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임상교수 노조 왜 필요한가…국가·사회는 연구와 교육을 중시하지만 정작 수익에 내몰리는 현실
아주대의료원 교수 노조 분회장 노재성 교수 "전임교원 교섭 분리 인정하지 않아 행정소송 준비"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학병원 임상교수(전임교원+기간제 전문의)의 노조 설립은 교수로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대학병원 교수 노조 설립은 더 이상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시기를 결정해야 할 뿐이다. 교수는 대학병원으로부터 진료수익이 일차적인 목적이라는 기관의 시각에 순종해왔지만, 연구와 교육을 중시하는 국가·사회의 교수에 대한 인식에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3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아주대의료원 분회장인 아주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노재성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료정책포럼 '의과대학 임상교수 노동조합'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아주대의료원은 지난해 12월 임상교수 노조를 출범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교원이 아닌 진료교수의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교원인 의사는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교섭단위 분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주대의료원 교수노조는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노 교수는 “대기업 운영방식이 대학병원에 도입되면서 병원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병원들이 규모 팽창과 매출 이익 증대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역량을 동원하는 것을 비정상적으로 여기지 않게 됐다. 매출을 직접 일으키는 임상교수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대학을 장악한 별개 재단의 협력병원이 대학병원의 역할을 하고 병원 운영의 실제적 주체가 교수가 아닌 대학병원들이 많아졌다. 교수들은 더 이상 경영진의 일부라고 여겨지지 않고 교수회의 의견도 무시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라며 “반면 교수회는 운영진에 의견을 강제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 이런 경우 운영진에 부담을 주기 위해 현행법으로 노동조합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아주대의료원 교수노조, 교원 제외하고 교섭 분리 인정
아주대의료원은 지난해 12월 임상교수로 구성된 노조를 설립했으며 이후 교섭단위 분리를 진행하고 있다. 교섭단위 분리란 한 사업장에 기존의 노조가 있는 경우 새로 만들어진 노조가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다.
의사가 아닌 직원들이 결성한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산업노조의 지부가 있으므로 임상교수 노조가 출범하면서 복수 노조가 되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한 사업장에 여러개의 노조가 있을 수 있는데, 보통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법률이 있다. 그러나 결성된 조합 구성원의 근로조건이 기존의 조합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때는 교섭을 각각 할 수 있게 해주고 이를 교섭단위를 분리한다고 한다”라고 했다.
노 교수는 “직원노조가 임상 교수 입장에서 의료원과 협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교수가 직원노조에 가입할 수도 없기 때문에 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아주대의료원 의사노조의 지방노동위원회 심의 결과를 받았다. 전임교원이 아닌 진료교수의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교원인 의사는 노조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교섭단위 분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이었다.
노 교수는 “이 결정은 의사 노조가 인정되고 교섭단위도 분리됐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반면에 교원인 의사는 노조 및 노조 관계조정법의 대상이 아니라 교원 노조법의 대상이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노 교수는 “노조는 교원인 의사도 노조법의 적용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사용자는 진료교원도 교섭 분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면서 각각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지난 8월 27일 내려진 심의 결과는 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결정을 유지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아주대의료원은 교원들까지 교섭분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중앙노동위원회에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교원도 단체교섭 가능한 교원노조법 내년 3월 말까지 개정
아주대의료원 교수 노조는 내년 3월 말 시한인 교원노조법의 개정 방향도 중요하게 작용하게 됐다.
교원노조법은 노조 설립 주체인 교원을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교원으로 한정해 대학교수를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전임교원을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현행 교원노조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 교수는 “현행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교수들이 행하는 진료는 교육과 연구에 종속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즉, 의대 교수에 대한 사회적이고 법률적인 요구는 병원 진료에서도 연구와 교육의 범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했다.
노 교수는 “이번 교원노조법의 헌법재판소 불합치 결정 이유를 보면 사립대와 국공립대를 망라해 전체 대학교원의 지위가 불안정해지면서 대학교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교수협의회의 교섭 한계도 명확히 했다”라며 “대학교원의 경우 단체교섭의 대상과 방법을 일반 근로자 및 초중고 교원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일단 현재는 교원노조법이 어떻게 개정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이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말하는 것이지, 대학병원에서 전문의인 교수의 진료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학 교원 전체(약8만5000명)의 13%이상인 의대 진료담당교수(약1만1000명 추정)가 이 법의 지배 아래에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교원노조법 8조는 노조와 그 조합원은 파업, 태업 또는 그밖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일체의 쟁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쟁위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노 교수는 “이 조항은 학생 교육과정을 쟁의행위 대상으로 삼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다. 병원에서의 쟁의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의 단체 행동권은 이미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들이 가지는 기본 권리이기도 하다”라며 “그러나 병원은 노조및 노조법의 필수공익사업의 범위에 들며 필수유지 업무를 방해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병원의 공익성을 위해 단체행동권을 일부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교원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교수를 대학에서 학생에게 강의하는 사람이라는 전제만으로 쟁의행위를 금지한다면 이 조항에 의해 병원의 쟁위 행위가 봉쇄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특별법인 교원노조법이 합당하게 적용되려면 제한을 받는 행위 범위가 그 특별법으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지 우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든 대학병원에서 임상교수의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 노조 설립은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시기를 결정해야 할 문제일 뿐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처한 현실을 공론화하는 것이 상황을 개선하는데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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