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김헌성 교수·김광준 교수·나군호 소장·황희 대표 총출동…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의료계 대응 논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비대면 진료를 비롯한 디지털헬스케어가 의료계의 기존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는 지금, 의사들과 예비 의사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17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다양한 의료계 대응'이란 주제의 세션이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가톨릭의대 김헌성 교수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의료계∙환자∙소비자 단체∙산업계∙정부∙법조계 등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해 포커싱 인터뷰를 한 결과를 소개했다. 해당 인터뷰를 통해 김 교수가 비대면 진료의 핵심 이슈로 꼽은 것은 의사의 자율권∙플랫폼∙수가 등 3가지였다.
비대면 진료 핵심 이슈 '의사의 자율권∙플랫폼∙수가'...일부 플랫폼 논란엔 '일침'
자율권은 비대면 진료 대상을 의사가 자신의 판단 하에 정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의료계에서는 가볍고 위험성이 없는 질환을 비대면 진료 대상으로 하되, 궁극적으론 의사들에게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봤다. 환자들이 통상 대수롭게 여기는 감기나 복통 등도 비대면 진료 만으론 심각한 질환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환자∙소비자단체들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보다 중증질환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봤으며, 비대면 진료 대상 여부는 의사와 환자의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의사에게 자율권을 주는 것과 의사∙환자의 합의를 통한 결정은 다르다”며 “의사는 비대면 진료가 어렵다고 하는데 환자가 원할 경우 어디까지 절충해야 하는지가 모호하기 때문에 합의는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는 의사의 재량권과 환자 선택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인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일부 질환으로 대상을 제한하면 일부 진료과만 수혜를 받는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산업계는 비대면 진료 대상은 의사의 재량이며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했으며, 정부는 적합하지 않은 질병이나 의약품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의료계와 산업계의 의견이 갈렸다. 의료계는 지금처럼 플랫폼이 중심이 될 경우 의료영리화의 가능성이 있다며 의사주도의 진료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봤다. 반면, 산업계는 비대면 진료는 수익모델이 없어 영리화 우려는 기우라며, 건강관리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최근 일부 플랫폼 업체가 환자들이 직접 전문의약품을 선택하고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한 데 대해서는 “오랜 기간 디지털 헬스케어와 비대면 진료 등의 도입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의 수고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플랫폼에 대해선 의료진이 명확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환자에게) 맞지 않는 플랫폼이나 앱은 오히려 건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가와 관련해서는 의료계에선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대면 수가보다 높아야 한다는 의견과 대면진료와 비슷해야 한다는 입장이 혼재했다. 환자∙소비자단체는 대면 진료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 정부는 현재 재진 진료비에 비대면 관리료 30% 추가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비대면 진료가 실제 환자들의 건강 증진이란 효과를 내기 위해선 환자들의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해 교육하고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게 해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병원 방문이 귀찮은 환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헬스케어, 의료비용은 낮추고 질∙접근성 높이고...의료 AI 교육 체계화 필요성도 대두
연세의대 김광준 교수는 의료 인공지능(AI)과 디지털헬스케어 등이 주목받게 된 기저에는 인구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 환자 중심으로의 의료 패러다임 변화, 보건의료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의료서비스 효율화 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모두 병상 수가 줄고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 삶의 질 등을 이유로 홈케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웨어러블 기기 등 기술 발전에 힘입은 것인데 이런 패러다임 변화 속에 의료의 중심은 의사에서 환자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의료비를 절감하면서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도 기대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의료비가 줄면 병원 접근성이 높아지지만 의료질이 떨어지고, 반대로 의료비가 늘면 병원 접근성은 악화되지만 의료 질이 높아지는 ‘철의 삼각’이란 개념이 통용돼왔는데 이를 디지털헬스케어가 깨뜨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이거나 이미 임상에서 쓰이고 있는 사례로 의사들의 영상판독, 의무기록 작성을 돕거나 생체신호 분석을 통해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AI 솔루션 등을 들었다. 이 외에 사전문진을 통해 병원 예약 등을 도와주는 챗봇, 물리적 환자와 대응되는 개념의 디지털 트윈 등도 기대가 되는 분야로 꼽았다.
그는 “의료 패러다임은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AI 닥터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을까가 관건인 상황”이라며 “다양한 논의를 통해 윤리적 측면과, 어떻게 하면 이런 기술들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려의대 이영미 교수는 체계적인 의료AI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의료계에서 AI의 활용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미래 의료인들을 위한 AI 교육은 필수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부 대학에서 관련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교육 내용이 표준화돼 있지 않다”며 “아직 의대 졸업생들이 AI 시대에 진료를 할 때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지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는 데다 AI 개발자의 임상 특성 이해도 충분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의료 AI 교육 체계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현재 의학 교육은 성과 바탕으로 가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좋은 졸업 역량을 도출하는 게 1차 목표”라며 “수준별 교육, 졸업 후 의료진 교육과의 연계, 교수 개발 병행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의학교육의 3가지 축인 기초∙임상∙HSS(Health System Science)과 공조해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좋은 모델을 만들어내겠다”고 덧붙였다.
나군호 소장 "양질 진료위한 솔루션 개발" 황희 대표 "비대면 진료 데이터 가이드라인 필요"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 역시 의학교육이 어떻게 바뀌어나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지난 2000년 동안 내과의사(Physician)와 외과의사(Surgeon)를 키우기 위한 교육이 지속돼 왔다. 내과적 문제를 치료하려 하니 생리학을 해야했고, 외과의 경우 해부학과 조직학이 있었다”며 “앞으로 디지털헬스라는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해 후배 의료인들을 어떻게 교육할 지 기성세대가 고민해야 시점”이라고 했다.
나 소장은 현재 네이버 사내병원에서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했다. 그는 “의료인 출신이다보니 환자들의 웰니스 데이터를 모으는 것 보다는 의료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며 “의무기록을 어떻게 자동화할지, 같은 질문을 반복해야 하는 문진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순 없을지 등 의료진이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솔루션 개발에 매진 중”이라고 했다.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비대면 진료 시 발생하는 데이터를 대면진료 데이터와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 대표는 “기존에도 병원들 간 데이터 공유가 되지 않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 데이터에 대한 명확한 기술적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 상태로 3~4년이 지나면 그 때는 한 병원 내에서도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 데이터가 따로 놀게 된다. 비대면 진료 데이터를 반드시 EMR과 연결 시키든지, 비대면 진료 데이터를 정리해 API 형태로 EMR에 붙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교육과 관련해서는 “사실 저는 병원에 필요한 것들을 이해해서 그걸 잘 개발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의대생에게 파이선을 시키거나 알고리즘을 짜게 하는 게 물론 도움은 되겠지만, 그게 일반적인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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