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부 초음파 주체, 의사입회 시 방사선사 허용? 의사만 허용?

29일 복지부, 의협 비대위 협상단에서 논의…의협 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상복부 초음파검사가 연일 논란이 되면서 보건복지부 고시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 이번 초음파검사 논란은 29일 10시에 열리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협상단의 회의를 통해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상복부 초음파검사의 주체를 두고 의료계 내부와 의협 협상단 내부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갈등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복지부가 지난 13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의 일환으로 4월 1일부터 상복부 초음파 보험적용 범위를 전면 확대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는 초음파검사를 '의사가 직접 하는 경우'에만 급여로 인정한다고 발표했고, 기존에 초음파검사를 해오던 방사선사들은 궐기대회까지 열며 집단으로 반발했다.
 
결국 복지부는 관련 학회와 방사선사협회 등과 의견조율에 나섰고, 지난 23일 회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대한초음파학회 관계자 A씨는 "처음에는 학회도 복지부 고시대로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에 반대했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방사선사가 의사의 '입회' 하에 검사에 참여한다면 이를 허용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연히 방사선사가 단독으로 초음파검사를 할 수는 없으며, 의사가 함께 입회해야 방사선사에게 초음파 검사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방사선사들은 지난 2014년 복지부가 '의사의 실시간 지도 하에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를 할 수 있다'고 내린 유권해석을 근거로 방사선사도 초음파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A씨는 "2014년 유권해석과 이번 고시가 다른 점은 의사가 기타 의료기술, 즉 모니터 등을 이용해 그동안 방사선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을 입회 없이 지켜볼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라며 "이번 고시 개정은 의사가 무조건 방사선사와 함께 입회해 의사의 지도하에 초음파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대한방사선사협회 관계자 또한 해당 내용에 합의했고, 의사 입회하에서만 방사선사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의사의 입회 하에라도 방사선사의 초음파검사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 의협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의협회장 최대집 당선인과 비대위가 실시한 회의에서 모비대위원은 "의사가 입회하더라도 방사선사에게 초음파검사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비대위 관계자 B씨는 "비대위 내부에서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 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29일 열리는 복지부와의 회의에서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대표단의 이러한 강경한 입장이 알려지자 학회 관계자들은 또 다시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A씨는 "이미 관련협회와 학회, 복지부가 함께 충분히 논의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의협 비대위에서 반대하고 있어 답답하다"면서 "당장 실시해야 하는 고시를 두고 계속 반대한다면 현장의 혼란은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학회도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다수 우려되는 점을 고려해 의사 입회하에 허용하는 것에 찬성한 것"이라며 "이들의 주장은 결국 이미 나와있는 복지부 유권해석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원칙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의협 비대위에서 단 1명의 위원만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들었다. 결국 이것이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까지 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부터 의협 회장직을 맡게 되는 최대집 당선인도 상복부 초음파검사의 주체는 당연히 의사이며, 방사선사가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최 당선인은 "초음파는 검사와 함께 진단이 동시에 이뤄지며, 검사 자체를 신중하게 실시해야한다"며 "의사가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최 당선인은 "대형병원에서는 초음파검사를 방사선사나 간호사, 임상병리사까지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의사의 고유 업무이지만 워낙 업무량이 많아 이러한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의사가 실시하면 방사선사의 생존권과도 문제가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원칙은 원칙이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의사가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4월이나 5월 중으로 대형병원에 상복부 초음파검사는 의사가 직접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발송하겠다는 뜻도 내비췄다.
 
해당 복지부 고시에 따라 의협은 물론 상복부 초음파검사 시 방사선사를 제외할 경우 방사선사협회의 반발도 계속해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관련 학회나 대한병원협회와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초음파검사 논란은 대립하고 있는 양쪽의 입장을 모두 다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다만 문제가 이렇게 커지게끔 만든 복지부의 방치가 일차적인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대집 당선인은 이미 초음파 주체뿐 아니라 이번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자체를 철회하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의료계와 협의해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시행 시기를 미루고, 본인부담률 80%가 아닌 비급여로 존치시켜야 한다는 등의 요구조건을 명시했다. 이를 복지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시에는 강력한 투쟁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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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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