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으로 치료한다

[기획⑫] 지놈앤컴퍼니 배지수 CEO, 박한수 CTO

면역항암제에서부터 착상보조제,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까지

[기획] ICT 융합 의료를 대비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ICT 융합 의료를 대비하다'를 주제로 바이오 업계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맞춤형 의료를 위한 유전체 분석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기업,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투자기업(VC), 정부 출연기관, ICT 융합의료에 활발한 연구중심병원 등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1편) 바이오산업의 핵심은 '협업' - 신테카바이오 경영총괄대표 김태순 사장
(2편) 바이오 투자 더 늘릴 계획 - 한국투자파트너스 황만순 상무
(3편) 유전자 기반으로 패러다임 바뀐다 - EDGC 이민섭 CTO및 신상철 CEO
(4편) 초기 기업 투자에 집중 – 인터베스트 문여정 이사
(5편) 혼밥, 혼숙에 이어 “혼톡” – 헬스케어 챗봇 김민열 대표
(6편) 20년 뒤 토종 글로벌제약사 기대 -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NOV) 박영환 단장
(7편) 설명의무법 고민을 덜다 - 헬스브리즈 정희두 대표
(8편) 의료기관, 기업과 협력으로 R&D 사업화 촉진해 – 한국전자정보통신연구원(ETRI) 바이오의료IT연구본부 김승환 본부장
(9편) "AI의사가 입원하래서 왔어요!"-서울아산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김영학 소장
(10편) "병원정보시스템, 정밀의료로 한발 더" - 고려대의료원 이상헌 사업단장 및 정보통신산업진흥원 ICT융합확산팀 이준영 팀장
(11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동반자 -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최윤섭 대표
(12편)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치료한다 - 지놈앤컴퍼니 배지수 CEO 및 박한수 CTO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미생물 연구를 하겠다는 과학연구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해당 분야의 연구 및 투자가 늘어난 상황이다.

인체의 장내 미생물(휴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비단 미국만이 아닌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적인 흐름인데, 개인 장내 미생물환경에 맞춘 분변 미생물군 이식, 프로바이오틱스, 의약품 개발 등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개인맞춤형의료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인간의 몸속에서 함께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의 유전정보 전체를 일컫는 것으로 세컨드 게놈(genome)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장내 미생물이 생체대사 조절이나 소화력, 각종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토피, 비만, 암 등과 관련된 각종 대사 및 면역질환 등에서 관련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한 미국 시장조사기관(Markets and Markets)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22년부터 2025년 사이에 연평균 약 21%씩 성장해 2025년에는 약 9억 달러(한화 약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보고서는 인구 고령화, 생활습관으로 인한 질환 증가, 부작용이 없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에 대한 선호 증가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해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다수의 연구들이 제품화돼 5년에서 7년 후가 되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장내 환경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균주로 마이크로바이옴의 한 분야인 프로바이오틱스는, 국내에도 유산균 제재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미국의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이미 지난 2015년에 350억 달러(한화 약 40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시장조사기관은 특히 인도,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해당 산업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사진: (왼쪽부터) 지놈앤컴퍼니 공동창업자 박한수 소장(CTO), 배지수 대표(CEO)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는 이처럼 유망한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국내 기업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국내 기업 '지놈앤컴퍼니'를 찾았다.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목표
 
지놈앤컴퍼니는 기본적으로 미생물 유전체(genome) 분석 기반 연구를 하고 있지만, 다른 회사들이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분석을 위주로 하는 것과는 달리 대규모 전임상 연구를 중심으로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약(drug)과 식품(food) 쪽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균주 생산에서부터 빅데이터 분석, 동물실험, 임상시험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각각 특화된 분야에 깊이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전략을 취하며 대규모 동물연구나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의 공동창업자인 박한수 소장(CTO)은 "국내 유수 대학병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정상인과 환자로부터 이미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3천 케이스를 확보한 상태"라고 밝히며, "유전체 분석을 바탕으로 한 R&D 회사이지만, 시퀀싱 회사뿐만 아니라 다국적제약사/식품회사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 지놈앤컴퍼니 박한수 소장(CTO)


또한, 지놈앤컴퍼니는 동물실험(전임상)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하이쓰루풋 플랫폼(High-throughput platform)'을 갖추고 있어 짧은 시간에 많은 세균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지놈앤컴퍼니는 서울의대 동기인 배지수 대표(CEO, MD, MBA)와 박한수 소장(CTO, MD, PhD)이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새로운 치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2015년 설립한 회사다.
 
박한수 소장(CTO)은 하버드 의대와 잭슨랩 유전체연구소에서 암 유전체 연구를 비롯해 마이크로바이옴 공동연구를 하다 현재 국내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연구를 하며 사업화에 대한 생각을 키워왔는데, 연구개발의 사업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 및 컨설팅 지식을 갖춘 배지수 대표(CEO)에게 손을 내밀었다.
 
배 대표는 박한수 소장으로부터 2014년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잠재성을 듣고, 본인이 2005년 MBA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 줄기세포 치료 시장이 새로 생긴 것을 목격했던 것처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도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놈앤컴퍼니는 현재 3명의 MBA, 8명의 박사연구원을 포함해 20여 명이 근무하고 직원의 80% 이상이 이공계 석박사 출신으로, 2019년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회사다.


면역항암제,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 개발 파이프라인 보유
 
지놈앤컴퍼니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접목한 제품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면 면역항암제, 착상 보조제를 비롯해 비만 억제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까지 포함하고 있다.
 
먼저 가장 빠르게 상업화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프로바이오틱스 분야는 비만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동물실험을 마치고 국내 대형 종합병원 중 한 곳과 임상시험을 시작한 단계다.
 
배지수 대표는 "유산균을 요구르트로 먹던 시장이 줄고 요구르트 산업에서조차 '사람의 장에서 뽑은 세균'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급성장 중인데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임상연구를 통해 검증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그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임상연구를 통해 이를 한 단계 진보시킨 시장(phase)으로 만들 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지놈앤컴퍼니 배지수 CEO ©메디게이트뉴스

 
지놈앤컴퍼니는 특정 질환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한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하고, 동반진단을 통해 확인된 개인별 장내 프로파일에 맞춰 프로바이오틱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정밀의료의 개념과도 상통한다.
 
박한수 소장은 "비만 분야 프로바이오틱스 제재 임상시험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와 활발하게 논의 중으로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8년 말까지는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그는 "면역항암제는 동물시험을 진행하며 가제품을 만든 상태로 내년 말까지 임상시험 전 허가 취득(IND filing)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에는 다국적제약회사와 협력해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외 여드름 억제 화장품과 착상보조제(IVF) 개발은 현재 각각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시료를 바탕으로 유전체 분석 후 특이 균주를 발굴한 단계에 있다. 
 
박한수 소장은 "암 환자의 경우도 어떤 장내 미생물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면역이 활성화 됐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더 증강시키는 것이 목표인데 암환자의 대변에서 추출한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프로파일)이 기본이 된다”며 “이는 동물실험 통해서 이미 많이 입증한 상태이며 현재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직전 단계에 있다"고 소개했다.

박한수 소장이 소속된 광주과학기술연구원(GIST)에서는 수주한 암 치료와 관련한 미래창조과학부의 50억 원 규모의 마이크로바이옴 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밖에 비만 및 화장품 개발 등과 관련해서도 각각 별도의 정부과제를 맡아 연구 중에 있다.

배지수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 높은 편이라 지금까지는 벤처캐피탈 투자와 정부과제를 합쳐 약 80억 원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며 해외 투자자(VC)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기업들과 파트너링 협의 중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현재 '핫'한 시장 중 하나로 관련 기업이 늘어남은 물론 투자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도 진행하고 있는 치료제 개발이 다양한 임상시험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보니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는 다른 기업들과도 파트너링을 협의 중에 있다.

 
[그래프]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진단 및 치료 분야의 시장규모(출처: 지놈앤컴퍼니 제공)
 
지난 7월 BIO USA에 참가한 배지수 대표는 "다국적회사들하고 미팅이 쉽지 않은 기회임에도 워낙 관심을 끄는 분야라 그들로부터 미팅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며 "균주는 이미 발굴해서 동물실험 효과는 확인한 상황으로 임상시험 진행과 관련해 다국적회사 대여섯 곳과 파트러닝을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비만 프로바이오틱스 쪽은 내년에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기존 판매회사와 파트너링해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프로바이오틱스는 대부분의 경우 실험실 환경에서 확인된 균주 수로 특허를 받게 되는데, 제품화를 위해 대량 생산할 경우 특허 받은 균주 수가 유지되지 않아 상업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지놈앤컴퍼니가 개발한 프로바이오틱스는 "경제성과 안정성이 높아 상업화 가능한 수준으로 균주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곧 식품으로 허가 받을 예정"이라고 배 대표는 밝혔다.
 

아직 임상연구 사례가 없는 미개척 분야, 함께 제도 만들어 가야
 
마이크로바이옴이 새로운 분야이다 보니 아무래도 관련 제도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을 세우는데 있어서도 아직 관련 사례가 없어 식약처와 함께 처음부터 상의해가며 하나씩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하버드에서 최초로 균주 특허를 내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특허를 취득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정도다.
 
배지수 대표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이라 많은 노력이 들겠지만, (신약 개발과 관련한 노하우를 가진) 대형 제약사와의 협력 등을 통해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분야의 연구 활성화 및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아무래도 정부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국가적인 차원의 장기계획을 통한 지원을 하고, 관련 산업을 개척하고 있는 민간 기업과 협력해 국제 기준에 맞춘 장내 미생물 기준 확립 및 관련 제도 마련 등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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