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법안소위 불발됐지만…간호계는 간호법 제정 '긍정적 신호탄' 해석

단독개원 불가 못박았지만 직역 갈등 해소 요인...요양보호사 제외 등 타협 여지도 보이지만 갈등 여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10일 오전 10시 간호법 관련 법안 3건을 상정해 심사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간호법 제정 합의가 불발됐다. 그러나 이날 통과 여부와 별개로 간호계로부터 간호법 제정 논의에 큰 진척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처방 관련 문구 유지와 간호사 단독 개원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직역 갈등을 완화하면서도 간호법 제정에 한 발 더 진전됐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직역 간 갈등이 충분히 봉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소득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처방 문구 유지 방향으로 공감대 형성…간호사 개원도 무리
 
우선 이날 법안소위에선 논란이 됐던 '처방' 문구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목소리가 모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안은 의료법에 명시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사 등의 '지도'에서, '지도 또는 처방'으로, '진료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하도록 했다. 

의료계는 그동안 해당 조항으로 인해 의사의 고유 업무범위인 처방의 권한이 간호사 업무범위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간호사가 진료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면 향후 법률 해석 여지에 따라 간호사의 의료기관 단독개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처방 문구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대신 해당 조항이 간호사 단독 개원으로 보는 것이 어렵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날 간호법을 통해 간호사가 단독 개원을 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보건복지부 측은 "간호법만으로 간호사 개원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여야 위원들도 처방 문구만으로 간호사 개원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여당 한 관계자는 "현재 대형병원에서 이뤄지는 의사의 아이디로 간호사가 처방을 내리는 등 불법행위를 막자는 취지에서 처방 문구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간협도 간호법을 통한 간호사 단독개원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논의가 오고간 부분이 이날 법안소위의 가장 큰 성과라고 봤다. 법안 통과에 있어 간호사 개원이 가능한지 여부가 직역 갈등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간협 관계자는 "이날 법안소위의 가장 큰 성과는 처방 문구의 필요성과 간호사 단독개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설명됐다는 점"이라며 "동네의원에선 간호조무사와 둘이 일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성을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큰 병원에선 매우 심각한 문제다. 회원의 70%가 개원의인 대한의사협회에선 문제의 본질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적용 제외 등 타협 여지도 보여
 
간협은 간호법 제정을 위해 어느 정도 타협의 여지도 보였다. 현재 간호법 적용 대상에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간협은 이날 노인복지법의 적용을 받는 요양보호사는 간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일부 위원들의 주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앞서 요양보호사가 간호법 적용대상에 포함되면서 간호법 저지 10개 단체엔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가 참가하고 있는 상태다.
 
간협 관계자는 "환자의 제대로 된 케어와 제도를 잘 안착시키기 위해 간호법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법안 자체에 대한 반대가 많다. 정 그렇다면 요양보호사 관련 부분은 제외할 수 있다는 입장 표명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직 갈등 첨예해 의견 조율까진 시간 더 소요될 듯
 
그러나 아직 직역 간 갈등이 첨예하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견조율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갈등을 겪고 있는 대한의사협회가 이날 논의에 참석하지 않았을 뿐더러, 간협은 이날 간호법 제정을 전제로 한 간호조무사협회 측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기 때문이다. 간무협은 중앙회 설립과 2년제 간호조무사 양성과정 신설, 보조용어 삭제 등 간호조무사 업무 명확화 등을 주장했다.
 
간협 관계자는 "간무협의 주장은 애초에 전제가 잘못됐다. 간무협에서 주장하는 혼란의 근원지는 의원급인데 의원급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비중은 86대14로 간호사가 14% 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의원과 치과도 각각 4%와 2%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간호조무사는 처음 생겨날 때부터 간호사 보조라는 명목으로 양성됐고 학원 자체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전국에 우후죽순 학원이 생겼다. 이렇게 양성된 인력들을 어떻게 이제와서 전문대를 따지고 인력의 질을 운운하느냐"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제정 취지는 동의하지만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인의 자격이나 업무범위,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육성과 근로 조건 등을 별도로 규율할 경우 직역 간 연계성이 저하되고 행정체계와의 정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위위원회 전문위원실도 이날 검토의견을 통해 “절충안 마련을 위해 각 단체간 타협과 양보가 필요하다. 충분한 숙고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협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오늘 법안소위를 두고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나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늘 저녁 비대위 회의를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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