물려 의사들은 우리나라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패배주의가 흘러 넘친다"고 전했다.

침착하게 대응해왔던 대한응급의학회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성명서를 내고 이번 판결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류현호 공보이사는 "항소심 판결 당시 학회에서도 대응을 놓고 고심했다. 하지만 대법원을 믿고 애써 화를 참아왔다. 하지만 이번 상고심 판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회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판결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이에 학회 차원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학회는 이번 판결이 무엇보다 '의료현장'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응급질환들은 초기 증상은 다양한 질환에서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그 특성상 증상과 징후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완벽하게 진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떄문이다.

학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같이 응급환자의 원칙에 따른 진료행위에도 불구하고 의도치 않게 발생한 환자의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형사처벌은 결국 앞으로 응급의학의사의 지원 기피만이 아니라 현재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응급의료관련 의료진들의 이탈을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며 "그리고 이는 결국 응급의료체계를 붕괴시켜 국민의 건강과 안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회는 "앞으로 누가 응급의료에 투신하여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자 할 것인가? 사법부는 응급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의료진들이 신이 되길 원하는가?"라며 "부족해져만 가는 응급의료인력, 근절되지 않는 의료진에 대한 폭력, 의료인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사법부의 경향에 의사들은 응급의료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역시 정책 결정 및 시행에 있어 응급의료환경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 보다는 일회성의 정책만 이야기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이에 학회는 "우리는 최선의 진료에 따른 형사책임면책법안 등 응급의료의 예측 불가능성과 위험성을 고려한 입법, 대표적인 의료의 시장실패영역인 응급의료의 공공성과 외부효과를 고려한 정책 추진을 요청한다"며 "무엇보다 보편성을 바탕으로 응급의료의 한계와 현대의학의 불완전성을 고려한 판결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류 이사는 "응급의료환경은 악화되고 가고 있고, 미래는 비관적이고 암울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국민의 안녕과 생명을 위해 응급의료현장에서 최선을 다 할 것이다"라며 "그러나 이것이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앞으로 정부와 국회, 사법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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