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의대정원 확대 수혜 10년 뒤인데…여당 강세지역 학부모 공략용"

[단독인터뷰] "의대정원 10배 늘려도 지방엔 아무도 안가...민주당 공약 이어받은 자체가 정치적 계산일 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23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인구가 줄면서 전체 대학입학 정원은 20년간 40% 줄어드는데 왜 의대정원만 인위적으로 늘리려고 하나. 철학이 부족하니 정책 개연성이 매우 떨어지고 정치적 계산만 남았다. 지금 상황에선 의대 정원을 10배로 늘려도 지방엔 아무도 안 간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3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대해 "효과는 장담할 수 없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대안"이라고 작심 비판을 내놨다. 

이 전 대표는 인터뷰 내내 (의대정원 증원 발표에 대해) "황당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정부가 철학적 고민 없이 정책을 급하게 내놓다 보니, 전반적인 정부 정책 방향에 반하는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특단의 대책이 나왔다며 씁쓸한 미소도 지어 보였다.  

"모든 것이 축소되는 저출산 시대에 왜 의대정원만 대폭 늘려야 하나. 의대정원을 늘렸을 때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표심을 살펴보면 그 답이 나온다. 야당이 지난 정권부터 꾸준히 밀고 있는 정책을 정부여당이 받아 증원 규모도 파격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물론 특히 지금 시기에 급격히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전 대표는 10~15년 뒤에야 의대정원 확대 수혜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당장 전국에 의대 입시를 노리고 있는 이들에겐 이번 정책이 즉각적인 표심 공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강남 8학군 등 전통적인 여당 강세지역 표심은 재집결시키면서, 지역필수의료를 개선한다는 명분에 지역 민심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전 대표가 바라보는 정부 측 전략이다. 

그는 "환자들이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최소 10년 뒤다. 그러나 의대진학 욕구가 최고조에 달하는 이때 당장 전국에 의대진학을 목표로 하는 상위권 학생들과 학부모에겐 솔깃한 정책이 된다"라며 "특히 의대정원 확대에 적극적인 것은 더불어민주당이었고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대표 공약이었는데, 이를 정부여당이 받은 것 자체가 정치적 전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의 정무적 의도와 별개로 정책 효과를 따져봤을 때도 큰 실효성을 얻기 힘들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한국은 의료접근성이 좋고 의료 저수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의사 1명이 하루에 환자를 100명씩 진료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역은 하루 환자 50명도 보기 힘들기 때문에 의사들이 지역을 떠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며 "의료취약지는 환자가 가까운 3차병원으로 빠르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필수의료 수가를 개선하는 것이 의사 수를 늘리는 것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10~15년 뒤에야 의대정원 확대 수혜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당장 전국에 의대 입시를 노리고 있는 이들에겐 이번 정책이 즉각적인 표심 공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다음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Q.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급작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정책에 급격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은 언젠가 써먹을 때가 되면 내놓으려고 창고에 넣어놨다가 이제야 나왔다고 보인다. 의대정원 확대에 적극적이었던 곳은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에도 이 이슈를 들고 나왔는데 정부여당이 이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 정치적 판단이 깔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Q. 특별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하면 총선을 겨냥했다는 것인가. 

의대정원이 늘어나면 누가 적극적으로 반응할 것인지 먼저 봐야 한다. 환자는 10년 뒤에야 체감할 수 있지만 당장 전국에 의대 입시를 노리는 이들에겐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온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강남 등 여당 강세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이 타깃일 것이다. 반대로 이렇게 해도 의사들이라면 여전히 보수정권을 뽑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봐야 한다. 

Q. 이미 지난 6월에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정원 확대에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기도 했다.  

당시 300명 선에서 합의가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Q. 지난 19일 정부 발표에서 의대정원 증원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빠졌다. 이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정부가 정책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부족했다고 평가한다. 의대정원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이 규모인데, 이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숙한 정책발표에 그쳤다는 평가를 들을 수 밖에 없다. 

Q.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만약 의대정원을 소문대로 3000명 늘리게 되면, 이공계 최상위 인재들이 연간 3000명씩 사라진다. 이는 과학 인재를 양성하겠다던 정부 정책 기조와 결이 맞지 않게 되는 문제를 야기한다. 반대로 의대로 간 이공계 인재들이 모두 우수한 의사로 길러질 수 있을지 보면 그렇지 않다.

좋은 예시가 변호사다.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 상위권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이들의 변호사 시험 합격 비율은 80%가 넘는데 반해 일부 지방 로스쿨은 30% 초반대에 그친다. 늘어나는 정원 만큼 제대로 된 교육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Q. 정책 실효성을 따져보면 효과가 어느정도 있다고 판단하나. 

저출산 시대에 축소사회를 고민하는 시점에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앞으로 20년 동안 전체 대학입학 인구가 줄면서 정원을 40% 가까이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만 정원을 늘리는 것이 말이 되나. 지방에 소위 기피과 의사들이 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해법이 되지 못한다. 지금 상황에선 의대 정원을 10배로 늘려도 지방엔 아무도 가지 않을 것이다. 

Q. 정부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발언했다.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의사 수가 부족한 이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계속 언급하지만 실제론 통계의 함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광케이블 설치율을 두고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선도국가라고 한다. 이는 한국 도시화율이 80% 이상이고 미국은 광케이블을 까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수치가 낮게 나온다. 

의료도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의사 수가 적을 수 있지만 (의료체계가 매우 흡사한) 일본과는 의사 수가 비슷하다. 특히 세계적인 건강지표를 비교하면 한국은 최우수 국가에 속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산부인과를 예로 들면 영아사망률이 OECD에 비해 우리나라가 절반 이하다. 어느 나라보다 의료서비스를 빠르게 받고 있는 셈이다. 일반화되기 어려운 사례를 들고 와서 의료현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문제다. 

Q. 의료취약지 중증·응급의료 공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전남권은 의대 신설 요구가 큰 지역 중 하나다. 최근 순천에 4개월 정도 살다왔다. 순천도 의대 신설 요구가 강한 지역이다. 그러나 의료 공백 문제 핵심을 파고들다 보면 문제는 순천에 사는 국민들이 중증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대형병원이 없다는 게 핵심이었다. 순천이 인구 30만, 여수가 25만 정도 되는데 이 곳에 대형병원을 다 지을 순 없다. 

중증응급환자를 바로 진료가 가능한 근처 대형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시킬 수 있는 이송체계 개선이 의사수 증원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Q. 의료취약지에 구체적인 대안이 있나. 

모든 의료취약지에 바로 중증 환자진료가 가능한 큰 병원을 짓지 못하기 때문에 취약지 환자들이 진료가 가능한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비를 지원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비용은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3차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여 의료취약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응급환자와 필수의료 관련 대안을 살펴보면 지역의료수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필수의료는 의료행위에 따른 수가를 더 높게 평가해 지역에 근무하는 응급과 필수의료 의사들이 해당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다. 

Q. 한국의 적정 의사 수는 얼마나 될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의사 수는 현재 적정하다고 본다. 국가별로 적정 의사 수는 의료보건체계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에 OECD 기준에 따라 많다, 적다를 평가하기 힘들다. 예를들어 미국은 의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 자체를 값 비싼 서비스로 인식하고 병원 대신 경증은 약국, 클리닉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체제를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도시화율이 높고 병원 접근성이 좋아 의사 1인당 많은 환자를 보면서 높은 효율성에 기반해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다만 도시화율이 낮은 지역에 따라선 앞서 언급한 추가적인 대책을 실시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Q.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교육부가 의대 쏠림 완화 방안으로 각 대학들이 신입생의 30%를 자율전공으로 뽑고 일부는 3학년이 될 때 의대 진학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까.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또 다른 버전의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율전공 자체가 의대 입시반이 되는 셈이다. 

Q. 2020년엔 의사총파업까지 진행되며 의대정원 확대가 무산됐다. 이번엔 정책 추진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의사들이 갈팡지팡하고 있다. 의사는 전통적으로 보수정권에 대한 큰 지지세력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본인들과 정치성향이 달라 파업까지 가는 것에 큰 무리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상황을 두고 의사들이 정부에 '뒤통수 맞았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는데 공감한다. 아마 지금 상황에선 적극적으로 투쟁하기 어려울 것이다. 

Q. 이 전 대표에 대한 젊은 남성 층 지지가 많은 것으로 안다. 의료계에선 젊은 의사들의 최대 화두가 공보의 제도다. 처우개선 등 불만이 많은데 이에 대한 견해는?

의료낙오지에 배치되는 공보의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서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해당 지역에서 유일하게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보니 진료와 상관없는 잡일을 많이 한다고 한다. 때론 수의사 일도 하고 학교에서 보건교육도 한다고 들었다. 물론 공무원으로서 봉사를 할 수도 있지만 과도한 요청이나 진료 외 업무 등은 배제시킬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공보의가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아울러 공보의가 할 수 없는 의료행위에 대한 구분도 이뤄져야 한다.   

Q. 현재 의대정원 증원에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의료계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의사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되는 지점에 왔다. 의사는 고소득 직군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에 대중적인 설득이 쉽지 않은 특성을 갖고 있다. 의협이 직접 나서 대중과 정치인들을 설득하기 보단 온라인 인플루언서를 통해 올바른 의료정책을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의료계가 지금까지 정치를 인물보단 진영싸움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세심하게 사람과 정책을 봐야 한다. 의료계 현실을 함께 이해하고 연대할 정치인과 장기적으로 교류해야 한다. 단순히 진영싸움으로만 보면 뒤통수를 맞기 쉽다. 
 
의협도 스스로 신빙성을 까먹고 있다. 극우 성향, 혹은 정부 하수인처럼 보이는 집행부가 번갈아 가며 집권하면서 온도차가 극심하다. (회장선거를 할 때도) '친정권'이나 '강경투쟁' 온도차에 따라 결정된다. 이젠 벗어나야 할 때다. 

더 이상 정권만 바라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점점 더 머리에 띠를 두르고 다 같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만으론 관철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 결국은 의협도 직역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다양한 사회구성원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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