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특별기획] 부산대병원 외상중환자실 공경희 수간호사‧응급중환자실 김선미 수간호사…"의료인력 투자 절실"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세계 응급실·중환자실을 가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병원들의 필수의료 중심인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어떤 모습이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요. 메디게이트뉴스는 일본과 미국 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두루 탐방한 다음 국내 필수의료 정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연속적인 기획 시리즈를 이어갑니다. 본 기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생과 사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모이는 곳, 중환자실. 사실 우리나라 중환자의학의 역사는 다른 의료분야에 비해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비약적인 의료 발전과 함께 각 대학병원들은 중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중환자 의료 시스템을 갖춰 나갔고, 정부 제도와 정책이 맞물려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환자실은 여전히 해외에 비해 태부족 상태이며 중환자 병실이 부족해 응급 중증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내 외상중환자실과 지역응급의료센터 내 응급중환자실을 찾아 실제 현장 수간호사들이 바라보는 중환자실의 문제를 들어봤다.
고강도 간호업무 요하는 중환자실, A부터 Z까지 간호사가 담당…업무 부담에 사직 러시
외상중환자실의 공경희 수간호사는 내년으로 20년차 베테랑 중환자실 간호사다. 응급중환자실에서 오랜 경력을 갖고 중증외상환자가 있는 외상중환자실로 오게 된 공 간호사는 중환자실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고강도 노동을 들었다.
공 간호사는 "중환자들은 일단 달고 있는 장비가 너무 많다. 특히 외상 중환자들은 외상으로 인해 피를 많이 흘린 경우가 많아 대령 수혈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분초를 다투는 환자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한 번 환자가 들어오면 한여름 폭우가 쏟아지듯 모든 장비와 인력이 한꺼번에 투입돼 전력으로 환자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최선을 다하면 환자가 극적으로 좋아지는데 생명의 끝자락에 있던 환자들이 소생하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공 간호사는 "우리 병원은 외상중환자실이 3개 병동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1인실 32개 일반 18개다. 대부분의 환자가 1인실을 사용할 수 있어 굉장히 쾌적하다"라며 "체외막산소공급기(ECMO)부터 자가수혈기, 심부저체온유도장치 등 다양한 장비들을 갖추고 있어 시설과 장비 면에서는 해외 어느 국가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족한 의료인력이었다.
그는 "환자에게 전인적 간호를 제공하고 싶어도 그만큼 충분한 인력이 되지 않는 것이 힘들다. 그래도 우리 병원은 인력을 많이 확보해 간호사 1명 당 환자를 1~2명 보는데, 환자가 갑자기 들이닥칠 때면 간호사 한 명이 2~3명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코로나19 때는 필요로 하는 인력이 2배로 들어 정말 힘들었다. 몸이 아파 일을 그만두는 간호사들이 많아 인력을 채우기 힘들었다. 신규 간호사를 바로 중환자실에 투입하긴 힘들기 때문에 많은 간호사들이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공 간호사는 "과거에 비해 장비도 많아지고, 병원 평가 업무는 물론 질 관리 업무도 늘어나는 등 체크해야 하는 업무가 늘어났다. 환자만 보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감염과 장비 운영에 행정 업무까지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업무를 하면서 신규 교육까지 해야 했는데 그나마 '교육전담간호사제도'가 생겨 교육은 별도의 교육전담간호사가 진행해 한결 나아졌다"며 "경력 간호사들은 잘 그만두지 않는데 신규 간호사들이 자꾸 나가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러한 인력 충원 문제가 시설과 장비에 대한 투자는 적극적이면서, 인력에 대한 투자는 미흡한 정부의 정책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증외상은 중증도가 세다 보니 요즘 젊은 세대들의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쉽고 편한데 돈도 많이 버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공 간호사는 또 "중환자실에서는 의사가 해야 하는 업무 외에는 모두 간호사가 하고 있다. 꼭 간호사가 해야하는 일이 아닌 일은 간호조무사에게 맡겨도 무방한데 간호조무사는 중증외상센터 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은 간호사는 간호업무만 전담으로 하고, 물리치료사, 호흡치료사, 간호조무사의 업무가 각각 명확히 세분화 돼 업무 강도를 낮추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규 간호사 1년 내 사직 늘어…대학 졸업 후 8주 교육 후 현장 투입은 '넌센스'
환자들로 가득 찬 응급중환자실에서 만난 김선미 수간호사 역시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간호사로 외과계 중환자실과 외상중환자실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34명의 응급중환자실 간호사들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응급중환자실은 총 14개 병상으로 그중 2개는 격리실과 전실을 갖춘 병상이었다.
김선미 수간호사 역시 의료인력의 충분한 배치가 미흡한 점이 가장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수 파트인 응급중환자실은 숙련 간호사가 많이 배치 돼야 한다. 이는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때부터 중환자 의학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간호사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한 교육이 충분하지 못하다. 그렇다 보니 대학 졸업 후 특수파트에 배치된 간호사들은 병동 간호사보다 위험 상황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사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간호사는 "과거에 비해 신규 간호사의 사직율이 너무 높다. 최근 신규 간호사들은 1년을 채우지 못한다. 중환자실에 배치되면 8주의 교육 기간을 갖게 되는데, 그 이후 혼자 환자를 봐야하는 시기가 되면 이직할 마음을 갖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병원은 지역의료센터지만 국립대병원인 만큼 중증도가 높아 어린 간호사의 부담감이나 압박이 어렵고, 환자와 보호자 응대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견디기 힘들어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국 외상센터 중환자실을 견학할 일이 있었는데, 미국은 중증 환자가 많은 특수 파트의 경우 신규간호사에게 1년 동안 적절한 커리큘럼을 통해 시뮬레이션 교육을 진행하고 이를 통과한 간호사들만 현장으로 투입하고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교육전담간호사가 신규간호사를 별도로 교육하고 있지만 8주의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김 간호사는 위험천만한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들을 더 잘 돌보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강조하면서, 이와 더불어 의료진의 업무범위 명확화와 그에 대한 보호도 강조했다.
그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정말 별별 상황이 다 일어난다.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해 의료행위를 하지만 어떤 때는 합법이었다가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하면 위법이 되기도 한다. 어느 범위까지가 간호사의 업무범위 인가를 놓고 모호한 경우가 많다 또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도 의료인력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라며 "해당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주문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