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는 'ICT 융합 의료를 대비하다'를 주제로 바이오 업계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맞춤형 의료를 위한 유전체 분석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기업,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투자기업(VC), 정부 출연기관, ICT 융합의료에 활발한 연구중심병원 등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언젠가부터 채팅하는 로봇을 의미하는 '챗봇(chatter robot)'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헬스케어 챗봇까지 등장했다.
챗봇이란, 카톡처럼 채팅 창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인데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로봇(인공지능)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국내에서는 인터넷쇼핑 혹은 은행, 보험사 등에서 모바일 메신저 앱을 통한 챗봇 서비스(자동 상담·응답)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제약사 등을 대상으로 헬스케어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던 글로벌 법인(구 Walana)을 김민열 대표가 사명도 '헬스케어 챗봇'으로 바꾸고 한국으로 이전해오면서 국내에도 헬스케어 챗봇의 등장이 예견되고 있다.
챗봇 시장은 주니퍼 리서치(Juniper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올해 2천만 달러(한화 약230억 원)인 챗봇의 비용절감 효과가 2022년에는 연간 80억 달러(한화 약 9조 원)가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해당 조사는 현재 12% 수준에 머물러 있는 로봇과의 대화 성공률이 2022년까지 헬스케어 부문에서는 75% 이상, 금융 부문에서는 9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이 두 분야에서 챗봇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봤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헬스케어 챗봇 김민열 대표를 만나 그가 겨냥하고 있는 국내 시장과 앞으로의 글로벌 사업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혼밥, 혼숙의 시대에 이어 혼톡도 유행할 것”
헬스케어 챗봇은 인공지능(AI)과 결합된 챗봇이 바쁜 의료진을 대신해 환자의 퇴원 후 관리를 맡는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헬스케어 챗봇'의 김민열 대표는 "지금은 혼밥·혼숙의 시대지만, 곧 '혼톡(혼자 챗봇과 대화하는 것)'도 유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한밤 중에 깨어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을 때 인터넷만 연결되면 즉시 채팅(로봇과 대화)을 원하는 이들의 수요는 분명 있어 보인다. 특히, 헬스케어 챗봇은 퇴원 후 약 복용이나 혈압 체크 등을 해야 할 때 잊지 않고 알려 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헬스케어 챗봇에는 24시간 동안 가급적 같은 대화 내용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묻고 답하는 세션이 수십만 개 있을 수 있는데, 여기서 상황에 맞게 어떤 질문을 하고 답할 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제공하는 게 인공지능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는 24시간 대화하는 게 기술적으로도 아직 구현이 되지 않았고, 24시간 사용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 지에 대해 미처 생각해보지 못해 컨텐츠에 대한 기획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챗봇 서비스는 음성을 인식해 텍스트로 전환하여 검색한 결과를 보여주거나 자동 응답(ARS) 기능과 같이 정해진 질문에 한정된 답변만을 제공하는 방식에 국한돼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채팅을 하다 이커머스(구매 사이트)로 넘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수십만 개의 질문과 답변 세트 중에 사용자 상황에 맞게 질문하고 답변함으로써 대화가 끊기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어나가게 하는 기술이 챗봇의 핵심"이라며 "이를 '헬스케어 챗봇'이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브랜드 ‘힐다(Healda)’로 한국 및 글로벌 시장 공략
김민열 대표는 한국에서 사업을 재정비하며 기존 브랜드인 '바이터스(ViTUS)' 대신 '힐다(HealDA)'를 브랜드화하고, 헬스케어 챗봇과 더불어 향후에는 이커머스 분야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 5월 법인을 이스라엘에서 한국으로 이전한 김민열 대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아직 챗봇이 생소한 가운데 이를 들고 국내 투자 유치에 나섰다.
김민열 대표는 현재 대학병원과의 협력을 모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초기에 국내 법적 여건 때문에 건강식품 관련 이커머스 챗봇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려던 그는, '힐다(HealDA)'라는 새 브랜드로 먼저 B2B 시장인 의료용 챗봇 시장을 창출하고, 향후 이커머스, 컨텐츠, 정치 여론조사 시장 등 B2C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는 법인을 한국으로 이전한 데 대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많다는 점과 싱가포르 국립대학이나 먼디파마와의 협력을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헬스케어 챗봇은 국내 시장에서 다시 기본기를 다질 계획이지만 타겟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 3명, 외국에 2명으로 총 5명이 풀타임 근무자와 함께 약 10명이 근무하고 있는 헬스케어 챗봇은 투자 유치 목표액을 단기적으로 10억, 그 이후 30억으로 설정했다.
한편, 의료용 챗봇의 타겟은 환자의 진단 후 사후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병원과 제약회사 외에도 보험가입자의 건강관리를 통한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측면에서 활용을 기대할 수 있는 보험회사를 포함한다.
그래서 김민열 대표가 바라보는 헬스케어 챗봇의 궁극적인 시장규모(TAM: Total Addressible Market)는 전세계 500개 대형 제약회사와 십 만개의 대형 의료기관이다. 단기적(SOM: Short Obtainable Market)으로는 10개 제약 회사의 15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30개 브랜드, 그리고 의료기관 100곳과 2가지 치료 영역(천식, 만성통증)이 타겟이라고 한다.
또 헬스케어 챗봇은 고객맞춤형 시스템 제작을 위한 일회성 청구 비용과 연간 청구하는 로열티 방식의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힐다(HealDA)는 먼저 말을 걸고, 24시간 수다 떨 수 있어"
김민열 대표는 "힐다(HealDA)는 먼저 말을 걸고(Active), 수다스럽다(장시간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하며 "국내에는 아직 현실적으로 이 기술이 가능한 회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진정한 챗봇을 써보지 않은 경우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사업성(수익성)은 장시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을 통해 창출되기 때문에 특히 24시간 모니터링 및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는 설명이다.
그는 "인공지능을 적용하지 않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챗봇은 보통 1~2분 만에 끝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자연어 처리 기술이 아직까지 인공지능을 접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해 예상되는 단어를 입력했을 때만 특정한 시나리오 안에서 작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답변을 객관식으로 선택하게 하거나 텍스트가 아닌 손가락 하나로 섹션을 선택해 주제를 변경하는 방식도 제공하고 있으며, 먼저 말을 걸고 자꾸 질문을 던짐으로써 컨텐츠 소비 혹은 이커머스 소비를 유도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힐다(HealDA)는 '약 먹었어요? 운동을 했어요? 오늘 통증 기록하셨어요? 오늘 혈압을 재 보니까 얼마 나왔나요?' 등으로 진단 이후 관리적인 측면에서 챗봇이 주도적으로 질문을 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김민열 대표는 "먼저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화의 범위(scope)를 줄이는 절차로, 대화의 주도권이 챗봇에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GSK와 계약하며 헬스케어 챗봇 시장에 진출
시라큐즈대 컴퓨터공학 석사 및 삼성 SDS 출신인 김민열 대표(CEO)는, 소프트웨어 경력으로 현업 25년 차인 물리학 박사 길 가트(Gil Gat, CTO, 공동창업자)와 2013년부터 딥러닝 기술을 보유하고 연구개발을 계속해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5년 1월, 다국적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브라질 법인으로부터 천식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제공할 헬스케어 챗봇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계약체결을 위해 이스라엘 법인(Walana, 당시 팀 명칭)을 설립했다.
외국에서는 헬스케어 전문가의 높은 인건비에 대한 대안으로, 의사의 처방 이후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 및 모니터링을 위해 헬스케어 챗봇이 보조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헬스케어 챗봇은 사용자들이 24시간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서 처방 받은 약물을 잘 복용하고 있는지를 체크할 수 있도록 의사와 환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보조하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8개월 만에 프로토타입(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완성한 그들은 지난 해 6월 GSK 브라질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적용했고, 이후 페링, 먼디파마 등과 계약하며 서비스 지역을 아시아·태평양으로 확대했다.
또 싱가포르 국립대병원과는 암 환자(직장암, 유방암 등) 관리에 활용하기 위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편, 글로벌 제약회사와의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친 김민열 대표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지사마다 개별적으로 설득을 진행해야 하는 점과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개발 기간이 장기간 소요되는 문제 등을 어려운 점으로 꼽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챗봇의 성능이 글로벌 제약사 전반에 확실이 인정받게 된다면 매출이 J커브를 그릴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피력했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제약이 가장 큰 걸림돌
김민열 대표는 "한국의 경우 병원 외부의 기관이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대한 제약이 가장 큰 걸림돌"이며 "병원의 경우도 진단 분야의 데이터는 많지만 고객 관리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하드웨어 보다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잘 돼있는 상품을 찾기 시작했듯이 병원도 고객 관리(CRM) 측면에 투자를 늘려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헬스케어 챗봇의 데이터베이스는 질환에 대한 컨텐츠와 처방전이 함께 입력돼 연동되는 방식으로, 관련 데이터베이스는 병원이나 제약회사 등과 협력 사례가 늘어날수록 업데이트 및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끝으로, 김민열 대표는 "개인용 헬스케어 데이터를 수집해서 병이 생길 지 여부를 예측하는 중국의 한 회사는 약 6천억 원의 투자를 받고, 1조의 기업 가치를 평가 받기도 했다"면서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 때문에 1조가 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막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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