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를 위한 유전체분석 기업

[딴짓16] 신테카바이오 김태순 대표

스타트업 참여 1년 반 만에 경영총괄대표 되다

사진: 신테카바이오 김태순 경영총괄대표 ©메디게이트뉴스

정밀의학, 맞춤의료, 바이오마커… 요즘 이런 단어들을 자주 접한다. 우리 인체의 유전체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의료 트렌드로 앞으로는 질병이 출현하기 전부터 예방 차원의 의료적 접근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젤리나졸리가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 때문에 선제적 유방절제술을 받았다는 사례 외에도 최근에는 약물치료의 효과를 예측하는데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유전자 검사가 유전체 분석기술의 발전과 검사비용의 인하로 대중화될 날이 머지 않았는데, 피 한 방울로 나의 모든 예상 질병 정보를 맞닥뜨리는 순간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지만 궁금함이 더 큰 게 사실이다.
 
그래서 메디게이트뉴스는 지금보다는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지 더 기대가 되는 유전체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을 만났다. 신테카바이오를 이끌고 있는 김태순 경영총괄대표다.
 
김태순 경영총괄대표는 인하의대를 졸업하고 호주 시드니대에서 보건학석사를 마친 뒤 지금은 서울의대 의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가 하고 있는 딴짓 얘기와 더불어 미래의 먹거리라 여겨지는 유전체 분석에 대한 소개를 김태순 대표를 통해 들어보자.

 
다국적제약기업 의학부 이사로 출발해 유전체분석기업 경영총괄대표가 되다
 
우연한 기회에 헤드헌팅 회사와 연결이 돼 보았던 면접에서 내 열정을 높이 산 면접관 덕분에 다국적 제약기업에 입사하며 딴 짓에 첫 발을 들이게 됐다.
 
MSD에서 의학부 이사로 4년간 근무했는데, 관련 분야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사한 터라 사실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고생하며 열심히 배운 덕분에 그곳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밑거름이 되고 있는데, 회사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배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임상의들과 교류하면서약을 파는 곳이 아니라 데이터를 파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처방할 때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바이오마커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됐다. 병원에서 혈액형 정보를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누구나 유전자 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고 정부가 이 정보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세상이 조만간 올 것으로 판단했다.
 
바이오 의료산업에도 큰 변화가 올 거라 생각하고 있던 차에 당시 함께 근무하던 의사출신 선임을 통해 다양한 외부 회사를 알게 됐는데 그 중 신테카바이오와 인연이 닿았다.

신테카바이오(Syntekabio)는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유전자 빅데이터에 알고리즘 기술을 적용해 특정 약물에 더 효과가 있는 군과 그렇지 않은 군, 또는 부작용이 있는 군을 찾아내는 '개인유전체맵 (PMAP) 플랫폼'과 컴퓨터 가상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인실리코 (in silico) 플랫폼'을 사업화하고 있는 회사다.
 
사진: 신테카바이오 김태순 경영총괄대표 (신테카바이오 촬영)
 
1년 반 만에 초고속 승진으로 CEO 되다
 
회사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insight)이라 생각한다. 'CEO'라는 용어가 포함하고 있는 ‘Executive(실행)’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를 예측해 'go' 또는 'no go'를 최종 결정하는 자리다. 여기에 회사의 흥망이 달려 있어 막중한 책임감은 말하지 않아도 알 듯하다.
 
신테카바이오는 2009년 설립 후 매출의 대부분을 연구과제가 차지하고 있었는데, 내가 입사하면서부터 회사 문화를 연구 중심에서 사업 중심으로 바꾸는데 중점을 뒀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알토스벤처스와 하나금융, 오라클메디컬그룹 등으로부터 60억을 투자 받았다.
 
이 중 20억을 투자한 알토스벤처스는 실리콘밸리 IT분야 투자기업으로 의료에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어 이곳에서 투자를 받은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래 대전 본사에서 모 증권회사를 대상으로 투자설명(IR: Investor Relation)을 했는데 우연히 알토스벤처스 한킴 대표가 그곳 관계자를 통해 우리 소식을 듣고서 IR을 다시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국내 알토스벤처스 사무실에서 마련한 화상회의를 통해 IR을 진행했는데 그곳이 미국 투자회사인지 모르고 영어 발표를 준비하지 않았다가 여러모로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본질적으로 의료영역이지만 IT기술 바탕으로 플랫폼을 가진 회사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단기간에 내기는 어렵지만 한번 성장하기 시작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내재돼 있어 투자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바이오산업의 핵심은 협업이다. 특히, 플랫폼 기반 회사의 경우 주식공개상장(IPO) 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외국 투자기업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투자회사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조언해주고 투자한 다른 회사의 경영진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굳이 초고속 승진의 비결이라고 한다면, 작은 회사가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본인의 역할이 중요해질수록 초고속 승진하는 기회도 많아진다. 책임감도 커지지만 그만큼 성취감 역시 커질 수 있다.
 
 
정밀 의학(맞춤형 치료)의 관문 '유전체 분석'
 
유전체 분석에 대해 먼저 소개해 보자면, 유전체 분석은 개인별 맞춤형 치료인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현실화를 위한 관문이다.

유전 질환은 그 원인이 '표현형 변이(Phenotype variation)'에 있는데, 이는 유전자의 본체를 이루는 DNA의 염기(아데닌 A, 구아닌 G, 시토신 C, 티민 T) 서열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다시 말해 앞뒤가 바뀌거나(Inversion), 추가되거나(Insertion), 없어지거나(Deletion), 수적 변화가 생겨(Duplication) 염색체에 변화가 생긴 경우다. 이러한 유전적 질병의 원인을 파악해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유전체 분석이다. 
  
유전체(Genome)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조합한 단어로, 한 세포가 지닌 유전정보의 총체로 DNA 염기서열 정보를 포함한다.

그런데 유전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빅데이터이기 때문에 유전체 분석을 위해서는 전용 슈퍼컴퓨팅 시스템이 필수적이기도 하다.

미국은 유전체 시장이 민간 주도로 흘러가고 있다. 10년 전 구글(Google)과 제넨텍(Genentech)으로부터 390만 달러를 투자 받은 유전자 분석기업 23&Me은 각종 규제 이슈에도 불구하고 2012년 5000만 달러, 2015년 1억15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 받아 유전체 강자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 10가지 유전자 질환 검사를 일반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 하는 것(DTC, Direct to Customer)에 대해 처음으로 FDA 허가를 받기도 했다.
 
또 글로벌 제약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휴먼롱제비티(Human Longevity Inc.)라는 유전체 빅데이터 회사에 1조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 하는 한편, 2100년까지 모든 질병의 치료·예방·관리를 목표로 10년간 한화로 3조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의 부인 리실라 챈(Dr. Priscilla Chan, 소아과 의사)를 임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과거에 연구중심으로만 보던 유전체 분야가 이제는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현장이다.
 
신테카바이오는 파킨슨 환자 유전체 DB로 신약 개발 기업인 카이노스메드와 협력하는 한편, 플랫폼 회사라는 장점을 살려 알츠하이머 질환 쪽으로도 신뢰할만한 해외 기관과 협력해 유전체 DB를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은 2015년 오바마 정부 시절 발표한 '정밀의료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100만 명의 유전자 검사로 미국 바이오 산업체 정밀의료 서비스의 현실화를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과 중국 역시 국가주도로10만 명의 유전자 검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해 8월 10만 명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정밀의료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추진 됐으나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한편, 올해 3월부터는 NGS 검사도 보험급여 적용이 이뤄졌는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정밀의료 기술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인체유래물 연구기증 환자동의서 및 유전자 검사 자료 정부와 공유)이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유전체분석기업 등 ICT기반 헬스케어 관련 기업이 가져갈 마켓은 지속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식약처를 비롯한 정부가 유관기업 및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 우리나라도 ICT 기반 헬스케어 글로벌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을 발표하는 신테카바이오 김태순 경영총괄대표 (신테카바이오 제공)


의대생 후배들에게 - 스타트업은 내가 노력하는 만큼 이룰 수 있는 곳
 
의사 조직과 일반 회사의 조직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의사들은 되도록 처음에는 사내 교육 체계가 잘 잡혀있는 큰 회사에서 일을 시작해보는 게 좋다. 그곳에서 쌓은 경험이 작은 조직을 큰 조직으로 키워나갈 때도 도움이 된다.
 
한편, 스타트업은 작은 회사다 보니 '내가 하면 내 일이 되는' 말 그대로 자기 노력대로 되는 회사다. 새로운 일에 열정적으로 끈기 있게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면 이러한 벤처 회사에 적임자다.
 
벤처는 복지 부분에서는 이미 자리잡은 회사와 경쟁할 수 없지만, 스톡옵션이라는 제도를 통해 성장통을 함께 겪은 직원들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좋은 스펙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취업도 어렵고, 취업을 해도 고용 불안에 가정을 꾸미기도 벅찬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헬조선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안정적인 직업으로 선호되는 의사가 됐지만, 정치적 성향이 다 다르듯 본인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족할 수 있는 성향은 다 다르다.
 
본인 스스로가 의사가 맞는 사람인지 아니면 연구자, 사업가, 임원이 더 맞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봐야 한다. 호기심이 많고 남들과 바라보는 시각이나 생각이 다르다면, 그리고 내제적 동기와 끈기가 있다면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한 병원 외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 하다.
 
그런데 의대 진학 후 의학 지식과 경험을 쌓다 보면 다른 분야의 일들에 대해 경험과 지식을 갖기는 어려운 환경이라, 요즘 시행되는 선택 실습 혹은 특성화 과정을 통해 평상 시 관심이 있던 분야에서 교육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테카바이오에서도 의대생들이 선택실습을 요청해와서 6월에 해당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에 있는데 학생들의 이러한 생각 자체가 고무적이다. 또 병역특례지정 기관으로 정밀의료 산업 경험을 희망하는 석사 학위자를 채용하기도 하는데, 우리뿐 아니라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이러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곳들이 꽤 있다. 이러한 곳들을 잘 활용해 여러 분야를 경험해 보고 의사의 역할을 확대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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