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치료에 대한 관심으로 DNA 유전체 분석이 초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세컨드 게놈'이라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이에 못지 않게 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세브란스병원이 대변이식술 전문진료팀(소화기내과, 감염내과 및 진단검사의학과)을 꾸리고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다.
대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은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추출해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 속에 뿌려줘 장내 미생물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대안으로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이미 공인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는 이제 시작 단계이며, 세브란스병원이 신의료기술로 첫 승인 받았다.
현재 허가사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약물로 잘 조절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 환자에 한해 대변이식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 소화기내과 박수정 교수는 "향후 연구가 축적된다면 궤양성 대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들에게 대안적 치료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변이식술은 아직 건강보험 적용되지 않아 높은 본인부담금으로 치료 접근도가 낮은 편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축적되는 대변이식술의 임상 성과를 모아 향후 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한 항생제 복용 후 발병하는 특징을 가진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은 일반적인 항생제에 잘 반응하지 않고, 초기 치료가 잘 돼도 35% 이상에서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균을 줄이기 위해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환자의 장에 이식한 결과 90% 이상의 환자에서 치료 성공율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과 유럽 의학계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수정 교수는 "수술적 치료를 많이 받고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는 국내에서도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 환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항생제 치료 후 지속적으로 설사, 점액질 변 혹은 혈변을 보거나 발열을 동반할 경우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을 의심하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
그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까다로운 대변 제공자의 조건을 통과한 일반인의 대변을 모아두는 '대변은행'을 운영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중장기계획을 갖고 관련 시설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우선 좋은 대변을 확보하는 것이 치료의 첫 시작"이라며 "대변 제공자에 대한 과거병력과 현재 건강상태, 가족력, 장내 병원균 및 기생충 감염 여부 등을 세심히 살펴 환자에게 새로운 병을 전파하는 것을 철저히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변이식술에 사용되는 대변 속 미생물은 다양한 공여자 검사를 하고, 진단검사의학과에서 별도의 특수처리를 통해 장내 미생물 용액으로 제조한 후 위나 대장내시경 및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 속에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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