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입원심사하고 법적 책임까지

시행도 전에 재개정 요구 부딪힌 이상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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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개정 정신보건법 중 2인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 소견을 필요로 하는 계속입원의 적합성심사를 의사의 진단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사의 진단 소견을 바탕으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독립적인 역할을 해야지, 왜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을 정신과 의사들에게 떠넘기느냐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바른정당)은 16일 '개정 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5월 30일 개정 정신보건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재개정을 논의할 정도로 현장에서 느끼는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개정 정신보건법 제43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등' 4항에 따르면 입원기간 2주 안에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2명의 전문의가 환자에 대해 일치한 소견이 있어야만 환자의 계속입원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은 전체 정신병원의 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의 협조 없이는 계속입원 심사 자체가 불가능한데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어서 법이 시행에 들어가면 심사대란이 불가피하다.  

여기에다 계속입원 심사에 참여하는 의사들은 법적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 현실성 없는 법을 만들어놓고, 민간 정신병원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같은 소견을 보인 정신과 전문의들의 판단에 따라 계속입원이 결정되지만 여기에서 발생하는 소송이나 법적 책임, 행정 부담 또한 해당 전문의가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사의 진단과 환자의 입원심사를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변호사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혼돈 중 가장 큰 문제는 의사가 사법부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의사는 환자의 의견과 상황을 고려해 진단을 하지만 입원심사의 종합적인 것은 별도의 사법부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의사가 진단과 함께 사법부의 역할까지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울산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창윤 교수도 "입원 적합성 판정은 단지 사익을 위해 환자를 입원시켰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며 선의의 치료 목적이라도 최소침해, 과잉진료, 비례의 원칙 등에 어긋나는 인권 침해 여지가 있으면 입원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김창윤 교수는 "WHO에 따르면 입원적합성심사는 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 외부의 독립적인 기구(review body, 판사 또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의해 시행되는 것이 원칙으로, 프랑스의 경우 2인 의사 진단평가와는 별개로 판사가 의사 소견서를 바탕으로 입원적합성 판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정 정신보건법에는 환자를 보고 심사하는 과정에서 기준을 따르지 않는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서부터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의 벌칙 조항도 있어 의사들은 더욱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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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에 대해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차전경 과장(사진)은 "사법심사와 관련해 행정적인 문제가 클 것으로는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인프라가 생기면 그 이후에 논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민간병원에 심사협조를 부탁하는 부분에서 환자로부터 법적 문제인 소송, 폭행 등을 당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자문단을 구성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복지부가 마련한 개정 정신보건법 보완방안이 당초 법 개정 취지를 완전히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박성혁 이사는 "그동안 환자의 비자의 입원 권한이 정신과 전문의 1인에 국한돼 의사가 나쁜 마음을 먹거나 이해관계에 휩싸여 경제적 이익에 의해 환자를 입원시키는 등의 문제점 때문에 법 개정을 추진했다"면서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고 독립성이 있는 국공립 병원 의사가 비자의 입원을 적절히 판단하는 것이 당초 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최근 국공립 정신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공중보건의사를 활용하고, 민간병원 전문의까지도 소견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박성혁 이사는 "의사는 진단을 내릴 때 의학적 전문성과 함께 환자 최소 침해 원칙 등 어느 정도 다양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한 공보의에게 환자의 계속입원을 결정하는 중대한 업무를 맡기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더불어 민간병원 전문의 소견도 가능하도록 한다면 결국 이 또한 병원 간의 대가성 청탁, 담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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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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