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는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지만 객관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흔히 발생하지만 잘 낫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매우 나쁘게 만듭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정보 및 최신 연구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환자도 의사도 답답하고 괴로운 병, 기능성 위장관 질환 ②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식이·생활습관 조언
[메디게이트뉴스] 그동안 과민성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 치료의 주 관심사는 환자-의사간의 신뢰관계를 돈독히 하고 어떻게 하면 적절한 약물치료로 주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환자의 자세한 과거력이나 증상에 대해 듣기보다는 혈변, 체중감소 등 경고 증상이 있을 경우 복부 CT 등의 검사로 기질적 질환을 배제하는 데 중점을 뒀고, 원인 질환이 발견되지 않는 IBS로 진단되면 증상에 맞춰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그러나 약물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확률은 위약보다 10~20% 밖에 높지 않으며, 사실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증상이 호전된 경우는 치료받은 환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효과가 낮은 약물치료 외에 증상을 개선시키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환자 자신의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돼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음식과 생활습관이다. 과거부터 IBS 환자들의 약 80%가 스스로의 증상이 식사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음식과 IBS 증상 사이의 관계나 치료적 유용성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장내에서 완전히 흡수되지 않는 당류인 포드맵(fermentable oligosaccharides, disaccharides, monosaccharides and polyols, FODMAPs)이 IBS 증상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저포드맵식이가 IBS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중요한 치료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그림1). 이외에도 식사습관, 유제품, 식이섬유(dietary fiber), 글루텐(gluten) 등이 소화기 증상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어 음식이 과민성장증후군 증상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면 IBS 환자에게 권해줄 수 있는 일반적인 음식에 대한 조언을 한번 살펴보자. 음식과 불규칙한 식사, 과일과 채소를 적게 섭취하는 것, 인스턴트 음식 섭취 등이 IBS 증상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했으나 입증할만한 증거는 여전히 아직 많지 않다. 권장하는 습관으로는 천천히 먹기, 앉아서 먹기, 잘씹기 그리고 저녁 늦게 먹지 않기 등이있다.
술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30%의 IBS 환자가 음주 후 IBS 증상이 악화됐다고 했다. 그러나 술 중에서 맥주, 와인이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결과와 여성에서만 악화됐다는 등의 연구결과는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해 아직 믿기 어렵다. 커피와 차는 환자 대조군 연구에서 IBS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커피나 차를 마실 때 환자의 증상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지 물어봐서 관련성이 있을 때에는 커피나 차의 섭취를 줄이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매운 음식도 마찬가지로 IBS 환자, 특히 설사형, 남성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역시 환자에 따른 매운 음식과 증상과의 연관성을 물어보고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고지방 음식도 IBS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십이지장에 지방성분을 투여(1시간동안 20g)하면 복통, 더부룩함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유당 불내성(lactose intolerance)은 IBS 진단 전에 감별해야 할 질환이다. 그러나 IBS 증상 중 유당불내성과 관련된 증상이 유당 제한으로 특별히 호전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에 유당불내성 자체가 IBS 발생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식이섬유란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 3개 이상의 단량체 단위를 갖고있는 모든 비가용성 올리고당 및 식이 섬유 다당류, 특히 리그닌(lignin)과 관련이 있는 성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식이섬유가 장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IBS경우에는 오히려 과다섭취하면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밀기울(wheat bran), 씨리얼(cereal), 과일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과민성장증후군 증상을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씨는 변비형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변비, 복부불편감, 더부룩함을 호전시킬 수 있다.
아무래도 최근 가장 관심을 많이 받고 언론이나 방송에 등장하는 것이 포드맵과 글루텐일 것이다. 포드맵은 발효가능한 탄수화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삼투압 증가로 인한 소장내부 물의 양 증가와 소장내 세균에 의한 가스 발생 증가로 증상이 발생한다. 저포드맵 식이(그림 2)는 설사형 및 혼합형 IBS의 (변비형이 아닌) 복부통증, 팽만감, 급박변 등의 증상을 호전시켰으며 변의 형태를 바꾸고 횟수를 줄일 수 있었다. 저포드맵식이에 의한 효과는 프로바이오틱스인L.rhamnosusGG에 의해 IBS 증상이 호전 정도와 비슷하다. IBS 증상 호전을 위해서는 3~6주간의 저포드맵 식이가 필요하다.
글루텐은 셀리악(Celiac)병을 일으키는 원인인데, 최근 셀리악병이 아닌 경우에도 글루텐에 과민해 IBS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군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연구의 대상군 상당수가 셀리악병 환자의 98%에서 양성을 보이는 human leucocyte antigens (HLA) DQ2 or DQ8에 양성으로 나타나 실제 혈청학적 검사에서만 음성인 셀리악병이었는지 확실치 않은 문제가 있었다. 또한 글루텐에 증상이 악화된다고 하는 환자들에게 섭취음식 중에서 글루텐을 배제함으로써 증상이 좋아지는 것을 증명해 글루텐이 IBS와 연관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글루텐을 배제한 식이는 동시에 저포드맵식이이기 때문에 글루텐과 포드맵중 무엇을 배제해 증상이 좋아졌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또 밀가루에는 글루텐 성분 외에도 amylase trypsininhibitors와 같은 IBS 증상 유발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글루텐 배제 음식으로 이런 독성물질도 같이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증상이 좋아진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생활습관과 관련해 비교적 많이 연구된 분야는 운동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102명의 IBS 환자를 대상으로 운동이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운동을 한 군이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증상점수(IBS-SSS)가 의미있게 낮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위의 연구 대상 IBS환자를 평균 5.2년간 장기적으로 운동효과를 추적했더니, 증상 점수 뿐만 아니라, 삶의 질, 피로, 불안, 우울등의 정신적 요인들도 의미있게 호전됐다고 했다. 그러므로 IBS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운동을 환자들에게 권유할 필요가 있겠다.
위에서 설명한 여러가지 음식 및 생활습관에 대한 내용을 기반으로 환자들에게 설명하면 치료 결과가 좋아지고 환자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음식과 IBS 증상에 관해 수행된 연구는 외국음식을 기준으로 해서 이뤄졌기 때문에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아직까지 다양한 연구가 존재하지 않고 많은 부분이 식품영양학적 평가나 전문가의 조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는 이를 위해 을 2017년 제작해 배포했고 관련 심포지움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향후 보다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가이드라인 개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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