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누구보다 기뻐한 젊은 의사·의대생들

눈 앞에 존재하는 현실의 부조리를 조국 사태에 투영…입학 취소에 카타르시스 느껴

[칼럼] 남우주 이비인후과 전문의·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 총무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대한민국에 아직 코로나가 없던 3년 전 가을,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조국일가 입시비리 사건이었다. 허위로 논문 1저자에 이름을 등재하고, 허위 인턴 경력을 기재하는 등의 방법이었다. 입시를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입시비리 수법이었다. 기성세대 의사들은 아는 척 모르는 척 헛기침을 했고 젊은 의사들은 분노했다. 개인적으로 분노보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는 사람만 알던 이 입시비리 수법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추앙받던 조국 전 장관의 일가에 의해 저질러짐으로써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요즘 2030세대가 그렇듯 젊은 의사들 또한 공정과 평등의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하지만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의 눈에 병원과 의과대학은 공정하지 않은 곳이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몇몇 병원에서는 낙하산인사, 자녀 부정채용 청탁이 정치권과 비슷한 방법으로 행해진다.

전국 어디의 병원을 가도 비슷하게 들려오는 얘기들이 있다. ‘의과대학 교수의 자녀가 지원하는 전공과는 알아서 피해야한다’, ‘인기과 면접에서 인턴이 대답하기 사실상 불가능한 전문의 수준의 질문에 다른과 주임교수의 딸이 영어로 대답을 해서 만점을 받았다더라’, ‘최하위권의 성적으로 졸업한 병원장 아들이 성형외과에 합격했더라’ 등이다.

젊은 의사들이 조민씨의 입학취소 처분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의구현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 사건에 자신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들은, 그리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건들을 투영하고 대리만족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조민씨의 입학취소를 계기로 의료계가 더 깨끗해지고 투명해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것이다.

성균관대 약대 교수가 자신의 권력으로 딸의 대학과 치전원 입시에 이용하기 위해 조민씨와 비슷한 방법으로 대학원생들을 동원해 논문을 대필한 사건이 있었다. 딸은 대필한 논문을 이용해 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지만 논문 대필이 발각돼 교수 모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고, 최종판결이 나기도 전에 교수는 파면, 딸은 치전원 입학 취소 처분을 받았다.

지금이야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10년전 내가 학생 신분일때만 해도 병원 전공의들에게 지도 교수가 수험생 자녀의 수행평가를 대필시키거나 논문에 자녀의 이름을 끼워주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가 조민의 이름을 논문에 끼워준 것도 딱 10년 전 그 무렵의 일이다. 이 같은 각종 비리가 만연한 세대를 겪은 젊은 의사로서 지도 교수를 공익 제보한 대학원생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그 심정 또한 백배 이해된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건들지 말아야할 역린이 있다. 병역 그리고 입시이다. 역린은 용의 목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을 뜻한다. 용은 온순하고 사람과 친근한 동물로 등에 사람이 올라탈 수도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잘못해서 역린을 건드리면 용은 노해서 등에 올라탄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이 역린을 건드렸다가 권력자의 분노를 사 목숨을 잃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린을 건드린 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영원히 매장됐다.

병역 문제로는 가수 MC몽과 유승준이 그랬고 사실 유무와 관계없이 박원순씨와 이회창씨 아들의 병역 문제는 의혹제기 그 자체만으로도 두고두고 발목을 잡았다. 전국민이 알만한 입시 부정사건으로는 이대 입시비리 정유라, 숙명여고 쌍둥이 부정행위 사건과 최근 유죄 판결이 난 조국 일가의 입시비리 사건 등이 그것이다.

병역과 입시가 성역화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분야보다 공정해야 하고 출신배경이나 가정형편에 따라서 좌지우지되면 안 되는 분야다. 의사로서, 그리고 군복무를 해본 입장에서 평하자면 그래도 병역에서의 공정성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입시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 입시드라마 '스카이캐슬' 열풍이 뜨거웠던 이유가 있다. 학력고사세대의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과 달리 제도가 바뀌고 특히 학종이 도입되면서 입시비리 혹은 편법입시의 여지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캐슬'이 대한민국에서 화제가 된 것은 단순히 재미있는 픽션이어서가 아니다. 당장 옆집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우리 동네 고등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일이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젊은 의사들이 바라던 처분이 드디어 내려졌다. '학위가 취소되면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을 것' 이란 보건복지부의 답변에 따르면 조민 씨의 면허 취소는 확정적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24일 부산대가 조민 씨의 의전원 입학취소 예비행정처분을 알린지 7개월 여만이다. 대선후보도 한 번밖에 하지 않는 청문회를 두 차례나 하면서, 그것도 하필이면 대선 전날인 3월8일까지 진행된 끝에 내려진 결론이다.

누가 보더라도 공정과 정의가 아닌 다음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에 근거해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권은 바뀌었고 그 뒤 내려진 처분은 결국 공정을 원하는 국민들의 바람대로 됐다.

정치적 이념이 서로 다르더라도 대한민국이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국민 모두가 같을 것이다. 여당 비대위도 대선 종료 후인 지난 16일 조국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던가. 조국 일가가, 그리고 성균관대 약대 교수가 사용했던 입시비리의 방법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설령 교묘하게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법과 원칙에 따라 모두에게 공정한 처분이 내려지길 바란다. 이번 처분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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