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으로 암 조기진단…정밀의료를 향한 액체생검의 도약

[칼럼] 조양래 생물학 박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는 환자들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분석해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최적화된 방법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진단 및 치료를 하려는 종합적 예술이다.

환자에 대한 정보는 내원 및 입원, 앓았던 질환, 치료역사, 생활습관, 신체리듬, 유전체분석결과 등이 포함된다. 이 목표를 실현시키려면 모든 데이터들을 규격화해야 하며,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반시설과 다양한 데이터들을 종합적으로 합성해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환자정보를 의료기관과 국가기관 외전문가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사회적 동의와 법적 장치도 필요한 다면적 의료행위다. 

초기 원시적인 정밀의료 개념은 1980년대 환자들에 관한 정보를 전산화해 관리할 때부터 시작된 맞춤의료(tailored medicine)에서 시작됐다. 컴퓨터 관련 기술발전과 함께 병원기록이 전산화되자 의사들이 쉽게 환자치료와 관련된 정보를 습득해 효과적인 방법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사람의 게놈지도가 완성된 뒤에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분석한 유전자정보를 포함시키면서 맞춤의료라는 말이 유행하게 됐으며 최근에는 몸에 부착하고 다닐 수 있는 기기로 기록한 신체리듬정보를 포함하려 한다. 맞춤의료는 환자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의료행위를 강조하는데 표적치료 개념이 도입되면서 정확한 의료라는 의미로 정밀의료라는 단어와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게놈세대 이후에 정립되고 있는 정밀의료는 각 개인들에게 사용된 맞춤의료를 데이터화해 각 환자의 치료결과를 다른 환자들을 치료할 때 자료로 활용하는 집단적 개념의 최적화된 의료다. 성공적으로 시행하려면 약물에 잘 반응하는 환자와 내성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모두 분석해야 한다.

정밀의료는 유전자의 대립형질 혹은 변이 정보를 바탕으로 ①표적치료제를 포함한 환자에게 맞는 약물 선정 ②투여할 약물의 양 결정 ③질병 조기진단 ④질병위험도 예측분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현재 정밀의료 개념을 모든 질병에 적용한다해도 틀렸다고 말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정밀의료는 암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의 수를 줄이기 위해 시작됐으며 차세대 시퀀싱(NGS sequencing) 기술의 발달덕에 급속하게 발전했다.

이 글에서는 네 가지 영역 중 암에 한정해 세번째 영역인 질병 조기진단에 대해 알아봤다.
 
사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National Cancer Act에 서명하고 있다(출처=National Cancer Institute)

사망의 주요 원인이었던 암을 정복하기 위해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미국 대통령은 1971년 '암과의 전쟁(War on Cancer)'을 선포하고 국가암법안(National Cancer Act)에 서명했다. 그 이후 약 50여년간 암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많은 약과 치료법이 개발됐으며 인류는 이제 암을 정복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암은 여전히 전세계적에서 두번째로 높은 사망원인이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가에서는 첫번째 사망 원인이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에서 매일 217명 및 1700여명이 암 때문에 사망한다. 지금도 인류는 게놈지도와 신기술들을 활용해 암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한다. 암세포는 영악하게 면역체계를 속이며 증상을 나타내지 않도록 성장하며,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말기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암은 진전될수록 치료 비용이 증가하고, 생존율과 삶의 질은 급속도로 떨어진다.

그러므로 암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견해야 하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려고 선별검사(screening test)를 한다. 선별검사는 매모그램, 펩검사, 변(똥) 검사, CT촬영, 내시경 등이 전부이다. 이 방법들은 모두 민감도와 특이도의 한계점을 보이며, 일부검사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환자들에게 매우 불편한 과정이 포함돼 있다. 각 검사방법은 한 종류 암 밖에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4가지 암을 조사하려면 4가지 검사를 받아야해 비용과 시간이 가중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전문가들과 다수의 회사들은 액체생검(liquid biopsy)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액체생검은 조직생검(tissue biopsy)보다 여러 면에서 간편하다. 조직생검은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종종 이용된다. 이 방법은 암조직이나 조직으로부터 세포나 조직 등을 검사용으로 추출하는 것이다.

액체생검은 암 조직을 추출하는 대신 환자의 말초혈액을 채취한다. 추출한 조직이나 혈액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기술로 분석할 수 있다. 조직생검은 암이 임상적으로 확인돼야 실시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액체생검은 암조직이 확인되지 않아도 실시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혈액 속에는 세포들, 혈소판, mRNA, miRNA, 단백질, 세포유리 핵산(cell free DNA, cfDNA) 등 다양한 고분자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다. 세포유리 핵산 중 일부는 죽은 암세포의 유물이거나 살아 있는 암세포에서 배출한 것이다. 암에서 유래해 혈액안에 떠다니는 DNA를 순환하는 암세포 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라 한다.

현재도 말초혈액에 들어있는 바이오마커들을 검사하지만 액체생검이라는 말을 유행시키지 못했다.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액체생검은 암세포에서 유래한 핵산을 분석하는 것을 주목표로 한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의 대형병원에서 일부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차세대 시퀀싱은 주로 수술로 제거한 암조직을 이용한다.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지금도 혈액에 들어있는 암세포 DNA(ctDNA)를 분석하는 기술이 있기는 하다. 예를 들면 SEP9 유전자의 메틸화 패턴을 PCR 방법으로 조사해 직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검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액체생검은 조기에 암을 발견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암을 치료하는 중 다른 약물을 찾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EGFR 유전자에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찾는 방법이 소세포폐암 치료용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 검사들은 여러가지 암을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암과 소세포폐암 한가지 씩 검사한다. 암환자들의 혈액에는 암세포 DNA 양이 많지만 암의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혈액 1ml에 1~10ng정도 들어있어 조사가 어렵다. 암선별검사에서 95% 이상 민감도를 획득하려면 많은 양의 혈액이 필요하다. 종래 기술들은 참신하다는 의미는 있었지만 다루기 쉽고 간편하고 값이 싼 대체가능한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기때문에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두가지 방법 외에도 치료받은 환자가 생존할 가능성, 완치될 가능성 및 재발 가능성 등도 예측할 수 있지만 이런 가능성들이 모두 실현되려면 추가적인 연구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조직생검이나 액체생검으로 채취한 조직은 주로 생물 각 분야에 깊이 자리 잡은 개선된 PCR 방법을 이용하여 분석했다. PCR 기술은 다른 기술처럼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알려진 변이들은 잘 찾지만, 신규변이는 찾을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시퀀싱 방법을 사용한다.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과 함께 접목해 알려진 변이 뿐 아니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규변이들도 모두 찾아낼 수 있다. 폐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폐암 1기와 2기 환자들을 약 59% 정도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보고됐다.

PCR방법이나 차세대 시퀀싱 방법 모두 현재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결과를 보면 조사받은 사람에게 암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주며 암이 발생한 기관은 알려주지 않는다. 이미 암조직이 발견된 환자들에게 암이 있다는 사실과 암의 원인변이와 치료에 유용한 타겟 약물을 알려줄 수 있으며 치료된 경과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유용하다.

그러나 정상인을 대상으로 암을 조기에 진단할 때는 암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 암이 있는 기관이나 조직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방법이나 치료약을 선별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암이 처음 생성된 조직을 알려주는 바이오마커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액체생검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하면 암이 발생한 조직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암세포들은 몸의 위치나 장기에 상관 없이 DNA를 혈액으로 방출한다. 메틸화된 DNA 패턴은 초기에 암이 발생한 조직에 따라 독특하게 나타나며 혈액 중에 ctDNA의 메틸화 패턴과 암조직의 메틸화 패턴이 일치한다.

특정한 유전자에 메틸화 패턴과 간, 유방, 직장, 폐와 같이 특정한 조직에 발생한 암 사이의 관계는 이미 다양한 논문을 통해 발표됐다. 그러므로 ctDNA의 메틸화 패턴은 새로운 바이오 마커로서 암조직을 발견하기 전 암을 진단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즉, 단백질 마커를 분석하는 것처럼 메틸기가 붙은 DNA의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면 최초에 암이 생긴 부위를 알 수 있다. 국내회사인 지노믹트리는 특정한 암에 특이하게 나타나는 메틸화된 유전자들을 찾아 특허를 확보했으며 일부 마커를 암진단사업의 기반기술로 이용하고 있다. 
 

액체생검은 유용한 방법이지만 아직 일반적으로 사용하려면 해결해야 될 문제점들이 남아 있다. cfDNA는 이미 100~1000베이스페어 작은 조각으로 부서진 상태며 완전히 부서질 수 있다. 혈액 채취 단계에서부터 cfDNA를 뽑을 때까지 간호사가 환자에게 채혈 보존제가 들어 있는 튜브에 섞는 방법, 냉장고에 보관하는 시간, 운반하는 방법 및 소요시간, cfDNA를 추출할 때까지 샘플 보관 등이 cfDNA내에 품질과 검사 성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병원에서 하는 관행에 따라 추출한다면 기존 cfDNA는 많이 파괴되고 혈액에 포함된 건강한 세포들이 파괴돼 나오는 DNA로 오염될 것이다. 이런 샘플로 검사하면 민감도는 감소하고 위양성이 증가한다. 이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 전체 혈액(whole blood)이나 혈청을 보관하는 대신 혈장을 분리해 검사하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이렇게 하기 어려우므로 위양성을 줄이기 위해 cfDNA양을 보존할 수 있는 혈액 보관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아직 기술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보편화 되지 않았지만 일부 회사들은 뛰어난 액체생검 결과를 학회에 발표하고 있다. 미국 일루미나(Illumina) 자회사인 그레일(GRAIL)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9년 5월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초기에 발생한 조직과 진행정도가 다른 암환자 1422명과 정상인 879명의 혈액을 검사했는데 검사한 환자들 중에서 784(55%)명에게 암이 있다는 사실과 94%(784명 중 735명) 환자들의 암 종류를 정확하게 맞혔다.

20종류 암 중에서 우선 순위 암 12 종류로 국한하면 민감도는 76%(671/882)로, 암이 최초로 발생한 조직 예측도는 95%(638/672)로 증가했다. 암이 진행된 정도로 분류하면 1기는 34%, 2기는 77%, 3기는 84% 정확하게 암환자를 맞혔다. 암이 없는 879명 중에 암이 있다고 판단한 위양성은 1% 미만이었다. 

이렇게 정확한 결과를 생산하기 위해 사람의 게놈에 산재하는 메틸화가능한 3000만 부위에 대한 정보와 20여 가지 암과 관련된 메틸화된 유전자를 보유하고 분석에 이용했다. 5월 학회에서 이 결과를 발표했을 때 일부 임상연구자들은 선별된 환자들의 암 타입을 결정한 결과를 평가절하하면서 정상적인 인구를 대상으로 검사하면 이렇게 탁월한 결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회사에서는 이와 같은 비평을 예견하고 건강한 사람 16만 5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2018년에 시작했으며 2019년에 FDA로부터 획기적으로 진보된 기기(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됐다. 현재까지 임상시험(STRIVE study)을 위하여 10만명을 미국 37개 병원에서 등록해 검사를 시작했으며 2020년에 임상시험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미래에 실용화될 액체생검은 전통적인 생체조직 검사보다 좋은 점들이 있다. ①정확도가 높지만 암 조직이 필요하지 않다. ②비침습적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힘들지 않다. ③조직생검보다 소요되는 시간이 짧다. ④거의 모든 암들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식도암과 같이 한가지 암을 검사하면 1000명에 1명 비율, 12가지 주요암을 검사하면 83명 중 1명 비율, 모든 암을 검사하면 33명중 1명 비율로 암 환자를 찾을 수 있다. 환자 한 명을 찾으려고 1000명을 조사할 명분은 적지만 83명이나 33명을 조사할 가치는 충분하다. 말기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83명을 검사하고 초기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것이 훨씬 저렴할 것이다. 

1기와 2기 암을 찾을 때 민감도가 조금 낮기는 하지만 위양성이 낮고 암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므로 매우 유용하다. FDA 승인을 받으면 사람들이 건강할 때 진정하게 모든 암을 조기진단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생존율은 당연히 높아지며, 값비싼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액체생검은 암을 정복하고 정밀의료를 실현시킬 강력한 무기로 활용될 것이다. 액체생검으로 암을 조기진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들은 10여개 있으며, 그 중 파운데이션 메디슨(Foundation Medicine), 가던트 헬스(Guardant Health), 그레일 세 회사에서 실험실용 상품을 출시했거나 임상용으로 사용하기위해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그레일이 주관하는 STRIVE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비용만도 1조원을 상회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검사에 편승할 신기술개발 및 경쟁에 참여할 가치평가와 참여했을 때 승리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치료할 수 있을 때 암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빠르면 1~2년 내에 결실을 맺을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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