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비 관리 정책, 약가 인하 아닌 의사·환자 사용 활성 규제"

제약협회 장우순 상무, 제약강국 도약 위한 보험약가제도 개선 필요성 강조

사진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장우순 상무.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약가제도에 대한 보험자 관점이 보험재정 유지가 아닌 제약강국, 제약주권, 제약바이오산업 확대 기조로 가야 하며, 약품비 관리 역시 약가를 인하할 게 아니라 의사·환자의 사용 활성을 규제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장우순 상무는 지난 2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프레스웨비나에서 '제약강국 도약을 위한 보험약가제도 개선'을 주제로 이 같이 제언했다.

국내 의약품 소비량 중 87.7%가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이며, 건강보험 약품비는 매년 규모가 증가해 2019년 기준 19조 338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 진료비 비중은 점차 낮아지면서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민 1인당 약품비는 617.3달러로 OECD 평균과 유사(585.9달러)하며 주요국에 비해서는 낮은 편에 속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체약제와 효과·비용 등을 비교한 후 가격을 결정하는 가치기반의 가격 산정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신약의 대부분은 대체약제와 효과가 유사해 대체약제의 가중평균(시장가격)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동일 제제(제네릭)의 약가 산정은 개발 순서와 노력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1~20번째까지는 자체 시험 실시(임상시험, 생동시험, 그 밖에 동등성시험) 또는 식약처에 등록된 원료의약품(DMF) 사용 등의 요건을 만족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며, 21번째 이후는 32.89%에서 15%씩 감소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약가사후관리제도도 운영 중이다. 사용량 약가 협상, 사용범위 확대, 실거래가 조사, 효과 불분명, 제네릭 등재, 재평가, 허가사항 변경 등 7가지다.

장 상무는 이 같은 약가 제도로 인해 제약기업들의 R&D 의지가 꺾여 국가 경쟁력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다국적사의 약의 진입 시기도 늦어져 환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장 상무는 "현재 국내 신약 가격은 OECD 국가, 대만 평균 가격의 42% 수준이며, 신약의 74%가 최저가로 분석된다"면서 "화이자 레바티오, UCB 빔팻, 얀센 레졸로 등은 10여년전에 허가된 신약임에도 국내의 낮은 약가로 등재를 포기했다. 이외에도 많은 신약들이 등재시기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코리안 패싱'을 하거나 제네릭이 신약 대신 최초 등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상무는 "국내 기업들도 한국의 낮은 약가, 글로벌의 막대한 연구개발비 등의 허들로 인해 신약개발을 완주하지 못하고 기술수출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면서 "일부 약제들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에서 선발매를 하거나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형제약사나 바이오텍이 아닌 많은 중소제약사들은 신약의 약가가 대체약제 제네릭보다 낮은 문제로 인해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 R&D를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그러면서 "R&D를 하지 않으면 결국 제약강국으로 가는 선순환 고리가 끊어질 수밖에 없다. 신약은 신약가격으로, 즉 R&D의 가치를 보전하는 방향으로 약가를 책정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대체약제가 제네릭 등재로 인하된 경우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를 보정(30%)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보상-연구개발 재투자의 선순환 고리가 이어지도록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낮은 약가로 인해 해외 수출길도 막히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수한 품질력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린 의약품이라도 낮은 가격으로 인해 해외 수출시 파트너 물색이 어렵고 수출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도 반영할 수 없어 부가가치 창출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수출을 고려해 제약사의 신청가격과 건보공단의 수용가격 간 차이를 환급하거나 국내 출하가격 협상을 통해 수출 신약의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한 데 따른 가치보상을 통해 R&D를 장려하는 포괄적 약가협상제도를 도입하고, 그 대신 의료비, 건강보험 등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원료자국화의 필요성이 대두된만큼, 제대로된 약가 설정과 재정 지원을 통해 앞으로 이어질 신종 팬데믹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장 상무는 "중국, 인도 원료 수입 증가로 현재 해외 의존도가 84%에 달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료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면서 "이미 미국, 일본 등은 제약주권을 위해 원료의약품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국내 생산 원료 사용에 대한 약가 우대 등의 인센티브와 사용장려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건보재정의 절감과 제도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약가 인하가 아니라, 제네릭 사용 활성화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상무는 "지속적으로 약가 인하를 하고 있으나 건보재정, 약품비 절감은 이뤄지지 않고 '풍선효과'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약가가 아닌 사용량 규제가 필요하다. 실제 의사 처방 모니터링, 제네릭 인센티브 지급, 대체조제 활성화, 환자 제네릭 사용 장려 캠페인 및 교육 등 사용 활성을 규제했을 때 약가를 직접 규제하는 것보다 더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약가는 제약강국, 제약주권, R&D 활성화 기조로 가치를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되, 제네릭 사용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유통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특허만료 오리지널 대체율 제고, 고품질 제네릭 진출 활성화 등의 방향으로 건보 약품비 규모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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