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수가 낮추라는 국회·환자 부담 높인다는 복지부

국회서 비대면 진료 수가 논의…의협 “오진 위험 큰 데 수가 낮추면 의사 참여 유인 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비대면 진료 수가는 대면 진료 제도보다 높아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과 달리 국회에서는 제도화 시 수가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면 환자본인부담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 회의에서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논의됐는데, 이날 회의록을 살펴보면 특히 수가와 환자본인부담금 얘기가 언급돼 이목을 끌었다.

복지부 박민수 차관 “수가 추가 논의 필요…환자본인부담 높여야”

4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제도화 시 비대면 진료 수가에 대한 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질문에 수가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환자본인부담은 인상이 필요한 요인이 있다고 봤다.

박 차관은 “현재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일반 수가의 130%를 지급하고 있는데 그렇게 한 취지는 일단 환자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정부가 강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면을 받으라고 하는 것이라 수가를 인상해 주면서 본인 부담은 기존대로 받도록 돼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수가 수준을 얼마로 하겠다고 말하기 이른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제도화를 했을 때 환자 부담을 그대로 두는 것은 재고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비대면 진료를 하면 환자가 시간적으로나 교통비 면에서 이득을 보는 거다. (팬데믹 때와 달리) 본인 선택으로 하는 것이라서 환자 부담도 적정 수준으로 조정을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가도 본인부담도 다 낮춰야” “병원도 시간 절약되니 수가 인하”

이같은 박 차관의 발언에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수가와 환자 부담 모두 낮춰야 한다는 반론을 내놨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비대면 진료를 하면 대면보다는 의사들의 피로도가 덜하지 않느냐. 또, 예를 들어 대면으로 100명을 보는데 비대면을 30% 허용하면 130명을 보니 환자가 30%가 늘어난다. 그럼 의사들도 그만큼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오히려 (수가가) 낮아지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수가도 좀 낮추고 환자 부담도 줄이면 국가적으로도 재정에 대한 문제가 없고, 이러면 굉장히 시너지 효과가 크고 많은 사람들이 바라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역시 “코로나19 때는 감염병이란 특성상 환자가 병원을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하게 하니 그렇게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고 환자 선택에 의해 그만큼 의료기관도 시간이 절약이 되니 그건(수가) 낮아야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간호사·약사·의사 출신 의원들 의견 갈려

의료인 출신 의원들의 의견은 갈렸다. 간호사·약사 출신 의원들은 수가 인하를 주장한 반면 의사 출신 의원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간호사 출신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차관이 말하는 걸 듣기론 현재 130%를 주고 있는 수가를 내릴 의향은 없는 걸로 들린다”며 “병원진찰료 안에는 병원 관리료가 포함돼 있는데 (비대면 진료로) 환자가 병원을 이용하지 않으면 (병원) 불도 덜켜도 되고 다른 직원도 안 만나도 된다. 이런 것들을 포함하면 수가를 낮추는 건 당연한 거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 30% 더주는 건 코로나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도화 시) 30%는 없어져야 하고, 100%에서도 진찰료에서 병원관리료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상쇄가 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약사 출신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재진에 비대면으로 할 경우엔 수가도 낮아져야 하고 환자 부담도 줄어야 한다. 이걸 미국에서는 리필이라고 한다”며 “병원에 가면 그래도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의사가 문진과 진찰을 하는 시간이 있다. 그런데 비대면으로 할 경우엔 수가와 환자 부담을 대폭 낮춰야 한다. 이걸 인정하지 않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아마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은 “단순 처방일 때는 수가가 더 저렴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진료의 경우 비대면으로 하면 그만큼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의료계는 더 많은 수가를 요구할 거라 생각한다”며 “이런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협 “대면 진료 1.5배 이상 수가” 소비자단체 “환자본인부담 인상 반대”

이와 관련해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에 비해 리스크가 커 수가가 더 높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4월 열린 대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에서는 비대면 진료 수가가 대면 진료의 1.5배 이상은 돼야 한다는 안건을 의결되기도 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비대면 진료 시에는 (대면 진료 대비) 한정된 정보만 받게 된다. 오진의 위험을 안고 진료를 해야하는 셈”이라며 “그럼에도 수가가 더 낮게 책정된다면 의사들 입장에선 비대면 진료를 해야할 유인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 단체는 복지부의 환자 본인 부담금 인상 의향에 대해 사실상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컨슈머워치 곽은경 사무총장은 “비대면 진료와 대면 진료 간에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큰 차이가 있지 않은 데 가격을 높인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민들이 팬데믹 이후로 비대면 진료를 편하게 쓰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 부담을 늘린다면 선택권을 제한하는 또 하나의 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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