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증원→대학자율에 맡긴 정부의 '자충수'...서울고법의 집중 심문으로 이어져

정부 입장 변화가 과학적 근거 없다는 법률 판단 밑거름으로 작용…정부 과학적 근거 미비 시 의료계 승소 가능성 높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2000명 증원으로 고수하다 최근 대학 자율로 변경한 판단이 '자충수'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사법부가 의대정원 증원의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 과학적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의료계 입장에선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정원 증원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최대 호재가 될 전망이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1심 재판부와 달리 정부가 증원 규모로 제시한 2000명 증원의 추가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3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서울고등법원은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 과정에서 정부가 최근 2000명 증원에서 대학 자율 결정으로 입장을 선회한 이유를 1시간여 가량 집중 심문했다. 

2000명 증원을 고수하던 정부가 대입전형 시행계획 마감일을 11일 앞두고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 자체가 '근거가 빈약하다'는 취지다. 

실제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정확한 근거없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 어떻게 과학적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날선 비판이 재판 과정에서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의료계 측 변호인단은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변화가 현행 고등교육법 위반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자율 증원으로 변경한 것은 법률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우선 과학적 근거에 의해 2000명을 증원한다는 정부 주장에 허점이 드러나게 했고, 객관적 근거를 추가 제출해달라는 판결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 고등교육법상 대학 입학 정원은 여러 의견을 종합해 교육부 장관이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2000명 증원이 과학적이라고 밀어붙이다가 갑자기 대학 자율에 맡겼다. 이에 총장들은 정원을 마음대로 조정했고 이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0일까지 서울고법에 근거 자료 등을 제출해야 하지만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 측 승소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현재 정황상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와 절차상 근거가 모두 충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홍윤철 교수 연구나 보건사회연구원 자료 등 정부가 2000명 증원 근거라고 제시한 자료는 이미 정부가 제출했다. 그러나 연구자들마저 해당 연구가 2000명 증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고, 사법부도 이렇게 판단할 근거가 되지 않으니 다른 과학적 근거를 제출하라는 입장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 측에서 추가로 제출할 만한 과학적 근거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안다. 만약 자료가 있었으면 진작 냈을 것"이라며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어떤 의사결정 절차가 있었는지를 보는 절차상 근거가 명확한지를 보기 위해 배정위원회 명단이나 회의록도 제출하라고 하고 있지만 정부는 제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배정위원회 회의록과 명단 등 일체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만약 정부가 과학적 근거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않으면 입증 책임 원칙에 따라 패소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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