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일주일 두 개밖에 못 사는데도, 부족한 물량에 대부분 발길 돌려

"1시반 마스크 판매 시작 후 10분이내에 동나버려..약국마다 시간 달라 불편"

 
사진 =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마스크 판매시간이 되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9일 일주일에 단 1일 2장만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됐다. 오늘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1과 6인 사람이 구매할 수 있으며, 10세 이하 어린이와 80세 이상 어르신이 아니면 대리구매가 불가능하다.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의 구매자 설정과 함께 9일부터는 수출이 100% 금지되면서 공적물량도 늘어나 대부분 시민들은 당연히 마스크 구매가 원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마스크 5부제 시행 첫 날 본지에서 서울 시내 약국가를 확인한 결과, 적은 물량만 비축돼 구매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마스크 수급이 지속적으로 불안정해졌고, 가격이 3~4배 이상 급증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정부는 마스크 가격 불안과 수급 제한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출입 절차를 강화하고, 3차에 걸친 긴급 수급조치 추진했으나 지속적으로 공급이 어려워졌다.

실제 지난달 26일 0시 기점으로 마스크 총 생산량 중 50%는 공적공급하도록 하고 수출은 10% 이내로 제한했음에도, 일반시민들은 물론 마스크가 꼭 필요한 의료기관마저도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해 재사용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일 기점으로 마스크 국내 생산량 전체에 대해 수출 금지령을 내렸고, 이중 80%를 공적판매처에 공급하도록 규제를 적용했다. 

또한 한 사람이 여러 장 사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9일부터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다. 5부제는 일주일 동안 단 하루(출생연도별로 상이) 2장만 살 수 있도록 한 것인데, 1·6으로 끝나면 월요일, 2·7은 화요일, 3·8은 수요일, 4·9는 목요일, 5·0은 금요일이며 주말은 주중에 못 산 사람에 한해 구입 가능하다. 

이 같은 정부의 수급조치에 따라 9일 총 701만 9000장이 공적판매처에 공급됐고, 무려 559만 6000개의 마스크가 약국으로 풀렸다. 아직 개인 구매이력 확인 전산시스템(중복구매 확인)이 없어 신분증 확인 후 1일 1개 판매가 가능한 농협과 우체국에도 각각 19만장, 14만장이 풀렸다.

많은 공급 양이 약국으로 몰린 동시에 출생연도에 따른 5부제가 시행되면서 대부분 시민들이 손쉽게 일주일에 2개는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약국마다 공적공급 마스크를 파는 시간이 제각각이며, 들어온 물량도 극히 소량이라 지난주처럼 긴 줄을 서다가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이 많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은 마스크 판매를 1차 오후 1시30분~2시30분, 2차 오후 6시30분~7시30분으로 판매 시간을 정해놨다. 오후 1시만해도 한산하던 약국 앞은 판매시간이 다가오자 다음 건물 코너를 도는 곳까지 이어지는 긴 줄이 들어섰다.

마스크 판매시간은 1시간 가량이었으나, 구비된 물량이 적어 10여분도 지나지 않아 약사가 나와 '판매종료'를 알렸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지난주에 약국과 편의점을 계속 돌아다녀도 품절이어서 못샀다. 농협에도 사람들이 많아 몇시간 줄을 섰지만 구입하지 못했다"며 "이번주에 5부제를 한다고 해서 당연히 살 수 있을줄 알았는데, 또다시 품절됐다고 하니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은 "회사 점심시간을 지난 시간이어서 팀장님께 양해를 구하며 나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면서 "주말에 구입할 기회가 한 번 더 있다고 하지만, 저처럼 요일별로 못 구한 사람들이 대거 몰리면 오히려 주중보다 구입이 더 힘들 거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진 = 서울 시내 한 약국 앞 '마스크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서울 마포구 한 약국에서는 판매시간이 한참 지나서까지 마스크가 남았다. 그러나 문제는 대형은 문이 열리자마자 모두 소진됐고 소형사이즈 뿐이어서 많은 시민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부는 아예 안 쓰는 것보다 소형이라도 쓰자는 심산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이날 약국 앞에서 만난 성인 시민은 "가족이나 지인 중 대신 살 수 없고, 일단 집에 구비된 마스크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당분간 소형이라도 쓰려고 사간다. 이거라도 사게 돼 다행"이라며 두 장을 구입해갔다.

오후 3시 판매 시작을 알린 서울 강서구 한 약국 역시 10분 남짓 지난 후 판매 마감을 알리는 종이 안내문이 약국 문 앞에 붙었다. 아쉬운 마음에 몇몇 시민들은 "또다시 언제 들어오느냐, 내일은 (출생연도 1번으로 끝나는 사람은)살 수 없느냐"고 질문했고, 약사는 "언제 올지 우리도 들은 바가 없어 모른다. 오늘 한 차례 더 오긴 하겠지만 미리 안내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루 559만장이 약 2만개의 약국에 풀린다고 가정하면, 279개는 하루에 판매가능하다. 적은 수이지만 그나마 한 약국당 130명에게는 팔 수 있는 양인데 대부분 약국에서는 20~30명안으로 줄이 잘렸다.

공적판매처 수급 예정량과 실제 공급량에 차이가 있다는 것인데, 범정부 차원에서 과감한 단속과 엄중 처벌경고에도 여전히 중간에서 유통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정부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오는 10일부터 5일간 '매점매석 자진신고기간'을 두기로 했다.

해당 기간 동안 자진신고시 처벌을 유예하고, 신고물량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정가격으로 신속 매입하며,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마스크 한 장이라도 국민들에게 더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로, 만약 자진신고 이후 적발될 경우에는 무관용 총력 대응이 이어질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김용범 1차관은 "마스크가 꼭 필요한 곳에 적정하게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며 "공익목적으로 매점매석을 신고하는 경우 충분한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니 적극적인 신고를 바란다"고 했다.

또한 "현재 식약처와 공정위, 국세청, 관세청, 경찰청, 지자체 등에서는 합동단속을 통해 마스크에 대한 매점매석과 가격폭리 등 불공정 거래행위를 적극 단속 중"이라며 "매점매석 마스크가 발견되는 즉시 출고해 국민들께 돌아가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스크 관련 피해사례는 신고센터(02-2640-5057, 5080, 5087) 및 소비자상담센터(1372), 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www.mfds.go.kr)에 신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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