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역점사업으로 꼽혔던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지원사업이 참여 저조로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경기도는 도립병원에서 진행하던 수술실 CCTV설치 지원사업을 12곳의 민간의료기관까지 확대할 방침이었다. 또한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참여 의료기관 수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시범사업 공모에 단 2곳의 의료기관이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어려움을 맞았다. 결국 경기도는 지난 19일까지 재공모를 진행했으나 1곳만이 더 추가돼 총 3곳의 의료기관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다만 참여 의사를 밝힌 3곳의 민간의료기관이 모두 CCTV설치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3곳은 선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업 추진 적절성 등 항목을 평가받은 뒤 최종 참여 여부를 결정받는다. 즉, 사실상 1~2곳의 의료기관만이 참여하는 무늬만 시범사업이 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경기도는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시범사업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분명하다. 무상으로 CCTV설치비용의 60% 정도인 3000만원을 지원받고 이를 통해 환자에게 안전성을 광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애초 경기도는 중소병원 등을 중심으로 꽤 많은 참여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경기도 측에 따르면 20곳이 넘는 의료기관들이 이번 시범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참여가 저조했던 가장 큰 이유는 병원 수술실에 근무하는 의료인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실 CCTV설치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인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병원경영진이 관심을 보여도 수술실을 사용하는 의사가 설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CCTV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기도의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병원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이번 시범사업 참여를 원했으나 대부분 봉직 의사들이 반대해 참여를 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직접 수술을 하는 입장에서 수술실 CCTV로 인해 인권침해나 수술 질 저하 등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사회는 "민간의료기관에 당근책을 제시하며 편법으로 수술실 CCTV설치를 강행하려다가 의료기관들의 단호한 태도에 시범사업이 실패했다"며 "이번 사업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의료인들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반인권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측은 일단 시범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힌 의료기관 3곳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추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이나 애로사항을 개선하면서 참여를 독려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보건의료정책과 엄원자 의약관리팀장은 "지역의사회, 의협 등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의 반대로 인해 대부분 무산됐다. (사업 참여가 저조한 이유를)지원 비용이 적거나 제도적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라며 "우선 3곳을 시작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 중 지원이 더 필요하거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