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료 살리기 한국은 ‘의대정원 확대’ vs 미국은 ‘근무 유인책 제공’

[필수의료 특별기획] 1000명 증원 등 산술적 인력 조정 보단 의료취약지 근무 유인책 개선이 급선무

지역필수의료 문제 개선을 위해 의대정원 증원에 치중하는 한국에 비해 미국은 의료취약지역·기피과에 의사인력을 유인할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세계 응급실·중환자실을 가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병원들의 필수의료 중심인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어떤 모습이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요. 메디게이트뉴스는 일본과 미국 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두루 탐방한 다음 국내 필수의료 정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연속적인 기획 시리즈를 이어갑니다. 본 기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①응급·중환자 살리는 도쿄대병원의 ‘마지막 요새’
②도쿄대병원 간호사 1인당 환자 1명에 1인실 100% 
③팬데믹∙의사근로시간 규제로 변하는 일본 집중치료체계 

④일본은 응급실 '뺑뺑이' 어떻게 대응하나
⑤.미국 응급의료는 적정수가 보상·과밀화 방지 최우선 
⑥미국 필수의료 대책 의대정원 확대 아닌 근무 유인책 제공
⑦LA할리우드 차병원이 매출 6000억원, LA 최대 종합병원된 사연은?
⑧대한민국 응급의료, 의사에게 책임 묻는 관행 '문제'
⑨필수의료 간호사들도 위험 상황 '부담감‧압박감'에 사직 러시
⑩권역외상센터 예방가능 사망률 성과에 보상 아닌 질타, 당직 과부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내 지역필수의료 개선 대책이 의대정원 확대에 치중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로선 1000명 이상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의 전공의 비율을 산술적으로 5:5로 맞추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에 더해 야당은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선 오히려 이 같은 정책이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우려한다. 늘어난 의대정원이 지역에 그대로 남아 있을 유인이 적고 전공의 비율 조정도 오히려 당장의 수도권 수련병원들의 인력공백을 초래할 것이라는 취지다.
 
반면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의대정원 확대나 전공의 비율 조정 등 정책 보단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에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의사 인력 혹은 전공의 비율 조정 보단 미국의 사례처럼 의료취약지에 의사인력을 유인할 정책을 중점으로 제도 개선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역의료 근무하면 지원책·연봉 차이 상당히 많아 

미국의사협회(AMA)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미국은 취약지(low income area)에서 근무할 의사 수급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방정부에서 월 4000~5000달러를 지원하고 정해진 취약지에서 최소 2년 가량 근무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대부분 자신의 고향에서 근무하기를 원하는 의사들이 지원하며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간 의사 수만 2000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의사가 의료인력 부족지역(HPSA) 인센티브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가정의학과와 내과, 소아청소년과, 일반의학과를 전공한 전문의여야 한다. 주당 40시간 이상 진료활동을 하게 되면 인센티브 비율은 의료서비스 총액의 10% 가량이 된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에서 근무하고 있는 황지민 전공의는 "미국도 도시와 지방 사이 의료접근성 간극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은 의료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나라여서 시골로 가게 되면 지원책, 연봉 등이 몇 배 이상 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백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황 전공의는 "특히 미국은 주마다 대표적인 병원을 키워놓은 상태다. 해당 병원들 사이에 수련환경 차이가 없어 자신이 자라온 주에 남으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의사 대상, 적절한 보상 선제적 이뤄져야

미국은 정부 펀드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지역 커뮤니티 헬스케어 센터(Community healthcare center)에서 일하는 인력에 대한 지원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커뮤니티 헬스케어 센터는 주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며 대부분의 환자가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 비보험 환자다. 주정부는 센터에서 일하는 의료인력에 대해 수련과 훈련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의료취약지의 근무를 유도하는 정책도 존재한다. 미국은 보건의료인력이 부족한 지역과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 보건의료 관련 교수가 부족한 지역을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선정한 뒤 대출 상환제도, 장학금 지원 등 재정 지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출 상환제도는 취약지에 의사들이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로 필수적으로 2년 취약지에 근무하도록 하고 지역과 근무시간에 따라 2년 풀타임 근무의 경우 최대 5만달러 지원이 이뤄진다.
 
또한 농촌 보건소 지정을 통해 시골 지역 진료소에 대한 지불 보상 체계를 강화하고 일차진료기관(Primary care offices)과 협력해 의료취약지에 대한 의료접근성 향상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 LA할리우드 차병원 김보라 CPO는 "미국도 중부 지방 중에서 의료취약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 비해 지역과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수가 가산이 훨씬 높은 편"이라며 "일례로 미국은 한국에서 기피과인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등 지원이 많아 가장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황지민 전공의는 "한국은 수도권으로 이동하려는 유인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단순히 5대 5로 비율만 맞추는 정책이 의사 배치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미국은 외국인 의사 유입도 많아 비인기과나 비인기병원은 외국인 의사로 100% 채워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의사 인력을 늘리거나 산술적인 전공의 비율 조정보단, 의료취약지에 의사인력을 유인할 정책을 중점으로 제도 개선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임선미 연구원은 "지역의 포괄적인 의료서비스 지원정책의 핵심은 지역에서 활용가능한 의사 풀을 최대화 할 광범위한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자격을 갖춘 의사 수를 지역에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의료 취약지역의 의료에 관심 있는 의사인력을 유인할만한 접근방식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의료체계에서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의사를 대상으로는 적절한 보상이 선제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의대생 교육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며 "특히 적절한 보험수가 신설과 인센티브 시스템의 변화, 진료과목 간 불균형 지불보수체계를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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